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못해도 괜찮나요?

#우리들은 일학년 #콩나물교육론

by 스텔라박

방학을 앞둔 일 이주 전부터는 교실에 열기로 가득하다. 폭염주의보이거나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점심시간에 교실이 아이들로 복작거린다. 날이 좋을 땐 밖으러 뛰어나가 놀던 아이들이 교실에서 시끌시끌 놀이를 하기 바쁘다. 교실과 복도에서 뛰다가 다치니까 뛰지 말라고 잔소리를 몇 번 하고, 자리에 앉아 밀린 업무를 살펴본다.


요 며칠 1학년 우리 반 꼬마들이 점심시간에 나에게 와서 주변을 서성인다. S는 선생님 따라하기 놀이를 하면서 킥킥 대기 바쁘다. 얼마 전에는 여자아이들 몇몇이 내 주변에 모여 선생님~ 어쩌고 저쩌고 수다 삼매경이다. 그러다 한 친구가 나에게


“선생님, 일주일은 몇 시간이에요?”

라고 묻기래

“하루는 24시간 이니까 7일이면 24 곱하기 7은 168시간이지.”

그럼 한 달은요?

“24시간 곱하기 30일이면 720시간이지.”

그럼 일년은요?

나는 자연스럽게 계산기를 꺼내서

“24 곱하기 365일은 8760시간이지~”

아이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계속 묻기 바쁘다.

“선생님 그럼 천 더하기 천은요?”

“그럼 선생님 천 더하기 천 더하기 육백구십삼천 더하기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꺄르르 웃는다.


아직 천의 자리도 배우지 않고 50까지의 수를 겨우 읽는 수준이니, 지들도 지가 뭘 물어보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육백칠백오천 어쩌고저쩌고 계보에 없는 숫자를 되는 대로 지어 말하다가 지들도 웃긴지 꺄르르 꺄르르 웃는다.


사실 1학년 1학기에 배우는 덧셈과 뺄셈은 아이들이 꼭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한 자리수 더하기 한 자리수이지만 더해서 10이되는 수라던지 가르기와 모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나는 차근히 가르쳐준다고 하지만 영 모르겠다는 투명한 눈으로 날 바라볼때면, 아이고, 이걸 어쩌나, 걱정스러운 탄식이 나온다.


1학년 1학기라 학습격차가 별로 안날 것 같지만, 그 와중에 뒤처지는 아이들, 앞서가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며칠 전에는 고민고민하다가 유난히 수 계산이 안되는 친구 어머니께 종이톡을 보냈다. 방학 중 1학기 복습을 꼭 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수학도 문제를 읽을 수 있어야 풀 수 있는데, 아직 한글 읽기가 안되는 아이들도 있고, 읽어도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수학 익힘책을 풀 때면 꼭 문제를 읽어주고 설명을 덧붙인다. 한두명의 아이들이 계속 걱정되다가도, 에이, 잘 하겠지. 아니, 깨우칠 날이 오겠지 마음을 좀 가다듬고 여유를 가져본다.

작년까지는 2학년 담임이었는데 2학년 담임을 4년간 할 때 가장 고비는 시계였다. 시계 보는 것, 시간 계산하는 건 마치 블랙홀과 같았다. 입에서 단내나도록 설명을 하고 모형시계가 닳도록 연습을 해도 깨우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당연하다. 시계의 근본이 12진법이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전 초임때는 아, 이거 어쩌지,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어쩌지, 조급해 했는데. 그때 선배가 조언을 해줬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니 그 아이는 조금 늦는 것 뿐이라고.

“ 박선생님, 주변을 봐요. 주변에 돈 계산 잘 못하는 사람 본적 있어요? 아니면 시계 못 보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지금 당장을 몰라도 자라면서 깨치게 될 거야. 공부 못해도 장사하는 친구들은 돈계산 기막히게 할꺼고, 시계는 날마다 보면 어느 순간 깨치는 날이 온다고. 지금 충분히 잘 가르쳤어요.”

반에서 부족한 아이 보충지도를 하다 지친 나에게 한참 선배가 해준 말이다.

한편으로 맞는 말이다. 덧셈 뺄셈도, 구구단도, 시계보기도 1학년 2학년 때 충분히 해도 완벽히 몰랐을 지라도 커가면서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날이 온다.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어떤 선배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 아이들 가르치는거, 콩나물 기르기와 똑같아. 위에서 물을 열심히 뿌려주면 아래로 다 빠지지만, 어느순간 콩나물이 자라있잖아. 우리도 끊임없이 가르치지만, 당장은 효과가 없는 것 같지. 그런데 보면, 어느 순간 자라있는게 아이들이야.”

라며 콩나물교육론을 나에게 설파했다.


그러니 오늘도 난 열심히 물을 주고 그 밑에 빠져나온 물을 살짝 용인해주기로 한다.

“선생님, 오늘 마라탕 나왔죠? 저 그래서 말아먹었어요!”

라고 유머를 던지는 친구에게

“S야, 마라탕과 말아먹다 맞춤법 다른 거 알고 있어?” 라고 진지하게 답하는 대신

푸하하 웃어주기.

“선생님, 백천만십오사삼 더하기 일삼오백칠은 뭐에요?” 라고 묻는 친구에게

“K야, 4더하기 7은 뭐야?”

라고 묻는 대신

“뭐라고? 천천히 다시 말해봐봐.” 하며 같이 계산기 두드리며 놀아주기,

때때로 유머가 지식보다 필요한 순간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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