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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Nov 14. 2024

선물

너만을 위한 글

나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내 건강 하나만을 위해 매일 자기 전 기도를 하는 사람


오늘은 암 투병생활 중 받은 선물

나의 투병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나의 힘든 길을 기꺼이 함께 걷겠다고 용기 있게 한 발을 내디뎌 준 남자친구를 위해 지난 화 ‘위암4기, 진단 1년’ 글을 이어서 짧은 글을 쓰려고 한다


‘남자친구는 언제 만났어?‘

‘아프기 전에 알던 사람이야?‘


암환자인 내가 연애를 한다니

그것도 암 진단을 받고 난 이후로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나조차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내가 의지할 사람이 생겨 너무 다행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아프고 나서 그를 만났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와 연애를 하기 전에도 본인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아파서 울었고

그가 생각한 슬픔의 크기만큼 내가 슬퍼하지 않고 당당하게 견디는 모습을 보고 더 마음이 깊어졌다고 한다

나를 만나고 지금까지 아마 그는 혼자서 눈물을 훔치는 일들이 많았을 거다  


그는 한결같이 나를 암환자가 아닌 20대의 여자인 한 사람으로 나를 바라봐준다

1차 항암약으로 손발이 까매진 나를 보며 꼬질꼬질한 말티쥬 같다고 귀여워해주고

온몸에 전신발진이 올라온 나를 보고도 걱정과 사랑으로 나를 꽉 안아줬다


삭발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본인도 머리를 밀겠다며 어찌나 강경하게 말을 하던지..ㅎㅎ

심지어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야!!! 말리는데 한참 걸린 건비밀이다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예전의 멀끔했던 내 모습보다 지금 성치 않은 내 모습을 더 예뻐해 준다


암환자가 사랑을 한다는 건 마음가짐의 차이겠지만 사실 보통 연인들이 연애하는 모습에서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보통 연인관계에서는 겪지 않아도 될 아픔들이 더해지지만 우린 그럴수록 더욱더 절절하고 소중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이 순간, 오늘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1년 가까이 만나는 동안 작은 말다툼 한 번 없이 그렇게 사랑을 듬뿍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늘 내 건강이 우선이라 데이트를 할 때도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보단 건강한 지극히 내 위주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나는 이렇게 건강한 음식을 원래 좋아해~‘라고 말해주는 너를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항상 큰 가방을 항상 매고 와서 무거운 짐들은 다 본인이 들고

그 가방 속마저도 약, 마스크, 손소독제, 연고, 벌레퇴치제 등 내 건강을 위한 용품들로 가득 채우고 다니는 너를


1년 가까이 만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가 밝게 떠있는 날에도 위험하다며 집 코앞까지 데려다주는 너를,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냐는 말과 아픈 데는 없냐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너를..


나에겐 선물로 다가온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왜 나를 만나서 고생을 하는 건지

이렇게 착하고 나만 생각해 주는 너를 곁에 두는 게 어쩔 땐 내 욕심이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나는 더 셀 수 없이 기도드린다

‘제발 이 사람을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입버릇처럼 너와 있을 때도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외친다

삶의 의지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존재

아마 나는 그가 있는 한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내고

나의 삶을 더욱더 찬란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회복하는 그날까지, 이 사람과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아닌 확신을 주는 그날까지

많이 흔들려야 하고 불안하겠지만 지금처럼 우리의 소중한 오늘을 함께 써 내려가보자며 우리의 미래를 약속한다

서로의 존재를 알기 한참 전부터 몇 킬로 떨어진 곳에서 같은 시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무지개를 찍은 우리는 어떤 인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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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안내>


이번글이 시간이 많이 늦었죠?

제가 아무래도 암환자고 항암일기를 쓰려고 하니까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요일 연재가 구독자분들과 약속이다 보니

혹시나 기다리는 분이 계시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도 휴재를 하려다 늦게나마 글을 올립니다.


오늘도 항암을 하고 왔습니다.

마음이 편안할 때 글을 써야 보시는 분들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좋은 에너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글은 2주의 시간을 가진 후,

12월 5일 목요일에 돌아옵니다!


사실 그전에 또 브런치 생각이 나면 글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12월 5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늘 소소한 암환자의 항암일기를 읽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구독자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에겐 또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늘 보내주신 응원과 기도에 힘입어 긍정적으로 이겨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요 ㅎㅎ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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