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욱곤 May 12. 2023

나의 생활습관병

그리고 오늘 병원 점심 메뉴는 국수... 아! 어쩌란 말이냐?

(이미지출처:집밥꽃선생의 블로그) 저는 멸치 육수가 좋아요.


제게는 고이고이 숨겨놓은 질병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에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 나이라면 상당수가 노출될 수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간혹 제 나이가 되어도 기저 질환 없이 건강하게 지내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나 부러워서 감탄사도 나오고 한편으로는 짧은 탄식도 나옵니다. 부러움과 시기심의 발로일 테지요. 드물어서 그렇지, 그런 분들이 가끔은 있습니다.     


이는 그냥 형성되는 게 아니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에 가능합니다. 오죽하면 생활습관병이라고 하겠습니까? 식습관, 생활 습관, 흡연, 음주 등의 영향을 받는 질병군을 일컫는데 제가 학생일 적만 해도 성인병이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성인에게만 노출되는 게 아니고 또한 생활 습관에서 야기되는 질병군이다 보니 이 명칭이 이제는 일반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감염성 질환 이외의 거의 모든 질병이 이에 해당한다고 여겨 비 감염성 질환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은 물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뇌졸중, 알코올성 간질환, 더 나아가 악성종양까지 그 범위는 상상외로 넓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질병에 노출되기 전까지는 그 위험성이나 심각성을 모릅니다. 아무런 노력이나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우리 가족력이야! 집안 내력이야! 이런 핑계를 대며 자신을 내팽개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하긴 저부터도 그러합니다. 다행히 이제라도 관리를 하고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음주나 흡연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우니 걱정은 없습니다만, 아직도 가끔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음식입니다. 이는 식욕을 넘어 식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게, 평소에는 알뜰한 아내 덕에 잘 조절하고 지내며 그 식단만 잘 따르면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걱정하는 건 다름 아닌 밀가루입니다. 특별히 국수, 짜장면 그리고 빵이 제게는 최대의 적이요 마귀입니다. 먹지 말자고 머리에서는 이야기하는데 손과 눈은 이미 걔들에게 향합니다.        



       

직장에서 점심을 대부분 해결하다 보니 영양과의 schedule대로 점심을 먹습니다. 그런데 점심 메뉴에 국수나 빵이 나오면 그날은 제게 축제 날입니다. 밥은 먹지 말고 국수만 먹자! 결심하고 먹다 보면 어느새 곱빼기 아니면 두 그릇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 그릇의 양이 식당의 반 정도이기에 좀 낫지만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함에도, 뭉그적대느라 일을 망치는 게 다반사입니다.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이 몹쓸 취향은 고쳐질 거 같지 않으니 이를 어쩐답니까? 요즈음은 범위가 넓어져서 라면이나 파스타 종류로 슬슬 영역을 넓히니 개선되기는커녕 허용범위만 점점 넓어지는 셈입니다. 자주 그러는 건 아니니 제게 선물한다 치고 이벤트성으로 그리합니다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될까! 그를 걱정하는 것이올시다.     




오늘 점심 메뉴가 잔치국수랍니다. 겉으로는 ‘에이~ 또 하필 잔치국수야?’ 투덜대고 있지만, 속내는 쾌재입니다. 결심으로는 두 그릇은 안 돼!라고 주문을 걸고 있지만 닥치면 어떤 결정을 할지 아직은 모릅니다. 저도 점심 이후의 결과가 궁금합니다.


이전 08화 전래동화에서의 권선징악(勸善懲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