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 속에서...

아내의 빈자리...

by 조원준 바람소리

아내가 여행을 떠난 다음날...

밤새 설쳤던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아픈 애는 기척도 못 느낀 채 비몽사몽 깊은 잠에 빠져있고 딸애는 엄마가 빈자리를 아는 듯 까만 눈만 멀뚱 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내의 여행은 친구들 간에 30년 넘도록 곗돈을 부어 모은 돈으로 유럽을 여행지로 택하여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고, 그 덕분에 테니스 구력 31년 만에 기나 긴(?) 자유가 생겼습니다.


그동안에는 코트 가는 시간, 코트에서 귀가하는 시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게임도 하고 뒤풀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감이 물밀듯 밀려와 마음속에 부딪힙니다.

"쏴와아~ 철썩~~~~!!!" ㅎㅎ


휴일 오전부터 자유롭게 나가서 테니스로 채워지는 행복한 시간들,,, 정말 마음에 걸림이 하나도 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집안이 썰렁합니다.

씻은 후 저녁 상을 홀로서 차립니다.

냉장고에서 기본 찬을 꺼낸 후 밀봉된 조미 김을 내어 가위로 자르고, 00고에서 주문해 온 국거리는 가스레인지에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데웁니다.


"쩝쩝쩝..."

혼자서 깨작거리며 식사를 하다가 애들을 쳐다보니 아픈 애는 정신없이 자고 있고 작은애는 이불속에서 눈만 내놓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나만 먹을 수 없지...’

작은 애는 밥그릇에 간식거리를 잘라서 사료와 섞여 놓으면 알아서 먹지만 아픈 애는 사료를 물에 불려 환으로 만들어서 입에다 강제로 먹어줘야 하는데 애들 밥 먹이는 건 아내가 해왔던 일이라 제 손이 서툴기만 합니다.


‘이런, 이런...’

살아오면서 처음 겪어보는 심란한 마음입니다.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친 다음 커피 한 잔에 과일이 먹고 싶은데 이것도 알아서 하려니 몹시 귀찮습니다.


"티브이 리모콘이 어디에 있지?..."

"전기장판 스위치는 어디에 붙어있는 거야?..."

‘허... 이건 뭐야?...’


그렇게 바라던 자유가 막상 주어지니 자유가 별것도 아니고 꼭 자유롭지만은 않으며 너무도 당연시 여기면서 부탁했던 일들이 내 차지가 되다 보니 아내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만 가득 쌓입니다.


그 불편함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내의 노고가 아니었을까?여행을 마치고 아내가 돌아오면 평범한 일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 눈치도 보며, 지지고, 볶이며,,, 그리 살 텐데...

어쩌면 우리네 삶은 이렇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긴 여정의 인생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코트에 나설 때만큼은 눈치 안 본 자유로움은 참 좋았구먼... ㅎㅎ




“애 봄이야! 아빤 오늘 운동 갔다가 늦나 봐~

엄마도 안 계신데 우리 걱정은 안 되나?...”

“오빠 내버려 둬~ 아빤 항상 멋대론데

엄마까지 없으니 오죽할까~~~”

“하긴 아빤 우리보다 테니스가 훨씬 좋으니까~”

“끄응~”

201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