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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아 Jul 24. 2023

세 자매의 명절 문화 개선 투쟁기(3)

아동가족학 전공생의 글쓰기_2022 서울대학교 인권·성평등 에세이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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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불평등하고 부당한 현실에 화부터 난 나는 언니 동생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똥은 가장 불쌍한 우리 엄마에게나 튈 줄 알았다. 우리 셋은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명절 온종일 앞치마를 벗지도 못하고 있는 엄마를 보면 안쓰러워 어쩔 수 없이 상 차리기와 설거지, 주방일 보조 정도는 돌아가며 해야 했다. 그러는 와중 필연적으로 장착하고 있던 무기 아닌 무기가 하나 있다면 바로 웃음기 하나 없이 열받은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로 어른들이 와도 인사만 하고 쌩, 밥 다 먹었으면 쌩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우리를 보고 가장 눈치를 봤던 사람은 엄마였다. 당시의 우리로서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우리 집만의 명절을 헤쳐나가고, 부당함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그런 우리의 태도는 오히려 엄마만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우리가 명절을 이겨내는 방식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해마다 계속되었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우리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너희들이 그러면 엄마는 더 힘들어진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제발 어른들 앞에서 예의 없이 행동하지 말라고 엄마는 말했다. 나는 점차 그 눈물이 지겨워지기도 했다. 그럴수록 엄마에게 더 쏘아붙였다. 대체 왜 우리가 불평등한 문화 속 피해자가 되어야 하냐고, 허리가 성치 않아 틈틈이 앓아눕는 엄마를 보면서 속이 터지는 사람은 왜 우리뿐이냐고,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엄마는 우리 말이 다 옳다고 하면서도 엄마가 다 참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성질 섞인 목소리로 알겠다고 답하고 상황을 넘겼지만 우리는 모두 알았다. 다음 명절에도 똑같이 우리의 썩은 표정에 엄마의 속이 썩고 명절 연휴가 끝난 다음 날 네 사람은 똑같은 언쟁을 벌이리라는 사실을. 세 장미의 가시는 그렇게 우리 집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에게 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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