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지 에세이『제철 행복』은 우리나라에 있는 4계절과 24 절기에 따른 계절 변화와 작가의 시선으로 함께 손잡고 따라가는 듯한 자연 안내서와 행복 숙제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실은 큰 기대 없이 도서관으로 빌려 보다가
'어? 이거 안 되겠는데? 소장해야겠는데?' 하고서 구입했네요. 다른 분도 그러시더라고요~^^
한 번은 버스 정거장 벤치에 아들과 앉아 있다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황급히 튀어 나갔는데 제 무릎에 이 책이 있었던 걸 방정맞게 잊고 말았었지요~
버스정류장에서 보도블럭에 갈린 책 모서리
행복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느낌이었지만 책을 또 너무 숭배했나 싶기도 하고요~
약 2주간 작가님의 재치와 표현에 웃음을 머금고 필사도 하면서 읽었는데요,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는 시점에 안성맞춤인 책이었어요.
절기는커녕 웬만한 기념일이나 어디 축제도 챙겨가지 않는 편인 제가 올해는 꼭 처음으로 동지팥죽을 챙겨 먹어 볼 것이고 내년 그 절기쯤엔 꼭 해보겠다고 하는 것들이 소소하게 생겼답니다.
그러나 대부분 챙겨 먹고 싶은 제철 음식이 가장 많았네요.
어제 불금 독서모임
독서 모임 주제 질문은 3가지였는데 모두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 보며 캘린더를 넘겨보게 하는 맛이 있었고, 거기서 행복을 서로 나누는 것이 참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했답니다.
1. 올겨울에 내가 심어 볼 제철 행복은 무엇인가요?
▶ 11/22 절기 소설 무렵, 텀블러에 따뜻한 사케 담아 산책, 한밤에 창가에서 문 열고 찬바람 통하는 라면 먹기, 12/21 동지 무렵 팥죽, 1/20 대한 무렵 북카페 가기 등을 노트에 적어 보았어요.
2. 내가 좋아하는 제철(또는 절기)은 언제인가요? 그때 무엇을 하면 행복한가요?
▶ 입춘 무렵, 겨우내 튤립 구근 심은 것이 꽃피울 때. 히아신스 구근 사서 꽃 보기
3. 올해 중 가장 좋았던 날은 언제인가요?
▶ 추석 때 인천 옹진군 섬에 굴업도 여행. 친정 가족과 함께 여행 간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천혜의 자연환경에 쫓겨 다니지 않으면서 숙소와 가까운 바다만 몇 차례 들락거리며 지냈던 2박 3일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번 공통 도서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을 담은 책, 김욱 편역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였는데요. 고통에서 출발하는 자아 성찰과 위로를 받게 되는 대목들과 호불호 갈리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진짜 자잘한 내 삶이 너무 소중하다는 듯한 이야기들이 많았답니다. 우리는 역시 자연과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정말 몇 년 만에 탁상달력도 사서 내년 절기와 할 일들도 몇 가지 적어보고, 올겨울에 '굳이' 해볼 것들을 여러 가지 적어 보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다이어리로 한 해를 계획할때 목표와 성장 위주로 썼다면 이번에는 너무 소소하지만 챙겨줘야 하는 것들을 끼워 넣어보았답니다.
김신지 <제철행복> 인플루엔셜. 필사
"올해 좋았던 일 하나씩 얘기하자!" 김신지 『제철 행복』 p. 304
라는 문장을 적고 올해를 되돌아보며 생각보다 많은 여행을 했다는 것에 놀랐어요. 1년에 한두 번 누군가 가자고 할 때나 가보는 정도였었는데 이번엔 좀 더 많았어요.
2월 중순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코로나 이전부터 모아놨던 곗돈으로 '시그니엘 부산 호텔' 1박 여행을 해 보면서 바다 전망을 누려 보고, 룸서비스까지 누려보았어요. 일식 코스요리도 최고였고, 파자마 파티처럼 잠옷들도 예쁜 것으로 고르고요~ 남편분들의 외조 덕에 다섯 명이 고등학교 때의 감성을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보냈어요.
2월 말에는부산 2박3일 가족여행이었는데요. 남편, 아들, 저까지 셋만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우린 뚜벅이라 역시 인천에서는 매우 먼 부산으로 갔었답니다. 아들이 해운대, 광운대, 송산 바다를 원 없이 보아서 좋아했어요. 케이블카도 타고 수족관도 갔었네요.
7월 말 여름엔 포항의 남동생네 둘째 돌잔치로 갔다가 포항 호미곶과 해수욕장을 잠시 구경하고 왔어요.
9월에는 인천 섬 굴업도 2박3일 가족여행도 다녀왔어요.
약 2월부터 2개월 동안 저녁에 포토샵 학원 수강을 하고 4월 말에 보았던 시험에서 'GTQ 1급' 합격을 한 기쁨을 잠시 누렸어요.
1월 초부터 4월 초까지는 저의 갑상선 수술 후 집안일을 돕기 위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 주어서 기뻤었지만 5대 종합병원 파업으로 인해 2월 수술이 무기한 연기되어 남편은 다시 일하다가 5월 중순에야 급히 수술이 잡혀서 한 일주일 남편이 쉬어 주었지요.
저는 5월에 갑상샘 수술 후 14일 만에 회사에 복귀하여 일하면서 근로계약 문제가 생겨서 마음의 병을 많이 앓았습니다. 사직서를 이번에 제출하였어요. 겨울을 온전히 쉬어볼까 하고요.
지난달에는 첫 '어른뮤지컬'로아들과 뮤지컬 <킹키부츠>를 관람했고 이번 달에는 아들과 '포레스텔라'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다 보니 시야가 많이 가려졌었습니다만 의미가 켰어요.
이번 달에는 올해 버킷 리스트중에 하나였던 '어머니와 콘서트 가기'를 처음으로 실행해서 이번 달에 이승철 콘서트도 다녀왔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음향도 좋았지만 역시 이승철 목소리 관리와 무대매너 너무 멋있었어요. 여행과 공연에 돈을 많이 쓴 해였군요.
올해는 글쓰기 행사도 세 군데 백일장 참여도 해 보았어요. 입상은 못 했지만, 참여에 의의를 둡니다~
개인 기록으로는 역대급 독서량 (11/09 현재 74권 완독, 연말까지 100권 목표)을 갱신하고 있고 브런치 연재(신도시 그녀들의 독서법 찾기)도 어떻게든 연재요일 주 3회 맞추려고 무리해서 글 쓴 보람이 있었어요. (연재요일 장치 없으니 연재 마치자마자 뒷이야기 안 쓰고 있다는...)
이번 달까지 근무하고 그동안 매여 있었던 직장에서 탈출하는 것까지 찍으면 더 좋은 한 해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한 해를 끼적이고 보니 다사다난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탄치도 않았지만, 행복도 잘 챙겨 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