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귤껍질 편지
뭔가를 자꾸 쓰고 기획하고 그런 과정을 하다 보면 결과물이 내 마음에 쏙 들어서 마침표를 찍을 때도 있고, 어딘가 싫은 구석이 있어 빙빙 한자리를 맴돌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해요.
내가 만든 것을 스스로 가장 애정 어린 눈으로 봐줄 수 있는가, 일단 내 마음에 드는가, 가장 많이 물어요.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인데요. 막 애쓰기보다, 그냥 하나씩 해보려고요. 그냥 해보는 거죠 뭐. 그리고 하고 싶은 게 많은 거랑, 주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내달리는 거는 아주 다른 거니까요.
요즘에는 일단 여백을 가지자, 지금 기분 좋고 보고, 그리고 그 좋은 기분을 동력으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풀어놓자. 그런 여유로운 생각을 하고 있어요.
1/12(월) 출장과 샤부샤부, 두바이찹쌀떡
1/13(화) 웜볼, 독일 유학원 상담, 자금계획서 제출
1/14(수) 회사 운동, 인테리어 계약
1/15(목) 필라테스
1/16(금) 사장님과 깜짝 점심, 미니북 팝업, 저녁 약속
1/17(토) 김밥과 아이스크림
1/18(일) 미나리 삼겹살 김밥과 라뽂이, 러스트 베이커리
한 달이 금세 가요. 지금은 추워서 손도 목도 못 내놓고 종종거리며 걷지만 곧 타는 듯한 햇살에, 회사로 집으로 카페로 일단 어디든 더위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날들이 오겠죠.
긴 주기의 시간들일 수록 빨리 가는 것 같아요. 하루가 느리고, 일 년은 순식간이죠.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 잘 살자, 좋은 루틴을 만들고 건강한 것 먹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하고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멀리까지 내달리려는 마음의 균형을 잡아요.
ch1. 드디어, 결제수단을 연결!
이제 곧 네이버페이로 시안북스테이 예약이 가능해요. 작게 작게 하나씩 해나가자고 생각해요. 사업자와 계정 주인이 일치해야 네이버페이를 붙일 수 있어서, 네이버에서 시안하우스 주인 계정을 제 것에서 엄마 것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했어요. 뭔가를 하고 엄마아빠에게 공유하면, 아빠는 항상 "큰딸 수고했다" 해요.
결제 수단을 신청한 기념으로 예약 링크를 걸어둘게요. 결제가 편해진 것도 있지만, 리뷰 남기는 과정이 쉬워져서 얼른 네이버페이로 결제 가능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냥 넘어가는 주가 최대한 없도록, 매주 뭐든 하려고요. 아마도 시안은 오랫동안 가져갈 프로젝트가 될 테니까, 꾸준하기만 하면 상상하는 것들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정밀아 님 콘서트에 가서, 시안에서도 이런 작은 음악회나 콘서트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마음을 담아서 엄마가 '시안 뜰' 간판을 제작했다며 사진을 보내왔어요. 시안의 가능성이 확장되고 있고,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보려고요.
ch2. 제자리에 있으려면 뛰어야 해
요즘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뛰지 않으면 제자리를 유지할 수 없는 악몽이 자꾸 생각나요.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버릴 것 같아요. 이 불안을 다루기 위해 계속 쓰고, 듣고, 읽고 그런 행위를 반복해요. 뭔가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하고,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의식 같은 거예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그래야 이 시간이 유의미하다는 착각이 들어요. 아무튼 무의미를 견디지 못해서, 자꾸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요. 삶은 그냥 흐르는 것이고, 의미는 구태여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텐데,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조급한 느낌이에요.
ch3. 약속이 싫어질 때
사람들이 오면, 새로운 세상과 경험이 같이 오므로, 많은 이들과 연결되고 싶어요. 동시에 요즘에는 그게 아주 피로해요. 나를 감당하기 버거울 때, 내 안의 질문들과 고민들이 미해결일 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숙제처럼 느껴져요.
약속을 최대한 미루고 싶고, 취소되면 가뿐한 마음이 들어요. 항상 사람들의 존재를 감사히 여기고, 약속 전날부터 다가올 만남에 설레면 좋을 텐데 말이죠.
ch4.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시에와 쿠에른이 제 최애 브랜드였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비아플레인, 호쿠스포쿠스가 좋아요. 물론 전에 좋아했던 스타일도 여전히 많이 입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특색 있다, 튄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개성이 없다면, 스토리가 없다면 쉽게 대체될 것 같아요. 선호와 취향을 가지고 싶다는 대단한 갈증이 있어요. 덜어내고 선택적으로 채우는 까다로운 삶을 추구해요.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쉽게 대체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다.. 핑계를 대면서 오늘도 옷을 사요.
ch5. 마음의 집이 되어줄
마음이 경계를 풀고 누울 수 있는, 삶의 온도가 꾸준히 다정하게 해 줄 수 있는, 집 같은 관계가 필요해요. 모든 게 불투명하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스스로 좋은 관계가 뭔지 알고 있고, 그래서 찾아가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다독여요.
ch6. 자연을 닮은, 나를 꼬옥 안아주는 것 같은
인테리어를 하면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을지 이야기를 하다가, 떠올린 생각들이 마음에 꼭 들어서 기록해요.
처음에는 작년에 구매한 그림을 닮은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글한 마무리, 남색과 붉은색의 빈티지한 느낌, 다정한 느낌의 원목 가구들과 페브릭, 도자기 제품들로 구성된 공간을 구상했어요. 인테리어의 마무리처럼 이 그림을 걸면 딱 좋겠다는 생각에 그림을 만났던 순간이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그림을 만났던 이야기를 적은 브런치 글도 아래 첨부해 둘게요.
https://brunch.co.kr/@essayhee/177
그렇게 곰곰이 더 생각하다 보니 자연을 닮은 집을 만들고 싶어 졌어요. 현관은 흙, 화장실은 바다, 부엌은 숲의 색감이 느껴지는 타일로 인테리어 하고 싶고, 침실에는 분홍색 포인트 벽지를 사용하고 싶어요. 작업 공간과 침실 사이 책장을 두어 공간을 분리하려는데요. 작업 공간은 전반적으로 흰색으로 깔끔하게, 그리고 커튼과 페브릭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어요. 침실 쪽은 사랑스러운 느낌, 아늑한 느낌으로 할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듣더니, 엄마는 "훌륭해", "다 구현하려면 얼른 55평 집으로 이사 가야겠다" 했어요. (ㅋㅋ) 실제로 어떤 인테리어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공간을 상상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제 짐으로 집이 미어지지 않게, 우선 이삿짐 정리부터 해야겠어요.
ch7. 작은 책들, 그 안에 담긴 큰 세상들
올해는 책 만들기에 대해 탐구해보려 해요. 브랜드북, 그리고 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두 권을 세상에 내놓을래요.
근데 내놓고 나서 그 뒤 플랜이 없어서 망설여져요. 누구에게, 어떻게 가 닿을 것인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야기가 세상에 아무 준비도 없이 던져지지 않도록, 나아갈 길을 그려보고 있어요.
아래는 '취향의 섬, 미니북전'을 가서 촬영한 사진이에요.
ch8. 뒤늦은 연말 정산
딱 3가지만 회고해야 한다면, 올해의 사람, 도전, 책/전시 세 가지 카테고리를 정리할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내 삶에 영향을 준 사람들을 적었더니 꽤나 흥미로웠어요. 공통적으로, 몽상가 같은 면과 통찰력을 같이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도전은 시안북스테이를 시작한 것, 브랜드 팀에 신규 발령 나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 것, 집을 산 것, 맹그로브에서 두 달 거주한 것, 귤껍질 편지를 시작한 것, 유학 준비 등이에요.
책은 ‘자기 앞의 생‘, ’ 먼저 온 미래‘, ’ 터틀넥프레스-사업일기‘ 이렇게 3권, 전시/공연은 ‘태양의 서커스’, ‘정밀아 콘서트’, ‘보아프 전시‘ 이렇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외 추가로 새롭게 해 본 건, 호주 자유여행, 파티 가서 인플루언서 간접체험, 테니스 배우기, 1일 1팩으로 피부관리하기 예요.
또 가장 많이 고민한 주제는 관계, 글쓰기, 기획하기인데, 앞으로도 정말 잘하고 싶은 영역이에요.
마지막으로 숨은 MVP는 젤리켓 인형, 비밀샌드위치, 신촌 기찻길이에요. 하다 보니 5가지 카테고리로 늘어났네요.
이번 주는 고민이 최대치를 찍고, 내려가고 있어요.. 미래의 모든 고민들을 당겨하는 건 현재만 피폐해지게 할 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오늘 주어진 삶을 즐길래요.
미래의 문제들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계획하는 건 일부러 시키지 않아도, 불안해서 저절로 하게 되는 성격이에요. 그러니까 스스로의 불안을 일부러 더 자극하고, 착취하는 건 그만둘래요. (물론 내 인생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지만요!)
서른 다짐을 쭉 적어봤어요.
공간에 거울을 두면, 개방감이 화악 생긴다는 걸 알려준 인테리어!
나랑 눈 맞추는 것 같아, 부담스러우면서도 따뜻해 보였던 장면
우드의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찍어봤어요.
갑자기 사장님과 점심을 먹게 되어, 야심 차게 주문한 안심스테이크!
하늘은 언제나 예뻐서, 출퇴근 길에 종종 올려다봐요.
두바이 찹쌀떡.. 꼭 먹어보시길! (두쫀쿠보다 맛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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