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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Oct 19. 2023

예쁜 걸 어떡해요.

그래도 자제해야 할 관심과 사랑

(이미지출처:iclickart.co.kr) 이런 걸 꿈꾸었었죠.


청소년 시기를 넘어오면서 저는 조그만 아이들이 예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봤자 몇 살 차이는 나지 않는 그 시기에 어린아이들이 예쁜 이유조차 정확히 모른 채 일방적인 애정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이유를 말해보라 추궁해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합니다. 늘 그렇듯 그냥 예쁩니다. 예뻐서 예쁘다고 한 것 이온데 왜 예쁘냐고 물으시면 예뻐서 예쁘다고 밖에 대답할 게 없습니다. 대학 다닐 적에는 여러 이유로 소아청소년과를 해보리라 결심을 내비치곤 했는데 이 정도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도 대략적인 대답은 드린 듯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 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닙니다. 이 또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 내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지 않았음을 그저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젊은 날에는 지나가다가 예쁘고 귀여운 꼬마들을 보면 어떤 방법으로 예쁘다는 표현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나에게 활짝 웃어주는 아이, 때로는 놀라서 얼음이 되는 아이, 아주 드물게는 그대로 울어버리는 아이도 있지만, 누구 하나 이를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보호자들도 그냥 잔잔히 미소만 띠고 있었으니 이 모든 게 그저 가(可)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이를 향한 무분별한 저의 사랑은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초짜 전문의 시절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어른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저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병원, 특히 수술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은 그 자체로도 공포심을 유발하는데 환자 확인차 몇 마디 묻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은 금방 울음부터 쏟습니다. 그냥 안아주고 달래주다 보면 아이들은 금방 평온해집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오히려 제가 치유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유괴 사건이 늘어가고 있었고 개구리 소년으로 대표되는 실종 사건도 생겨났으며 심지어 어린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이 급증하면서 가족, 특히 아내에 의해 저의 행동이 제재받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예뻐서 그러는 건데 뭐가 어때?라는 생각에 아내의 말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내의 말이 맞았습니다. 부모님들의 불안감을 간파하지 못한 것입니다.     


자기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걸 부모들이 부담스럽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타박하기 어려운 사안임이 분명합니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내내 그러했으며 부모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지나 저에게도 아이가 생겼고 자연스레 다른 부모가 가지는 비슷한 감정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혼란의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분위기가 그 시절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운 날을 나고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만나면 서로 인사하자는 메시지가 곳곳에 붙여져 있습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맞는 말입니다. 눈앞에서 뻔히 안면이 있는 이웃과 뻘쭘해하는 것도 참 불편한 일입니다. 덕분에 다시 아이들과 눈도 맞추고 인사하는 시간이 부활하면서 그 옛날 아이들을 보며 느꼈던 행복감을 나에게 다시 선사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감과 사소한 행동 뒤에는 조심스럽고 눈치 보이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지랖과 지긋이 바라봐 주는 일, 어느 편이 더 인간적이고 사람 사는 냄새일까요? 아무리 이렇다 저렇다 한들 아이들이 예쁘고 귀여운 건 숨기면 안 될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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