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를 공책에 써 내려간 후, 나는 다음 고민을 시작했다. 시를 쓰는 것은 확정. 그렇다면 이것을 어디에 모아둘 것인가?
물론 공책 자체가 쓴 시를 모아두려고 샀던 것이지만, 이 공책에는 시뿐만 아니라 글감의 아이디어, 간단한 그림, 악보 등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담을 곳이었기에 시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블로그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이나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런 정보들을 찾기 위해 블로그의 글들을 많이 읽었고, 그것들을 따라 하겠다고 블로그도 엉성하지만 카테고리를 만들어 둔 적이 있었다. 잘 쓰든 못 쓰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으며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 블로그. 여기가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블로그부터. 거기서부터 시작.
사실 군대에 와서 시를 짓기 전에도 블로그에 글을 가끔씩 올리곤 했다. 나는 요새 유행하는 mbti로 따지면 N중의 N이기에, 혼자이든 여럿이든 낮이든 밤에든 항상 온갖 생각이 머리에 뒤죽박죽 섞여 있다. 가끔 그 생각들 중에 깊이 고민하거나 정제할만한 것이 발견되면 글의 얼개를 머릿속으로 짜 두고 집에 가자마자 글로 쓰는 것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시를 블로그에 올린다는 것은 사실 정해진 수순이었겠다.
블로그에 시를 올리는 것은 생각지 못한 부가효과를 만들어냈다. 바로 멈추었던 내 글쓰기 습관을 다시 시작하게 해 준 것이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들어가니 내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고, 더 잘 쓰고 싶다, 더 새로운 내용을 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문어발식 글쓰기
글을 더 써 보기로 결심한 후, 외출을 나가서 책을 한 권 사 왔다. 바로 스테르담 작가의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뒤 브런치스토리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이 책에서 얻었던 영감 중 하나는 '문어발식 글쓰기'였다. 너무 하나의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글들을 한 번에, 쓰다가 막히면 다음 글로, 또 막히면 다음 글로... 계속해서 쓰는 것이다.
이것을 적용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글을 쓸 만한 것을 추려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내가 한창 연습하던 노래 부르기
-내 과거의 삶
-순간순간 드는 내 생각에 관한 이야기
이렇게 크게 4개 주제를 잡고 하루는 음악, 하루는 삶... 이런 식으로 글을 써 보았다. 제로에서부터 내가 생각한 주제에 맞게 얼개를 짜 글을 쓰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고, 글을 어느 정도 구색 있게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 글쓰기들이 잠시 장벽을 맞게 되는 일이 생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