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추게 한 단어
글을 쓰고 읽을 때 종종 작게 소리 내어 읽는다.
후루룩 읽다가도 좋은 단어나 표현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때면, 문장의 앞으로 돌아와 작게 소리 내어 읽는다. 그렇게 눈과 입의 속도를 맞추어 보다 보면 활자 너머의 어떤 것들이 내 안에 들어오곤 한다.
겨울이 힘든 것은 마음의 틈으로 찬기가 들어차기 때문이라는 지난 일기의 어느 문장 앞으로 돌아왔고, 작게 소리 내어 읽다가 ‘마음’이라는 단어의 발음 앞에서 멈춰 섰다.
”마음“
미지근하고 네모난 발음이었다.
서늘하거나 차갑지 않고,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지근함. 시끄럽게 날뛰지 않고, 그렇다고 정적이지도 않은, 느리게, 뭉근하게 움직이는 느낌의 단어. 마음을 발음해 보았다.
아-음.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졌다가 부드럽고 단호하게 앙 닫힌다. 입의 모양 때문인지, 거대한 고래가 크게 입을 벌려 물과 물고기들을 양껏 빨아들이는 모습이 상상된다.
커다랗고 온순하다.
마음을 발음해 보며 느껴지는 감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꼭 모퉁이가 완만한 커다란 네모 같다. 부드럽게 가두는 단어. 마음에 형태가 부여된다면 왠지 모든 부분이 모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뭉근하게 미지근한 발음이라고 생각했다.
수식어가 붙지 않은 마음은 미지근한 느낌을 준다. 대개 미지근하다는 느낌은 내 체온과 비슷할 때 받는다. 마음 그 안에 나와 비슷한 것들로 채워져 있거나, 나뿐이거나. 쉽게 착각할 수 있는 마음의 단어가 곧 마음이겠구나 생각했다. 수식어가 붙지 않은 마음은 비어있어 아무것도 아니다가도, 때론 모든 것을 품어 결국 두 글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마음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다가 마음만큼 유일한 단어는 없겠다 싶어, 생각하기를 멈췄다.
오늘은 마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뻐끔뻐끔 발음해 보는 일을 했다. 고래처럼 열고 닫고, 또 열고 닫으며 마음을 순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