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지게 된 이유, 변명, 핑계(?)
무언갈 두려워하며 독한 술을 들이켜댔다.
목이 뜨거워지고, 속은 찢어질 듯이 쓰렸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고통이 오히려 나를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삶이란 술취한 향연 같았다.
그 술통 속엔 기쁨도, 정열도, 슬픔도, 절망도
모두 뒤섞여 있었다.
마치 술이 내 몸을 감싸듯,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 나를 집어삼켰다.
술잔을 비우면, 잠시 마음이 가벼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빈 잔을 내려놓는 순간,
더 무거운 무언가가 가슴을 눌러왔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잔을 채웠다.
이번엔 그 속에 감춰진 정열을 마주하고 싶었다.
한 잔 들이키면,
불같이 타오르는 무언가가 나를 덮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불꽃은 금세 사그라들었고,
남은 건 타버린 재만이었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었다.
한 잔, 또 한 잔.
내가 쫓는 건 술이 아니라 그 술 속에 담긴 무언가였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모든 게 뒤엉켜 있었지만,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분리해내고 싶었다.
이 잔에는 기쁨을,
다음 잔에는 절망을.
그렇게 감정의 조각들을 찾아가면서
나는 나 자신을 찾으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술이 더해질수록
세상은 흐릿해졌지만,
그 흐릿함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나를 울게 했던 순간들,
나를 웃게 했던 사람들,
그 모든 장면들이 술잔 속에서 떠올랐다가
다시 사라졌다.
마치 잠시 빛을 발하는 별처럼.
하지만 결국, 술도 그 별처럼 사라지는 법이다.
잔이 비고, 병이 바닥을 보이면
다시 고요해진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잔을 다시 채우면서
이 술잔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술 속에 삶의 진리가 담겨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그리고 그걸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