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보면
직원 간 화합을 다지고 노고를 위로하는 저녁 회식자리에서 누군가가 2차는 당구 한 게임 어떠냐는 제안에 모두 동의하여 당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나 지금이나 당구의 인기는 별반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들어선 당구장에는 빈 당구대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당구...
요즘 젊은 층에서는 쓰리쿠션이나, 포켓볼을 주로 치는데 예전에는 4구 게임을 주로 많이 했다.
선수 넷이 거의 '나 왕년에~' 한 가닥 했다던 60이 넘은 노땅들이라 4구를 선택하고 부서 간에 편을 짜서 속칭 '겜뻬이'(테니스로 말하면 복식경기)로 시합을 한다.
초구와 함께 "딱딱 딱딱~!!!"
앞서가는 상대 팀.
점점 벌어지는 게임 스코어...
상대 팀이 몰아치기로 게임 판 반 이상을 앞서가는 동안에 우리 팀은 산발적인 득점으로 포인트를 줄이는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상대 팀이 쓰리쿠션에 도달하기 직전에 이르자 난도가 높은 볼도 오고 쉬운 볼에 대한 미스가 자주 나와 득점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동안에 갑자기 분발하는 우리 팀.
후루꾸(fluke) 뒤에 장타가 터진다더니 나의 짝이 그동안의 부진을 씻듯이 차례만 오면 신들린 큐질을 한다.
한 큐에 1,2,3,4,5,6
다음 한 큐에도 1,2,3,4,,,
이리하여 경기의 양상은 상대 팀이 멈칫한 순간 따라붙어 양 팀은 거의 비슷하게 쓰리쿠션으로 들어간다.
‘와우~! 기다리다 보니
파트너 덕을 볼 때도 오네?’
가끔씩 찬스 볼이 오면 이렇게 저렇게 주문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는데 가만히 입 다물고 기다리길 아주 잘했구먼~ ㅎㅎ
실력차이가 나는 하수에게 볼을 두텁게, 얇게 맞추라고 하면서 각도를 재주고 히내루(회전) 량에다가 거기에 힘 조절까지 이런저런 주문을 자꾸 하면 파트너가 원리를 이해하고 과연 소화를 할 수가 있을까?
사람 저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상수와 하수 각기 생각과 보는 눈이 다른데 고수라고 본인의 생각대로 이리저리 이끌면 무슨 의지가 생기고 솔직히 말해 뭔 재미가 있겠어~
‘제발~ 너나...’
딱 이 소리 듣기 십상이다.
테니스 복식 게임도 당구 게임처럼 경기 과정에서 어떤 팀이 우세했다가도 상황이 역전되는 경우, 또 그 반대의 경우가 허다하다.
내 파트너가 초반에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다가 게임 후반부에 컨디션이 회복돼 감탄할 만한 샷을 마구마구 터트린다.
팡---------------!!!
파방~!!
타이트한 게임, 승부를 알 수 없는 경기의 흐름에서 파트너에게 이런저런 말로 코치하는 것보다는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자기 몫을 다 하도록 부드러운 눈길로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쩔 때 보면 나만 잘하면
“萬事가 OK~!!!”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