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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향나무 Mar 23. 2024

누가 나보고 내 말이 슬프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상관없어".



"상관이 없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그러니깐 이왕이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난 아무래도 다 좋으니깐

상관없으니깐.



상관이 없는 이유는 많았다.

1. 정말 '상관'이 '없어서'


2. 이렇게 해도 그만 저렇게 해도 그만이어서.



3. 선택지 중에 어떤 걸 선택해도 다 비슷비슷한데 상대방은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이왕이면 하고 싶은 거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하면 나도 기분이 좋으니깐.



그래서 다 상관이 없다.

다 그럴 수 있다.



"근데 난 왜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게 슬프지? 슬퍼 보이지?"


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있을 텐데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게 왜 슬프게 들리지? 라며

내가 상관이 없다는 말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들을 듣더니 슬프다더라.



보통 이렇게 말하면

그래? 그래도 너 하고 싶은 거 있을 거 아니야?

진짜 상관없어?

신기하다 어떻게 상관이 없지?

다들 이렇게 말하는 게 끝이었다.



이런 반응이 아니라

슬프게 들리고 슬퍼 보인다고 말했을 때

뭔가 내 모습을 들킨 기분이었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는데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들켰다.

사실 상관이 없다기보다는 귀찮고

상관 쓰고 싶지 않고

상관 쓸 힘이 없는 거였다.

어쩌면 크게 욕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냥

그냥

굳이 설명하거나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갈 수 있으니깐

그런 기운 없는 모습을 들켰었다.



막상 그런 모습을 알아봐 주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막상 그런 모습을 알아줬는데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나를 들킨 기분이라.

들켰다는 사실에 빠져 다른 기분은 신경 쓰지 못했다.


이제껏 나는

다른 누군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그 사람의 말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상관이 없었다. 상관 쓰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나도 상관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서인지 내가 뱉은 말을 듣고 어떤 감정을 이야기할 때면 좋지도 않고 안 좋지도 않고 그저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나의 모습을 알아봐 줬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알아봐 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들키고 싶은 않은 모습이라

숨기고 있을 수도 있는데

굳이 내가 알아차리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알아도 모른 척 그냥 모르는 상태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고 싶으면 말하고

겉으로 내보이고 싶으면 보이고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기다리는 게 좋겠다 싶다.

그래서 알아도 모른 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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