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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X와 콘텐츠 전략의 결합

브랜드는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다

by 김석민

브랜드가 이야기라면, 콘텐츠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떠올려 보십시오. 이름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경험했던 순간을. 손에 쥐었던 감촉, 광고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첫 사용의 인상.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제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 기억이며, 감각이며, 감정입니다.

디지털 시대에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BX)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만져보지 않아도, 우리는 브랜드를 경험합니다.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온라인 리뷰에서—브랜드는 끊임없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 많고, 너무 시끄럽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어떤 브랜드는 금세 잊히고, 어떤 브랜드는 계속해서 우리 곁을 맴돕니다.

차이는 무엇일까요? 브랜드를 하나의 서사로 만드는가, 그렇지 않은가입니다.



1. e-브랜딩 시대, 브랜드 경험은 콘텐츠가 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은 변했습니다. 제품을 직접 손에 쥐기도 전에, 우리는 브랜드를 경험합니다.

유튜브 광고에서 브랜드의 첫인상을 마주하고,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감각적인 이미지로 브랜드를 맛보며,

네이버 검색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들여다봅니다.

과거의 브랜드 경험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콘텐츠가 브랜드 경험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콘텐츠로 그 경험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광고가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를 만든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 정보가 나열된 광고를 원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단순히 ‘우리는 이런 기능을 제공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관심을 잃습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올 때,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써모스(Thermos)는 단순한 보온병 브랜드가 아닙니다. 그것은 겨울 아침의 따뜻한 첫 모금이기도 하고, 등산 중 차가운 바람 속에서 꺼내 마시는 커피 한 잔이기도 합니다. 브랜드는 그 기능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경험하는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2038650979_20231020075646_7990075420.jpg 등산용 보틀을 강조한 써모스 (뉴스와이어)


2. 브랜드 경험을 기억으로 만드는 콘텐츠의 힘

디지털 브랜드 경험에서 콘텐츠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1) 감각을 건드려라

사람은 숫자가 아니라 감각으로 기억합니다.
단순히 “우리 제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온력을 자랑합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는 금세 잊힙니다. 하지만 “겨울 새벽, 첫 차를 기다리며 손을 감싸 쥔 따뜻한 보온병”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는 오래 남습니다.

예를 들어, 로지텍(Logitech)은 ‘정밀한 기술력’을 강조하는 대신, 손끝에 닿는 키감과 오랜 작업에도 피로감 없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경험할 순간을 콘텐츠로 형상화하는 것입니다.


1054806_1084123_3339.png 키감을 강조한 로지텍 사진 (https://www.discoverynews.kr/)


2) 서사를 만들어라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연결될 때 힘을 가집니다.
한 번의 광고, 한 편의 게시물이 아니라, 브랜드가 쌓아가는 하나의 서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몽블랑(Montblanc)은 단순한 필기구를 파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기록의 순간’을 강조하며, 필기하는 경험 자체를 브랜드화합니다. 브랜드의 콘텐츠는 단순한 제품 소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순간’으로 연결됩니다.


FU1iKoS3X9rU6VZfwQ6f0CMGB045Z7M0FujDF8KyREPNp_lAumNddNNe9jFD2WT_s1YCVIzI4NYZmM3969Hvrg.webp 기록의 순간을 강조한 몽블랑 사진 (나무위키)


3) 디지털 전반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라

소비자는 한 가지 경로로 브랜드를 접하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보고,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고,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후 구매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톤앤매너가 달라진다면 소비자는 혼란을 느끼고 신뢰를 잃게 됩니다.

웹사이트에서는 친절한 설명을 제공하지만,

SNS에서는 트렌디한 감성을 유지하고,

이메일에서는 따뜻한 환대를 담는다.

모든 콘텐츠가 각기 다른 형식을 취하더라도, 브랜드 경험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져야 합니다.


3. BX와 콘텐츠 전략이 결합될 때, 브랜드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BX와 콘텐츠 전략이 따로 움직이는 순간,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전략이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과 맞물릴 때, 브랜드는 하나의 세계가 됩니다.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경험하는 ‘순간’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단절된 홍보가 아니라, 연결된 ‘서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머무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e-브랜딩 시대에서 브랜드가 남기는 것은 단순한 로고도, 기능도 아닙니다.

브랜드가 만들어낸 하나의 장면, 하나의 감각, 하나의 기억이 소비자의 삶 속에 남는 것입니다.

BX와 콘텐츠 전략이 제대로 결합된 브랜드는,
사람들이 ‘필요해서’ 찾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떠올리는 브랜드가 됩니다.


이제는 브랜드가 곧 콘텐츠이며, 콘텐츠가 곧 브랜드입니다.
브랜드가 하나의 세계가 된다면, 소비자는 그 세계를 경험하고,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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