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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Oct 16. 2024

위암4기 항암일기: 2차약제(2사이클)

다사다난한 항암

매주 목요일마다 치료하는 탁솔+사이람자 조합

4주 차 휴약기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내고

 2사이클을 시작했지만

응급실에 일주일 입원까지 다사다난한 2사이클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 2사이클(탁솔+사이람자)


기분도 좋도 컨디션도 좋은 상태로 병원 도착!

휴약기동안 너무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서 피검사 결과가 또 좋을 것 같은 예감이랄까?


머리를 밀고 가발을 쓰고 첫 외래, 교수님께서 머리 새로 만들었냐고 농담을 하셨고 예쁘다고 해주셨다 ​

그렇게 교수님과 기분 좋은 농담 몇 마디를 주고받고

그동안 지내면서 불편했던 점을 말씀드리는데 휴약기 동안 새로운 부작용으로 잇몸에서 피가 난다


코피가 대표적인 부작용이긴 한데 한번 피가 나면 멎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 거라고 현재는 심하진 않고 경미한 정도라 우선 패스

양치할 때랑 자고 일어나면 살짝 피가 고여있긴 한데

양치를 엄청 살살하니까 또 괜찮은 것 같다(정말 살살해야 함)

아무튼 휴약기 동안에는 아주 경미한 부작용이 있었고

피검사 결과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종양수치가 훅 떨어졌다

떨어진다고 생각은 했는데 한 번만에 절반 이상이!

34에서 12.7로

이제 정상 범위까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수치를 보니너무 행복하다


우리 병원에서는 종양수치를 매번 피검사로 확인하는 중이어서 교수님께서도 항암효과를 종양수치를 통해 참고하고 계신다

실제로 나는 종양수치에 따라서 재발이나 내 몸상태도 확실히 비교가 되는 것 같다

피검사결과 종양수치는 아주 기분 좋게 통과

다른 수치들은 확인해 보니까 또 리파제, 아밀라아제(췌장수치)가 높긴 한데 교수님께서는 그럴 수 있다고 하셔서 왜 그런지 조금 걱정은 되지만

(아마 항암 때문에 췌장 쪽에 무리가 가는 게 아닐지..)

나머지는 다 괜찮은 것 같다

탁사조합 부작용으로 호중구수치가 낮아지는 게 대표 부작용인데

조금 낮아지긴 했으나 아직까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니어서 앞으로 감염에 조심하고 더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그렇게 이번에도 항암 잘 맞고 집에 내려와서도 저녁 한 그릇 뚝딱

속이 울렁거리는 부작용이 없어서 정말 잘 먹는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안심하자마자 밤에 새로운 부작용 등장이요 끝없는 부작용과의 싸움..

갑자기 설사 지옥에 빠져버렸다

부작용 중에 설사가 심할 수도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항암하고 온 당일만 그러고 또 금세 내 몸으로 돌아왔다

탁사 조합으로 항암하고 나서 항상 항암 하고 온 당일은 배가 아프다

그리고 지속되는 부작용으로는 양치할 때 피가 좀 많이 나는 것

가끔은 자다 일어나서도 잇몸에 피가 고여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코피가 많이 난다는데 나는 잇몸에 피가 나는지.. 심하진 않아서 교수님이 괜찮다고 하셨다

떰브샷
그동안의 종양수치 기록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 2사이클(탁솔)


조금 웃긴.. 민망한 얘기인데 이때까지 2주 차에 하나만 맞는걸 사이람자로 알고 있었다

오늘 주사 맞는데 약 확인하다가 탁솔이길래 간호사 선생님한테 약 잘못 올라온 거 아니냐고 여쭤봤는데 원래 하나 맞는 건 탁솔이라고

약이 바뀌고 나서 딱히 정보를 들은 곳이 없어 이렇게 차근차근 알아갑니다

오늘 그리고 다음 주 남은 2사이클 항암은 따로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없이 진행하기 때문에 외래도 없어서 바로 항암을 하러 가면 된다

연휴 끝나고 목요일이라 유난히 더 사람이 많았다

이번에도 하나만 맞아서 그런지 멀쩡한 내 몸

약이 바뀌고 나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아무튼 잘 지낼 수 있음에 너무너무너무 감사하다

원래 보통 항암하러 혼자 오는데 오늘은 엄마랑 같이 와서 점심에 조심스레 냉면 한 그릇을 먹고 항암 시작

항암 끝나고도 배가 고파서 저녁 먹기 전에 소보로빵 하나를 다 먹었다

나는 빵순이.. 이 정도면 자제 잘하는 편 ㅎㅎ

그렇게 집 와서 엄마가 차려주는 건강밥상(소고기뭇국, 고등어)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몸 상태가 이대로만 쭉 유지되면 좋겠다

항암치료에 너무 잘 맞는 내 몸이지만 평생 항암을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치료 안 받고도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 몸이 되길

다음 주는 약 바꾸고 처음으로 ct검사가 있다

몸에 명치가 찌른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아주 조금 반응만 있어도 걱정이 한가득인 4기 환우인 건 어쩔 수 없지만 걱정도 적당히 해야 하는 것

ct전까지 잘 먹고 몸 잘 챙겨야지

별 탈 없이 이렇게 쭉 괜찮길..


며칠 후, 갑작스러운 응급실행

목요일에 항암을 하고 주말까지 잘 보냈는데 갑자기 짧은 사이에 많은 일들이 생겼다

다음 항암 하러 가기 전, 새로운 부작용 이슈

잇몸이 퉁퉁부어서 침 삼키기조차 힘든 상황

보통 탁사 부작용으로 구내염이 많이 나는데 구내염은아니고 사랑니 있는 쪽 잇몸이 엄청 부어올랐다


왜 종양수치가 정상범위로 가려고만 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열도 39도까지 오르고 가만히 있어도 너무 아파서 괴로워서 ​본원에 문의를 하니 치과를 우선 가보래서 치과를 갔다


치료는 함부로 하면 안 되니 어떤 상태인지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동네치과를 갔는데 암환자라고 하니까 너무 소극적으로 봐주셔서 참..

그렇게 그냥 아무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가글만 받고 왔는데 열이 39도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잇몸이 퉁퉁 부어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첫 119 응급실행


코 앞에 충대병원이 있지만 응급실을 야간엔 하지 않아서 대전까지 가야 했다

참 뉴스로 보긴 했지만 막상 겪으니 심각하다

동네 종합병원에서는 암환자라고 하니 상급병원을 가는 게 좋다 해서 대전에 한 병원으로 실려갔다

현재 상황으로는 열을 내릴 수 있는 엉덩이 주사만 놓아줄 수 있대서 엉덩이 주사를 맞고 집으로 가는 길

응급실 비급여라 산정특례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뭐가 바뀐 건지 산정특례 적용이 됐다

​산정특례가 아니었으면 이때까지 치료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냥 버티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오늘

적극적으로 바로바로 대처하고 망설임 없이 119를 누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급한불은 껐지만 계속 되는 통증

무사히 다음 항암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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