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야성, 지나간, 지나온 것들

열여섯 번째 귤껍질 편지

by 귤껍질

부자 되고 싶고, 부러움을 받고 싶고, 그런 거 다 아주 좋아하는데요. 근데 무엇보다 낭만적으로 살고 싶어요. 별 거 아니어도 잘 웃고, 맛있는 건 꼭 나눠 먹고, 후회 없이 마음에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요.


어린아이 같이 좋아하고, 궁금한 것들이 많은 사람들,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게 즐거워서 타인의 삶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좋겠어요.


연휴에는 축 늘어져서 아무런 유용한 행위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보내려고요.





팀원들과 팀장님이 킵해둔 술을 마시겠다며, 회사 근처 음악바를 갔는데요. 그중 좋았던 노래가 있어서 기록해요. (킵해둔 건 소문나서, 다른 팀원들이 이미 마셨더라고요 ㅎㅎㅎ)


어반자카파의 '그대 고운 내 사랑'이라는 노래예요.

아래는 가장 좋았던 가사인데, 들으면서 메모장에 기록해 뒀어요.



그대를 쉬게 하고 싶어

내 귀한 사람아




ch1. 공간 대여를 시작합니다.


시안 갤러리&공방 공간을 대여하려고요. 시안 북스테이와 시너지를 내면서 서로 잘 성장하면 좋겠어요.


부모님의 따뜻함과 성실함을 알아요. 그래서 시안에 온 사람들이 충분히 환대받고, 쉬고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종종 손님이 머물고, 손글씨로 작성해 준 후기를 보내오며, 좋은 분들이었다고, 신이 난 카톡이 와요. 그럼 이런 순간들이 더 많이 쌓이면 좋겠다, 잘해봐야겠다, 다짐해요.


그냥 공간이 좋아서, 뿐만 아니라 계절을 담아내며 변하고 성장하는 공간이 궁금해지고,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서 시안에 왔으면 좋겠어요. 이런 마음을 담아서 네이버플레이스에 공간을 등록하고, 소개글로 작성한 내용이에요.



아이보리색 고벽돌로, 직영 방식으로 직접 디자인한 갤러리입니다. 일층과 이층이 30도의 각도를 이루며 마당을 안아줍니다. 갤러리 안의 벽돌 아치와 달 조명이 고급스럽습니다.


간단한 제철 간식과 차가 제공됩니다. 갤러리와 공방 공간을 대여하여 브라이덜 샤워, 워크숍, 독서 모임, 차담 등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아침, 낮, 저녁 3시간씩 공간을 온전히 누려보세요. 서늘한 아침 공기, 따스한 한낮의 햇살, 저녁을 맞이하는 풀벌레의 노랫소리까지 광덕산의 맑은 공기 속에서 예술적인 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벽난로를 켜고, 갈대와 목화와 함께하는 눈 오는 풍경을, 봄에는 새순이 돋고 생동하는 푸른 숲을, 여름에는 계곡물이 흐르는 물먹은 초록으로 가득한 광덕산을, 가을에는 동그랗고 빨간 감과 붉게 물든 단풍과 함께 계절의 흐름을 만끽하세요.


공방에서 도자기 수업, 테라스에서 웨버와 장작 세팅도 가능합니다. 예약 시 신청주세요.



아래 링크 첨부해 둘게요. 구경오세요 :)


https://naver.me/FeXaVi3J



ch2. 나만의 일인용 소파


이사 간다고 했더니, 대뜸 저는 이사 가면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라며 나만의 일인용 소파를 가지고 싶다는 분이 있었어요. 바로 고동색, 가죽 소파가 떠올랐어요. 그 위에서 책 읽고 쉬고, 가만히 멍 때리고 싶어요. 상상만으로도 부자가 되는 느낌, 훔 글을 쓰는 지금도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사랑의 이해>를 다시 보고 있는데요. 안수영의 집이 따뜻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식물들을 곳곳에 잘 사용해서 멈춰있지 않고 생동하는 느낌도 들고, 해가 잘 드는 베란다가 있는 집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공간이 왜 좋냐는 질문을 받아서 생각해 봤는데요. 한 사람의 세상을 엿볼 수 있는 느낌이 좋아요. 오랜만에 네일아트를 받았는데, 공간이 무척 예뻤어요. 수집, 이라는 이름에 맞게 집을 연상시키는 러그와 오브제들, 네일아트 속 손그림과 결이 비슷한 도자기와 소품들, 포근한 털실과 알록달록한 천으로 만들어진 슬리퍼, 옷걸이에 걸린 파란 패딩 위를 덮은 흰색 데이지들까지 작고 예쁜 우주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ch3. 좋은 땅에 심어졌다는 것


종종 떠오르는 문장들 중, "좋은 땅에 뿌리웠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 결실하여 혹 백배, 혹 육십 배, 혹 삼십 배가 되느니라 하시더라"라는 성경 글귀가 있어요.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어린 시절 매년 연말이 되면 교회에 가서 말씀 뽑기라는 걸 했어요. 전에는 그냥 의례적인 행사일 뿐이었는데, 이 말은 괜히 너무 좋아서, 여러 번 입속으로 조용하게 굴려봤어요.


스스로 내가 좋은 땅에 뿌리운 씨앗이라고 느껴지면, 내 삶을 기대하게 돼요. 그 느낌이 좋아요. 엄마 아빠가 나에게 좋은 땅이 되어준다고 느끼고, 스스로 단단하게 딛고 설 마음의 토대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면 이 감각을 잊지 않으면 나는 결국 잘 될 수밖에 없다, 는 생각이 들어요.




ch4. 못생겨진 느낌, 괜히 사랑스러운 느낌을 왔다 갔다 오가면서


김혜수 배우님이 나쁜 걸 먹으면 못나게 살이 찐다,라고 했는데 재밌는 표현 같아 기억에 남았어요. 그럼 좋은 걸 먹어서 찌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는 서울엄마가 하는 슈퍼판도 가구, 성시경 먹을 텐데 맛집인 실비 식당도 가서 맛난 걸 잔뜩 먹었어요.


동그랗고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과 가볍고 경쾌해 보이는 몸짓, 요즘 제 추구미예요. 바라는 모습은 살고 싶은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날이 서서 예민하게 굴기보다, 동그랗게 흘러 보내고, 상황이든 사람이든 섬세하게 경험해내고 싶은가 봐요. 무겁게 내려앉기보다, 뭐든 될 수 있는 말랑한 상태이고 싶어요.


아래 사진은 엄청 부드러웠던 크림, 버터, 빵과 달달하고 쫀득했던 기름떡볶이예요!




ch5.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후회하는 게 너무 무서워요. 불나방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돌다리도 백번 두들기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 중간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어요. 웬만하면 남들이 하는 건 해두고,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고 싶어요. 그런데 동시에 마음에 가장 솔직하게 자유롭게 사는 걸 포기하지도 못하겠어요.


이전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저를 보며, 아빠가 해 준 이야기가 있어요. 비 온 뒤 시골길을 걸으면, 물이 고인 곳에 엄청난 수의 올챙이 때가 모여 있다고, 그 세상이 전부라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영양분과 물을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헤엄친다고, 그 올챙이들처럼 작은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힘들어하지 말라고 했죠.


동경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 저를 두면, 그들의 관점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자신의 개성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 수만큼 삶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들이 있다는 걸 경험하고 싶어요. 그럼 내 마음에서 원하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은 불안은 없지 않을까요.



'안나라 수마나라' 만화에서 일등이에게 마법사가 아스팔트 길 외롭지 않냐, 며 꽃길을 보여줘요. 아스팔트 길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일단 달리고 어느 지점까지 도착하면 쉬자, 그때 꽃길을 잠깐 기웃거리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근데 뭔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길이 있는지 모르고 젤 좋은 길, 제일 잘 뚫린 길로 빨리만 가면 뭔가 재미가 없잖아요.


희망적인 건, 저는 싫어하는 건 잘 안 해요. 사근사근하고 예의 바르지만, 남들의 입맛에 저를 맞추는 게 좋은 관계를 위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다른 부분을 공유하면서 성장하고, 재미가 있는 거니까, 나의 존재를 흐릿하게 하여 타인을 빛나게 하는 식으로 관계 맺지 않는다는 점이 스스로 좋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니까, 용기 내서 후회 없는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ch6. 익숙한 풍경


이제 정말, 두 달 후에는 인테리어까지 다 완료되고 저는 목동을, 서울을 떠나요. 작년에 학창 시절을 통째로 머물렀던 이 동네로 돌아와서 느꼈던,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생생해요.


동네에 대한 글을 찬찬히 좀 더 써보려구요. 이곳에 담긴 시간들과 다시 멀어지는 거니까. 그전에, 아쉽지 않게요.





연휴에는 집에서 꼼짝도 안 했어요. 원래 시안에 머무는데, 올해는 서울집에서 오직 배달음식만 먹으며 쉬었어요. 그게 제 일이라는 듯이.


날이 좋은 건 좀 아까워서 커튼을 열어뒀어요. 한가롭고 느긋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좋았어요.



옛날에 시안에서 발견한 네잎클로버예요. (이전에 올렸던 브런치 글에서 가져온 사진이에요.)


올 한 해 행운이 깃들길,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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