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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 Apr 27. 2023

프롤로그

<잠자는 동물들> 연재를 시작하며


사람 때문에 기분이 별로 안 좋은 날, 나를 웃게 해주는 존재는 다름 아닌 동물이었다.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강아지들, 조용히 제 갈 길을 가는 길고양이들, 가끔씩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는 뚱뚱한 비둘기들, 아주 운 좋으면 마주치는 무당벌레 등.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들을 볼 때면 삶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보게 되곤 했고, 그런 상상은 내 삶에 큰 활력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기대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부질없어지곤 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떤 내용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때마침 올해 초 슬립테크 스타트업에 입사하게 되면서 주제를 좁혀볼 수 있었다. ‘동물의 수면’에 대한 이야기로.


물론 나는 동물학자도, 수면 전문가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도 아니다. 그럼에도, 쓸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간 여러 주제들로 취재하고, 기록하고, 읽고 쓰고 습작해온 경험들을 발판 삼아, 작게나마 무언가 나눌 수 있길 바랐다. 내가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좋으니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연재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거나 내가 평소 눈여겨본 동물들로 선정했다. 대부분 반려동물로 키우기엔 힘든, 동물원이나 사파리에 직접 가지 않는 한 마주치기 힘든 존재들이다.


동물의 세계도, 수면도 내겐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더 많이 알고 싶고, 또 궁금하다. 동물과 수면에 대해 끊임없이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몰랐던 삶의 진실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고 <잠자는 동물들> 연재를 시작해본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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