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가족학 전공생의 글쓰기_2022 서울대학교 인권·성평등 에세이 공모전
나는 70년생 어머니와 71년생 아버지 밑에 태어난 둘째 딸이다. 첫째도 딸, 둘째도 딸, 셋째도 딸. 딸이 셋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주변에서 ‘집이 꽃밭이겠네’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듣곤 하신다. 그들이 말하는 ‘꽃’은 무슨 의미인지 어림짐작해보자면 예쁘고 살가우며 언제나 아버지의 굳은 마음을 녹이는 미소를 지닌 존재가 아닐까 싶다. 우리 세 자매는 그런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경상도 사람의 특징을 모두 지닌 아버지와의 대화가 어려워 서먹한 사이이고, 셋 다 그다지 사근사근한 이미지는 아니다. 오히려 더러운 장난을 좋아하고 소리 지르며 노는 모습이 아버지에게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처음 아빠로부터 꽃밭 운운하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는 어른들이 가진 딸에 대한 환상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에게 잔뜩 날을 세운 장미꽃밭. 우리는 아빠의 정원에서 늘 방긋방긋 웃고 있는 꽃들이 아니라, 종종 아빠의 적이 되어 그에게 가시를 박는 약하지만 강한 세 송이의 장미이다.
우리도 한때는 정원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이었을지 모른다. 어린 시절 우리는 그 시절 케이팝을 틀고 함께 춤을 추는 귀염둥이 딸들이었다. 아빠는 그때 영상들을 아직도 휴대전화에 간직하고 계신다. 그랬던 우리가 변하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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