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욱곤 Dec 14. 2023

글쓰기의 무게

견뎌야 할 무거움

(이미지출처:freegine.com) 부지런히 씁시다.^^

글을 쓴다는 사실을 그다지 어렵지도. 반대로 쉽지도 않게 여기며 사는 분들은 참 복 받은 분입니다. 너무 쉬우면 교만하거나 거만해질 것이며 어려우면 그것은 일종의 두려움일 것입니다. 최근 들어 펜을 들고 글을 쓴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싶어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습니다. 글 몇 개를 써놓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구석에 쌓아놓은 게 벌써 몇 주째입니다. 한 편을 마무리하고 다시 보면 별것이 아닌 듯하여 스스로 불만의 늪에 빠져들었습니다. 게다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말을 끌어내 쓰는 과정이 일단은 너무 귀찮았습니다. 전업 작가로 나선 상황이라면 이것은 업무태만이요, 게으름의 끝판일 것입니다. 다행히 나는 전업 작가가 아니야! 자기를 위로하며 도도히 흐르는 시간을 다잡으며 보냈습니다.    


 

이렇게 손을 놓고 지난 시간도 글의 소재가 되는구나 싶어, 씁쓸하고 실없는 미소를 짓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그동안 특별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닙니다. 늘 그렇듯 일하고 운동하고 남는 시간은 영상과 책을 보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정작 책 몇 권만을 완독 했을 뿐 책상에 쌓아놓은 책 3권은 눈에 띄게 진도도 못 나가는 중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집어 들고 너무 흐뭇했던 기분은 어디 가고, 그 웃음의 크기에 비해 읽고 사색한 양은 그다지 크고 깊지 못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에게 ‘인생에 대해 정의해 보라.’고 한다면 무엇이라 일갈할 것인가? 명상록의 저자처럼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단 한 줄의 금언이라도 있는가?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다지 시원스러운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 힘을 다해 뛴 100미터나, 성실하게 살아왔노라고 자부한 내 삶에 형편없는 기록이나 보잘것없는 열매로 답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 뭐! 싶다가도, 그래! 아무리 그렇다 한들 거저 받은 것도 참 많았어!라는 결론도 얻었습니다.     




글을 놓지 않으려는 결심을 늘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찌 얻은 타이틀인데 그냥 흘려보내겠습니까? 그럴 순 없습니다. 더 바라라는 게 있다면 향기롭고 잔잔한 글이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내 궁극적인 바람입니다. 세상에 자기 글이나 말이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달갑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을지요? 결심이 서야 실행할 것이고 결과도 보게 될 터, 시작이 반(半)이라는 말은 그래서 진리입니다. 이런 마음이 부디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란 가정도 부질없지만, 단거리 경주처럼 그렇게 몰아붙일 일도 아닌 게 인생입니다.
 
 이제 한해의 끝을 보려 합니다. 이 글을 갈무리하는 시점이 2023년 12월입니다. 자고 나면 똑같은 하늘 아래 그다지 바뀔 것 없는 하루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결심은 달라질 게 분명합니다. 그 결심은 자기가 하기에 달렸습니다. 작심삼일의 원인은 늘 나에게 있을 것입니다. 온갖 역경에도 내가 하고자 할 결심을 이어가는 것이 칭찬받는 일일 것입니다. (말은 참 쉽죠?^^)     




연말이 되면 우리 병원은 살짝 바빠집니다. 계절 탓도 있고 이번 해에 아픈 곳을 해결한 뒤 새해를 맞으려는 소망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늘 감사하는 이유는 나의 배운 바를 펼쳐 남에게 도움이 되는 시작점이 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도 힘을 냅니다. 글도, 내 직업상 일도 열정으로 감당하겠습니다. 나는 의사이고 작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