오늘 정신병동에 엄마를 입원시켰다.
전환장애*가 와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쓰러져 누워만 있던 엄마.
엄마를 내과에서 겨우 회복시킨 뒤 정신병동으로 다시 데려왔다.
차가운 대리석 같은 정신병동 특유의 회색빛은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까지 주워서 버리는 엄마.
핫도그 집에서 두 학생이 핫도그 하나를 나눠 먹으면 "아줌마가 하나 더 사줄까?" 물어보는 엄마.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꼬박꼬박 존댓말로 의사 선생님에게 "제가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왜 저를 가두려고 하세요?"라던 예의 바른 말투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웃기기도 하다.
아빠는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받으러 들어갔다. 나, 엄마 그리고 막내는 대기의자에 함께 앉아 있었다.
주치의 선생님의 사무실 문 양 옆, 왼쪽으로는 조현병의 특징과 치료법을 적은 액자가 걸려 있었고, 오른쪽에는 고흐의 <낮잠>이라는 그림이 싸구려 코팅지에 프린트되어 걸려 있었다.
웃겼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조현병은 뇌의 신경세포에 문제가 생긴 병으로 약물치료를 하면 1/3은 회복이 가능하다는 병원의 액자와
조현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질병에 미쳐 자기 귀까지 자른 화가가 그린 그림이 사무실 문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무실 문을 중심으로 데칼코마니 한 것처럼 보였다.
미친놈과 천재는 백지 한 장 차이라고 하던 가?
51이면 천재이고 49이면 조금 모자란 것.
어쩌면 인생은 늘 50을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대기 의자에 앉아 환자복을 입은 엄마의 모습을 보니 꼭 탈피를 마친 뒤 남겨진 껍데기 같았다.
나방이든 나비든 뭐라도 됐으면 좋겠는데….
애벌레도 아니고,
번데기도 아니고,
엄마는 남은 껍데기 같다.
우리 엄마인데 우리 엄마가 아닌 것 같다.
*전환장애의 예를 들면 신체의 마비, 눈이 안 보이는 것, 귀가 안 들리는 것, 보행이 어려운 것 등 자신의 기본적인 신체기능의 일부나 전부를 잃어버린 경우다. 이는 의식적인 조절하에 있지 않은 듯하고 의학적 원리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전환장애 증상은 종종 스트레스를 경험한 뒤에 나타나고 매우 갑작스러운 경우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환장애 [conversion disorder, 轉換障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