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욱곤 May 17. 2023

푹 빠질까 봐 안 한 건 아니고요.

그냥 재미가 없었어요.

(이미지출처:daisoblog) 이제라도 배워 볼 생각은 없지만 아쉬움은!


어릴 적에 장기며 바둑이며 화투를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친구들 어깨너머로 배워서 대략은 이렇게 한다는 것만 보았을 뿐, 어떤 길로 가며 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겨우 아는 거라고는 고스톱 기본에 오목 정도일 뿐, 그마저도 돈내기로 한다면 저는 열에 9.9는 거의 질 판입니다.   

  

그러니 별 취미도 없는 사람이 되었고, 배우려고 기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그런 것은 그냥 시간만 낭비할 판이라 하셨으니 무서운 아버지 덕에 아예 꿈도 꾸지 않았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집안에 형제가 많은 집은 형에게 많은 대리경험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들이 지금처럼 살갑지 않은 시절, 그런 대부분의 잡기(雜技)는 형들에게 배우고 맏이는 삼촌에게 배우고 뭐 이런 식이었던 거 같았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왜 기를 쓰고 배워볼 생각을 못 했을까 싶지만, 한편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그다지 배우고 싶은 흥미 자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다닐 적, 외삼촌이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바둑이나 장기판을 놓고 조카에게 가르쳐 보겠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길도 가르쳐주고 어디로 가면 좋다는 것까지 가르쳐 주었지만 한참 있다가 마주 앉으면 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결국 삼촌은 내게 바둑, 장기 가르치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장기나 바둑에서도 알차게 배울만한 게 분명히 있을 터입니다. 그렇기에 몇천 년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당당히 스포츠의 반열에도 올랐을 것이고요.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의 놀이의 종류로만 생각한 내 편협함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외삼촌이 가르쳐줄 때 제대로 배웠다면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바둑, 장기, 화투를 즐기며 살았을까요? 물론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잡기(雜技)든 직업이든 취미이든 간에 하는 방법을 넘어 그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처럼 내 관심 밖의 것이라 하여 내내 팽개칠 것이라고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개를 전후좌우로 돌려가며 배울 것은 배우고, 취할 건 취할 일입니다. 만약에 제 아이가 장기나 화투나 바둑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저는 우리 아버지처럼 시간 낭비니 하지 말라는 만류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한번 해 봐라. 그렇다고 빠지지는 말아라. 정도의 조언을 할 듯합니다. 전후좌우로 배울 것 이외에 무엇보다도 고개를 위로, 때로는 내면으로 향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것입니다. 


이전 02화 콜라가 그리 좋냐, 멍청이들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