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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Nov 07. 2024

위암4기 진단1년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이유

2023년 11월 7일

위 내시경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던 1년 전의 오늘


대학병원 가기 전,

내시경을 받았던 동네 병원에서 위암 소견을 듣고

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대학병원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이틀 후, 조직검사 결과지와 영상 CD를 가지고

대학병원에 갔고 재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고 일주일 후인 11월 14일

위암4기- 위, 간, 림프절, 복막전이 판정을 받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니 감회가 새롭다

4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죽음이라는 단어만 생각이 났는데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놀랍게도 하루 만에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후로 나는 젊다는 이유로 공격적으로 항암치료를 했다


20대, 30대의 암세포는 말 그대로 젊고 활발하다

교수님께서는 내 암세포가 건강하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그 덕분에 항암치료 효과도 눈에 띄게 나타나지만

정말 한 순간에 없어졌던 암이 빠르게 생기고 무서운 내성이 생긴다


나는 1차약제로 항암제의 효과를 똑똑히 봤다

1차약제로 총 16번의 항암

13번 만에 ‘기적’ 이 찾아왔고 그날은 잊을 수가 없다


2개월에 한 번씩 ct검사를 할수록 점점 없어지는 암

그리고 가장 복병이던 복막의 암까지 사라져 꿈만 꾸던 수술을 기대할 수 있었다

(복막암은 수술로 제거가 어려워 항암제로 없어져야 수술을 할 수 있다)

원발암까지 사라진 나의 몸은 병원에서도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적‘의 몸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응원이 모여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적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감사함과 기쁨을 주변사람들과 온전히 나누기도 전에 내성은 정말 빠르게 생겼고

결국 지금 맞고 있는 2차약제와 함께하고 있다


1차약제로 항암을 16차까지 하는 동안에는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가짐만으로 무조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부작용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의지로 견뎌왔다

실제로 그렇게 지내다 보니 부작용은 불편함에 그칠 정도였다  


이제 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몸은 영락없는 암환자이다

까매진 손과 발, 혈색 없는 얼굴, 온몸을 덮은 발진의 거뭇거뭇한 흔적,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올 듯한 빨간 반점들, 빠진 머리 등등.. 겉모습은 이 정도이니 내 몸속의 건강한 세포들은 훨씬 더 많이 망가져 있을 것이다


내성이 생기고 나는 깨달았다

암은 내 노력밖의 일도 일어나고 그 상황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그냥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리고 무한긍정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나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암에 대한 지식과 치료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고 불안함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2차약제를 시작하고 나서는 몸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지고 명치가 찌르고 소화가 안되면 다시 암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내성.. 젊은 암환자에게 더 빠르게 찾아오는 내성은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많지 않은 위암 환자에게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지는데 도대체 왜 암은 고칠 수 없는 병일까


하지만 아직 내가 숨을 쉬고 있는 한,

내 인생을 놓지 않고 꽉 붙들고 있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끝까지 이겨낼 수 있다


내성이 오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기적

그 기적이 다시 찾아오기 전까지 나는 지금 내 위치에서 최대한 암과 싸우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식단+규칙적인 운동


이렇게 내가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오늘도 암과 함께 동행하는 나에겐 오늘이 기적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을 조금만 더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

이 정도 욕심은 가져도 되겠지?

1년 전에 이런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기)

나도 내 주변 누군가가 이렇게 크게 아프다고 하면

연락할 용기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바쁘게 지내느라 그냥 지나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마음들

사실 엄청 가까이 지내지 않은 이상 연락한다는 자체가 그만큼 어려웠을 걸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냐고, 할 수 있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연락 주신 분들 너무 큰 힘이 돼준 사람들 너무 감사하다

긴 장문의 글이 아니라도 그냥 누가 나를 생각해서

연락 온다는 게 이렇게나 큰 힘이 되는지

이래서 사람이 중요하구나 사람 때문에 살아가는구나

치료받고 이겨내서 웃는 얼굴로 보답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라도 고마웠다고 제가 다시 꼭 연락할게요

사랑하는 가족, 남자친구, 시끄​렁(내친구들)

회사 동료, 대학 친구들, 고향 언니오빠 친구들

다들 요즘 제가 건강 챙기라고 하면 웃던데

건강이 최고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

말로만 했던 밥 한 끼도 만나서 꼭 같이 먹을 수 있길 ​

(이하생략)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중고등학교 이후로 10년 넘게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이 연락이 왔을 때

그때 나는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몇 백통의 연락, 함께 울어주고 아파해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1년이라는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우울한 암환자가 아닌 밝고 긍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원래의 내 모습을 잃지 않은 건 다 사람들 덕분이다


난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준 주변사람들

그리고 지금은 암밍아웃 덕분에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얼굴을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이 함께 기도하고 응원해주고 있다  


언젠가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글을 꼭 올리고 싶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나지 않은 암과의 싸움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계속 지금처럼 엄지 척을 내밀며 나만의 방식으로 이겨내 보자!

(글에서 여러 번 나오지만 항암 할 때 떰브샷을 찍는 루틴이 있다)


떰브샷! 엄지척!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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