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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Oct 31. 2024

추모

Memento mori

위암4기 환우 한 분이 또 떠났다


한참을 멍하게 본 한 아버지의 글

아드님이 하늘의 별이 되었고, 아들을 추모공원에 모셔놓고 사진 한 장만 들고 집에 돌아오는 처지가 원망스럽다는 글을 올리셨다


자식을 먼저 보낸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남겨진 부모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가 있을까

환우분의 아버지께서는 아드님 투병기간 내내 암환자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리셨다

점점 차오르는 복수와 심해지는 통증에 방법이 없을지답답한 마음이 가득 담긴 글..

아드님의 치료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듯 보였다


아드님이 암 진단을 받고 난 직후에 아버지께서 위암에 대해 검색을 하고 우연히 내 블로그를 보다가 자문을 구하고 싶어 댓글을 남기셨다

아드님은 나보다 10살 정도 많으셨고 30대의 젊은 나이에 암에 갑자기 걸렸다

갑자기.. 그렇게 암은 갑자기 찾아오고 일상을 덮친다


아주 다급해 보이는 댓글 하나가 보인다

보통 댓글로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휴대폰 번호 하나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적잖게 들었던 것 같다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섭기도 하고,

선뜻 전화를 드려서 내가 치료받는 병원이나 교수님을함부로 추천드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나의 생활방식이나 식단, 마음가짐, 항암치료 과정 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도움을 드릴 수 있지만

가장 큰 기반이 되는 병원 선택 문제는 나중에 원망과 무거운 짐을 내가 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진단받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누구라도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는 그 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나니까 내 위치에서 드릴 수 있는 말을 최대한 전해 드렸다


현재 치료받고 있는 병원, 교수님 성함과 함께 덧붙여서 말씀드린다

내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은 상급병원이기는 하나 암으로 알려진 big5 병원이 아니고, 선택지를 여러 개 두지 않고 급하게 선택한 병원이다

당시 나도 위암4기를 진단받고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상급병원에 다시 예약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나한테는 너무 잘 맞고 만족하고 있으나 병원을 잘 알아보시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이후에 내가 다니는 병원이 아닌 더 큰 병원을 알아보고 다닌다고 하셨고 평소 식단관리에 대해 여쭤보셔서 알려드리고 카톡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카페에서 글을 보니까 아드님은 치료 시작과 동시에 음식 섭취가 거의 불가능한듯해 보였다

잊고 있었던 암4기의 현실이기도 하다


마지막 카톡에서 다음에 세종에서 아드님과 얼굴을 한번 보자는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연락을 한지도 불과 몇 달 전인데..

올라오는 글을 보며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길 바랐는데

그는 너무 빨리 하늘의 별이 되었다


투병하는 내내 얼마나 고통에 몸부림쳤을지

그리고 죽음 앞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같은 위암4기 환우로서, 짧게나마 인연이 닿은 사람으로서 마음을 담아 글을 적고 기억하고 싶었다


하늘에서는 암에 벗어나 고통 없이 편하게 쉬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길

이런 소식들을 접하고 내가 영향을 받지 않을지 주변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암환자 커뮤니티 카페와 블로그에서 환우분들과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곤 한다

그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상황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린 서로 적당히 거리를 두며 적당히 의지하며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사실 나는 유일하게 카톡을 주고받고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우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오늘도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이 사람은 나와 완전관해까지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


또 한번의 이별이 한동안 생각이 날 거고 많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제 진단을 받고 내 글을 보며 힘을 받고 항암을 시작하는 환우분들과 나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달릴 것을 약속한 환우분들을 생각해서 지금처럼 꿋꿋하게 잘 견뎌낼 것이다


죽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요즘은 워낙 안타까운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기에 어떤 이유로 끝을 맞이하게 될지 아는 내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암에 걸린 나의 끝이 암이 아닐 수도

물론 나는 알고 있는 나의 마지막을 10년, 20년, 30년 가능한 더 오래오래 억지로 밀어낼 거다


착한 사람들을 하늘에서 쓰임이 있어 데려간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너무 힘든 세상이니 편한 곳으로 데려간다는..


하나님,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너무 좋으니

오래오래 이곳에서 쓰임 있는 사람으로 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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