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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만들 수 있지만, 기억까지 만들 수 있을까?

데이터 기반 BX 전략 수립

by 김석민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를까요.


우연히 스쳐 지나간 광고의 음악, 문득 떠오른 포장지의 감촉,

그리고 아주 사소한 배려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경험.
사람은 브랜드 자체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를 기억할 뿐입니다.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설계한다는 것은, 그 감정의 온도를 다시 꺼내 쓰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온도의 흔적을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정의 흐름을 숫자로 측정하는 기술

데이터는 흔히 객관적인 숫자라고 생각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한 언어입니다.
브랜드 경험을 정밀하게 해석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의 흐름을 관찰합니다.


정량적 데이터
고객의 행동을 수치로 표현한 정보입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있습니다.

웹사이트 지표: 방문자 수, 페이지 체류 시간, 이탈률, 클릭 경로, 전환율 등

구매 관련 데이터: 구매 횟수, 장바구니 이탈률, 재구매 주기, 객단가 등

사용 패턴: 기능별 이용 빈도, 진입 및 종료 지점, 세션 길이 등

만족도 조사: CSAT(고객 만족도 점수), NPS(추천 의향 점수) 등 수치 기반 지표


정성적 데이터
고객의 감정, 태도, 반응을 텍스트나 언어로 수집한 비정형 정보입니다.

상품 리뷰 및 평가: 감정 키워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서술형 후기의 흐름

고객 문의 및 피드백(VoC): 상담 내용, 요청 사항, 불만 및 칭찬 사례

소셜 미디어 반응: 해시태그 활용 방식, 댓글과 멘션의 정서적 톤

설문 응답 및 인터뷰: 고객이 직접 표현한 기대, 니즈, 인식 변화 등

이 모든 데이터는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숫자와 텍스트 뒤에 숨어 있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목표 설정과 이해관계자 설득을 위한 데이터 활용

브랜드 경험 설계에서 중요한 첫 단계는 ‘무엇을 위해 데이터를 읽을 것인가’를 명확히 설정하는 일입니다. 목표가 없으면 데이터는 방향을 잃습니다.

성과 지표 설정: 단순 클릭률이 아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유도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캠페인 이후의 자발적 공유율, 고객 리뷰의 언어 변화, 반복 방문 비율 등은 감정 기반의 성과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설득: 데이터는 내부 설득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마케팅 부서, 개발팀, 경영진 등 각 이해관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에 맞춰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그 의미를 맥락 중심으로 해석해 전달하는 것이 설계자의 역할입니다.

구매 동기 분석: 고객은 단지 가격이나 기능 때문에 제품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싶은 표현의 수단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시 감성적 맥락, 자아 표현 욕구, 사회적 의미까지 읽어내야 합니다.

정보 탐색 과정 반영: 고객은 구매 전 비교와 탐색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채널을 이용하는지, 어떤 언어를 검색하는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생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구매 이전의 망설임까지도 데이터로 남습니다.


인간 중심의 데이터 전략을 위하여

데이터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요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전략의 기반이 됩니다.

신체적 요소: 시간대에 따른 접속 패턴, 디바이스 사용 특성, 이용 환경 등 물리적 조건은 행동의 맥락을 형성합니다.

인지적 요소: 정보처리 방식, 시각적 선호, 이해 가능성 등은 콘텐츠 구성과 정보 전달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적 요소: 기쁨, 불안, 기대, 공감 같은 감정은 브랜드와의 접촉 순간마다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고객이 무엇에 감동하고, 언제 실망하는지를 읽어내야 진정한 경험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사회적 요소: 소속감, 관계 맺기, 타인의 의견에 대한 반응 등은 커뮤니티 전략과 리뷰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문화적 요소: 언어, 기념일, 세대적 가치관, 지역적 맥락 등은 브랜드 메시지의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됩니다.

결국, 데이터 전략이란 인간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례로 보는 정교한 데이터 활용

오롤리데이(OH, LOLLY DAY!)는 감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리뷰 데이터를 분류하고, 그 결과를 브랜드의 SNS 콘텐츠와 메일링 메시지에 반영합니다. 시즌별 감정 흐름에 따라 “요즘 이런 마음일 것 같아 준비했어요”라는 식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며, 이는 브랜드가 ‘공감하는 존재’로 기억되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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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딜러(HeyDealer)는 차량 정보뿐 아니라 딜러의 신뢰 지표(후기, 평점, 거래 이력)를 UX 내에 직관적으로 배치해, 고객이 단순한 최고가보다 ‘믿을 수 있는 거래’를 선택하게 만듭니다. 고객은 단순 가격 비교를 넘어, ‘내 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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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속에 머무는 경험이 됩니다.
브랜드 경험을 위한 데이터 전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무엇을 측정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이해했는가’일지도 모릅니다.



브랜드 경험은 설계로 시작되지만, 기억은 예고 없는 감정으로 남습니다.숫자는 차갑지만, 그것으로 따뜻함을 짓는 일은 사람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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