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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Apr 17. 2023

콜라가 그리 좋냐, 멍청이들아!

10cm는 봄이 좋냐? 묻더라니깐요.

(이미지출처:서해종합방수) 예전에는 이런 병콜라였지요.


중학교 3학년 여름이 시작되려는 6월, 제 기억에 그때부터 저의 콜라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병 색깔도 선명히 기억하고 병의 잘록한 모양도 선명히 기억하는 코카콜라의 알싸한 맛은 제 입맛에 야금야금 파고들어 결국 일주일에 대여섯 병을 소비하기에 이르렀고 마당 옆 켠에는 빈 병이 서서히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렇게 콜라를 마시느냐 물으시는 분이 참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맛있어서!라고 대답했고 그다음에는 시원한 청량감 때문이라 대답했는데 사실 그 대답을 듣고 무릎을 ‘탁’ 치며 진심으로 수긍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걸로 보아 상대방의 마음에는 이미 ‘몸에도 안 좋은 거, 그걸 왜 그리도 마시는 거야?’ 의문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잔소리 덕분에, 때로는 용돈이 모자라서 천만다행으로 대놓고 콜라 마시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콜라를 사랑하는 마음마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더 나아가 졸업하고 나서도 저를 아는 친구나 동료들은 술은 안 마시고 콜라만 내내 들이키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합니다. 회식하면서 소주나 맥주에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내 앞에는 늘 콜라가 있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펩시보다 코카콜라를 더 선호했다는 점입니다. 더 맛있고 향이 더 좋다는 이유였지요. 그러나 두 회사의 콜라가 차이가 나 봤자 얼마나 났겠습니까? 그냥 브랜드에나마 으스대려는 마음이 컸을 것입니다. 맥주를 고르는 이들이 옛날 OB, 하이트로 갈리는 심리와 비슷하겠지요.     


따지고 보면 특별한 성분이라고 할 게 없는 콜라를 끊은 건 결혼 이후의 일입니다. 마실 적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작했지만 끊을 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뇨의 가족력 때문입니다. 그를 알고도 콜라를 마시는 만용까지는 부릴 수 없었습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몸에 그다지 유익을 주지 않는 음식들이 제법 많습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쓰레기라 하지만 그런 음식이 계속 남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 맛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을 잡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데 우리는 그 전략에 쉽사리 넘어집니다.     


요즘 들어 정말 다행으로 여기는 건 제 아들이 술과 담배, 그리고 Junk food 같은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별히 콜라나 사이다 같이 탄산 강도가 센 음료는 잘 마시지 못합니다. 입과 목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난답니다. 그런 따끔거림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리도 마셔댔으니 저도 참 어지간한 사람입니다.    

 

입에 좋은 음식이야? 몸에 좋은 음식이야? 판가름하고 몸에 좋은 것만 먹겠다는 결심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 경험치로 내 몸이 망가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많은 사람이 조금의 고장 이후에야 결심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어떤 음식이 생각나고 먹고 싶으세요?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당신의 평소 식습관입니다. 하지만 안돼, 안돼! 하면서 선(善)한 대체 음식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분이라면 상당히 성공한 분입니다.     





성공으로 가득한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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