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잘할 순 없어
내가 맨 처음 시작한 것은 운동(헬스)이었다. 말해 무엇하는가. 군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작하는 자기 계발이 운동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선임들도 운동을 즐겨했기에 입문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와 동시에 시작한 것은 일본어 공부였다. 원래부터 일본어에는 어느 정도 흥미가 있었다. 그 어느 정도의 흥미가 있는 상태로 출타를 나가니, 서점에서 자꾸만 일본어 책이 눈에 밟혔다.
‘군대 왔는데 이 시간 허송세월로 보낼 거야? 이참에 공부하자!’
그렇게 홧김에 사버린 일본어 책 덕분에, 내 일과에는 일본어 공부도 추가되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심지어는 기타(!!!)도 연습하기로 했다. 기타는 대학생 시절 조금 만져봤던 기억이 있었다.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그 기억이 되살아나 내 꼭 기타를 연마하리라, 하고 시작해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일과는 ‘근무-수면-점호-운동-근무-공부-기타-점호-근무-수면…‘과 같은 사이클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열정이 넘쳤었다. 하지만…’열정은 쓰레기다‘라는 책을 알고 있는가? 책의 요지는 누구나 처음에는 열정으로 일을 할 수 있지만, 곧 그 열정은 사그라들어 쓰레기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열정이 아니라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인데… 나는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열정을 폐기하는 선에서 멈춰버렸다.
도저히 모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교대근무의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하고, 사람이 줄어들면 하루의 근무량도 늘어나, 모든 자기 계발을 할 수가 없었다. 점차 각 종목의 시행시간이 줄어들고… 그러다 하나를 빼먹는 날이 생기고… 그렇게 다른 것도 빼먹고… 하기로 마음먹은 속도만큼 그만하자는 마음이 내게 밀려들어왔다.
나는 그렇게 열정의 함정에 빠졌고, 3개월 뒤 남은 것은 누워만 있는 나와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뿐이었다.
이대로는 안 됐다. 나의 가용 체력,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행위를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와중 찾아온 취미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