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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Oct 18. 2023

음악, 그 애증의 관계

잘 보고 따라 할 수 있다면!

(이미지출처:50plus.or.kr) 참 멋지군요.


저는 노래나 음악 듣는 걸 좋아합니다. 아내 덕분에 결혼 후에는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는 목록에 자연스레 포함됐습니다. 하루 일과 중 일정 시간은 아예 클래식 FM이 늘 고정되어 있습니다. 젊은 날에는 팝이나 가요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재미가 들린 클래식이나 연주음악은 확실히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남들이 K-Pop에 열중하는 사이 저는 오히려 그 대열에 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문화강국으로 가는 우리의 행보는 반드시 응원해 줄만 하기에 그들의 노력과 땀을 아예 모른 채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제가 굳이 듣는 걸 좋아한다고 전제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일을 이야기하고자 함입니다. 젊은 날 노래방에 다니던 기억, 그리고 성가대에 섰던 기억과 추억을 다 모아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굳이 좋아한다는 말과 부른다는 말을 나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악보 보는 법 때문입니다. 저는 악보에 찍힌 음을 정확히 내지 못합니다. 겨우 이리저리 끼워서 소리 내어 보기는 하지만 반주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마저도 힘들며, 더 나아가 화음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면 더욱 힘들어집니다. 결국 이 때문에 교회 성가대에 봉사하다가 교사로 부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냥 인원수만 채우는 거 같아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도움이 되기는커녕 주변 대원들에게 폐만 끼치는 듯하여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내 음역대가 테너인지 베이스인지 아니면 바리톤인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든 취미로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지간한 수준이나 경지까지 오른다고 하던데 노래하는 일은 제게 그런 경지에 해당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들었던 시절의 노래나 곡은 제법 기억하는 편이어서 따라 부를 정도는 되니 다행입니다. 악보대로 정확히 음을 짚어주는 일은 부단히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직은 제게 절실함이 없어서 그마저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성가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난주 예배 마치고 분명히 연습하고 화음까지 했던 곡인데 정작 당일이 되니 생전 처음 듣고 처음 보는 곡으로 다가왔습니다. 한참 만에 겨우 맞추어 끝까지 갔지만 완성도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우리 차례가 왔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옆에 계신 장로님께서 계속 틀린 음을 내시는 데에다 목소리까지 쩌렁쩌렁하셔서 나까지도 그 음을 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나도 정확한 음을 낼 만한 실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그날의 찬양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내내 마음이 불편한 것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었고요.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성가대를 그만두고 중등부 교사로 부서를 바꾸었습니다. 실력은 미천한데 단순 열정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절실히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직도 저는 음악이나 미술, 운동 잘하는 분들을 부러워합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일종의 반사작용이라 할까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며 제가 그 범주에 속하는 것일 테지요. 즐기며 일하는 사람을 당할 재주가 없다는 말을 나이 들어서야 이해하는 중입니다.   


       

할 줄 모른다고 내내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찌 됐든 음악은 항상 내 곁에 있으며, 특별히 마음이 헛헛하고 힘들 때 더욱 그러합니다. 요즘 들어 Gym에서 운동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자칫 지루하기 쉬운 과정 하나하나가 그나마 부드럽습니다. 오늘은 FM을 통해, 그리고 운동을 통해 어느 곡이 저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까요? 기대하고 기다리지만 말고 오늘은 음반을 구경하러 한번 나가봐야겠습니다. 멋진 연주자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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