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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엔 호주가 ON-AIR 되고 있다

생각의 차이

by 에스텔라

아직 끝나지 않은 WYD.

짧은 뉴질랜드 일정을 마치고 시드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호주에서도 약간의 발음 이슈가 있었지만 뉴질랜드에서만큼 쇼킹하진 않았다.

[11화 뉴질랜드 [e] 따로 있나?]

교통 패스(pass)를 ‘파스’, 굿데이(good day)를 ‘구다이’ 라고 하는 정도?



호주에서 열흘 정도 지내면서 개인적으로는 작은 내적 변화가 일었던 시간이었다.

가톨릭 청년 행사이다 보니 일정 중 교황님을 알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짧은 알현 시간을 위해 긴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리며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나를 돌아보고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문득 고3 자습 시간에 여행책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사진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여기에 가 볼 수 있을까?’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왠지 막연히 미국은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호주는 어느 기회에 어떻게 갈 수 있게 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호주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리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호주 현지 학비와 생활비 등 금전적으로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였기도 했고 엄마가 외국은 스스로 돈 벌어서 가라는 말에,호주 교환학생도 나하곤 연이 없구나.

그렇게 호주는 나에게서 더 멀어져만 갔다.



대학교 졸업 후, 딱 몇 년만 더 공부하고 일해서 모은 돈으로 서른 전에 유학을 가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현실에 안주하게 된 나는 우연히 성당 주보에 나온 ‘시드니 WYD’ 개최 글을 보게 되었고 멀게만 느껴졌던 호주에 다녀올 수 있었다.

시드니 한 복판,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사이에 서서 잠시 고3 시절과 대학교 시절 생각에 잠겼다.

‘그때 나는 왜 여기에 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렇게 원하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못 가게 되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때는 아니었고, 지금이 여기에 올 적기였나 보다.




추억의 핫핑크 키플링 가방과 함께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


단체로 참가했던 일정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걸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돌아오는 비행기 안.

사실 나는 비행기 탑승 공포증이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이 두 눈 질끈 감고 비행기를 타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비행기 안에서 뜬 눈으로 10시간 혹은 그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여행은 너무 즐거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관문. 10시간의 비행을 버텨라.


아니나 다를까.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흔들리는 구간이 어김없이 있었고, 그 몇 분의 시간이 나에게는 마치 몇 시간 같이 느껴졌다. 그때 같은 팀원이었던 한 수녀님께서 너무나도 평안한 표정으로 내 옆 좌석에서 주무시고 계신 모습을 발견했다.

어쩜 그리도 평온함을 유지하시는 걸까? 비결을 여쭈었다.

“비행기 타면서 이 정도의 난기류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팀원들이 함께 기도하며 가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그분께 기도하고 맡기세요.”

내가 난기류를 몸으로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비행기를 직접 조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 마음가짐만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아!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나는, 비행기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하는 비행에서는 먹이랴, 재우랴, 뒷정리하랴 편한 잠을 잘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려워하지는 않게 되었다.




내 마음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또 늘 준비하고 있다면 그 시기가 언제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쁘게 살다가 돌아보면 어떤 때는 다 이루어져 있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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