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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 앞에서 잠시 손이 멈췄다

by 김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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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좀 힘들어하는 것 같네요.”

디자인 시안이 몇 차례 되돌아온 뒤, 조심스러운 말이 흘렀다.
지적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간결한 관찰처럼 느껴졌다.


디자인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새로운 도구가 투입되었고, 그로 인해 익숙한 흐름이 잠시 흔들렸다.
시도는 조용히 진행됐지만, 그 안에는 작은 실험들이 숨어 있었다.


요즘의 프로젝트 환경은 바쁘다.
빠른 결과가 요구되고, 효율은 기본값이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해왔어요.”


익숙하고 안전한 말이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말이 반복되는 순간부터
더 나은 방향을 탐색하는 흐름이 멈추기도 한다.


디자인은 정답이 정해진 작업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사용자 행동이 바뀌며, 기준은 계속 달라진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유효한 태도가 있다면,

바로 다시 묻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험에는 시간이 든다.
완성된 툴보다 불안정한 시도가 더 많은 리소스를 요구한다.
하지만 모든 실험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은 팀을 유연하게 만든다.


지금은 AI가 시안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구조를 추천하는 시대다.
도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점점 더,
왜 이 디자인이어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이 있는 조직은 흔들릴 수 있지만, 쉽게 굳지 않는다.
익숙함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고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프로젝트를 낯설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더 깊이 있게 만든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해왔어요.”
그 말이 나올 때, 손을 잠시 멈추는 편이 좋다.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게 해도 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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