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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우리는 어떤 브랜드와 함께 하고 있을까요?

경험 디자인의 미래: 트렌드와 전망

by 김석민


출근 준비를 하며 열어본 스마트미러에 오늘의 날씨와 스케줄, 컨디션에 맞춘 피부 루틴이 떠오르고, 냉장고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줍니다. 방금 전 퇴근길에 검색했던 운동화를 기억한 브랜드는 퇴근 시간에 맞춰 근처 매장에서 픽업 가능한 재고 알림을 보냅니다.
이 모든 과정이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고, 내 하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진화 덕분입니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개입’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사용자가 인식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감정과 상황에 맞춰 반응하는 브랜드. 그것이 바로 BX(Brand Experience, 브랜드 경험)의 미래입니다.

BX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전제입니다. 단지 감각적인 디자인이나 인상적인 캠페인만으로는 브랜드를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게 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의 일상 속에, 감정의 결에 맞춰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려면, 전략적으로 설계된 BX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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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은 어디까지 확장되는가


디자인은 브랜드의 얼굴을 만들고, BX는 브랜드의 태도를 만듭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브랜드는 단지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잘 느껴지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전하는 모든 접점—검색 결과, 매장 내부, 패키지, 앱 인터페이스, 푸시 알림, 고객센터의 한마디까지—이 모든 것이 연결된 경험이어야 합니다.

나이키는 운동을 파는 게 아닙니다. ‘할 수 있다’는 감정의 서사를 팝니다.

아디다스는 신발을 팔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식을 제공합니다.

브랜드는 제품을 설명하지 않고도, 태도와 감정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맺습니다.


경험 디자인, 지금 바뀌고 있는 10가지 흐름


1. AI가 감정을 예측하고 반응합니다.
사용자의 구매 이력이나 클릭 패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표정, 음성, 터치 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로 사용자의 ‘현재 감정 상태’를 읽고, 그에 맞는 경험을 제안하는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이제 기계 학습을 넘어 감정 예측 기반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를 통해 더 섬세하고 인격적인 연결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2. 디지털과 피지컬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쇼룸에서 본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온라인에서 예약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거나 픽업하는 구조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브랜드는 온·오프라인을 별개로 보지 않고, 하나의 연속된 사용자 흐름으로 통합된 설계를 갖춰야 합니다. ‘피지털(Phygital)’ 전략이 필수가 된 시대입니다.


3. 브랜드의 UI가 감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브랜드의 인터페이스가 유동적으로 반응하는 경험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기분을 감지해 톤이 달라지는 앱, 밤에는 더 부드러운 음성으로 응대하는 챗봇 등. 이제 브랜드의 시각 언어도 감정에 반응하며 사용자와 감성적 유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4. 공동 창작과 참여가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브랜드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용자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커스터마이징 제품, 크라우드 소싱 콘텐츠, 사용자 피드백 기반 리뉴얼 등은 모두 브랜드 경험의 주도권을 소비자에게 나누어주는 전략입니다.


5. 경험의 지속 가능성이 윤리로 시각화됩니다.
친환경이나 윤리적 생산은 더 이상 마케팅용 슬로건이 아닙니다. ‘이 제품은 제작 과정에서 얼마의 탄소를 절감했습니다’ 같은 정보가 UI 상에서 직접 제공되거나, 배송 박스 자체가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메시지를 담는 경험이 됩니다. 윤리는 이제 UX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6. 가상의 인물이 진짜 감정을 전달합니다.
브랜드 전용 AI 캐릭터나 가상 인플루언서는 단순한 정보 전달 도구를 넘어, 감정적 연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디지털 캐릭터는 신뢰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기도 합니다.


7. 데이터의 윤리와 디자인의 투명성이 요구됩니다.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이 UX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합니다. “왜 이 정보가 필요한지”, “수집된 정보로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경험은 오히려 불쾌함을 남길 수 있습니다. 투명성 자체가 사용자 경험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8. 브랜드 서사는 일관되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인쇄물, 공간, 심지어 제품 내부 포장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목소리와 톤은 일관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접점마다 다른 언어를 경험하면 혼란을 느끼고, 결국 브랜드 신뢰를 잃게 됩니다. 브랜드는 ‘이야기 구조’를 기준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구축해야 합니다.


9. 기억의 단서(Cue)를 설계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반복 가능한 감각적 신호를 설계해야 합니다. 특정 소리, 리듬, 색상, 감촉은 브랜드를 무의식 속에 각인시키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일관된 시각적·청각적 요소가 반복될수록,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식하고 기억하게 됩니다.


10. 반복될 수 있는 경험으로 구조화되어야 합니다.
BX는 ‘한 번의 인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완성됩니다. 구매 이후에도 계속해서 브랜드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흐름, 예측 가능한 UX 패턴, 시즌마다 반복되는 콘텐츠 경험 등은 브랜드에 대한 익숙함과 충성도를 쌓는 토대가 됩니다. ‘다음에도 이 브랜드를 찾고 싶다’는 감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준비해야 할 BX 전략


BX는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설계입니다. BX는 브랜드 철학을 경험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입니다. 준비가 필요한 것은 '감각'이 아니라 '일관성'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경로를 낯설지 않게, 어딜 들어가도 같은 공기를 느끼게 해야 합니다.


브랜드 철학을 구체화하세요. '무엇을 믿는가'라는 문장을 한 줄로 정리해보세요. 그 철학이 없다면 경험은 방향을 잃습니다.

경험 설계의 일관성을 확보하세요. 브랜드의 메시지, 디자인 톤, 행동 방식이 채널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언어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BX 가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모든 제작물의 기준점이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기반 사용자 인식을 구조화하세요. 소비자의 여정과 접점, 반복 행동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누가 방문했는가’가 아니라, ‘왜 반응했는가’를 추적해야 합니다.

고객 여정을 맥락 중심으로 재정의하세요. 검색 → 클릭 → 구매가 아닌, 감정 → 궁금증 → 발견 → 설득 → 재경험이라는 흐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작은 경험부터 깊이 설계하세요. 대형 캠페인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손에 닿는 작은 순간입니다. 결제 버튼의 위치, 이메일 제목, 알림 메시지—all BX입니다.

내부 팀 간의 정렬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세요. BX는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개발, 마케팅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경험은 우리 브랜드를 닮았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BX의 자산화를 위한 아카이브 시스템을 마련하세요. 좋은 BX는 휘발되지 않아야 합니다. 사례, 기준, 피드백을 기록하고 다음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남겨야 합니다.


결국 기억되는 브랜드는?


브랜드 경험은 결국 사람의 마음속에서 완성됩니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디자인을 넘어서고, 서비스 품질을 넘어서며, 기술의 정교함조차 감정의 파동으로 치환해냅니다.

BX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좋아하게 된 브랜드는, 언젠가 필요할 때 반드시 떠오릅니다. 브랜드가 기억이 되기 위해, 우리는 경험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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