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팬미팅 이야기
코로나 팬데믹이 길고도 길었다.
우리 집은 그 기간 동안 아무도 집으로 들이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지인은 물론, 아이들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 우리 아이들에겐 방과 후 운동장에서 노는 게 친구와 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 마저도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많아지고, 운동장에서 노는 친구도 점점 없어져서 사라져 버렸다.
내심 나는 그 부분이 미안하게 생각했다. 학교에 상담 갈 때마다 우리 아이들의 친구관계는 괜찮은지 물었다. 단짝 친구는 없지만 대체로 두루두루 친한 편이라서 별달리 교우문제는 없다고 들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런 차에 반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허락했다.
“그런데 왜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고 싶대?”
딸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고양이들이 보고 싶대. 특히 나미.”
딸아이는 잔뜩 찍어둔 나미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나 보다. 친구들이 실제 나미를 보고 싶어 한다고 얘기했다.
“요즘 애들은 고양이 좋아하나 보네?”
“응. 고양이 엄청 좋아해. 근데 집에 기르는 친구는 나밖에 없어.”
며칠 후 나미 팬 두 명이 팬미팅을 위해 집에 찾아왔다. 다이소에서 산 캔과 츄르, 봉지 간식을 박스에 아주 예쁘게 포장해 왔다. 아이들의 기대보다 나미를 보는 시간은 매우 짧게 끝났다. 나미는 잠깐 아이들 곁에 있다가 금방 2층을 올라가 버렸고, 뒤늦게 1층으로 내려온 늙은 고양이 말분이가 여자애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예쁨을 받았다. 2차 팬미팅도 상황은 비슷했다. 2차 때는 사람이 더 늘어서 고양이들은 시끄럽다고 근처에 잘 가지 않았다.
3차 팬미팅은 앞선 팬미팅에 오지 않았던 친구 한 명이 왔다. 이 친구는 우리 집에 오기 위해 참 오래 별렸다고 들었다. 주말에는 오기 힘들다 해서 그럼 단축수업 끝나고 와도 된다고 허락했더니, 방학하기 며칠 전 드디어 3차 팬미팅이 성사됐다.
시끄럽고 움직임이 큰 사람은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꺼려한다. 그래서 1, 2차 팬미팅에 젊은 고양이들은 다 도망가고 귀먹은 늙은 고양이만 아이들 곁에 남았었다. 3차의 친구는 목소리도 작고 말수도 적다. 부끄럼도 많이 탄다. 고양이들은, 특히나 나미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가만히 곁을 내어주는 나미의 팬서비스를 받은 친구는 츄르와 간식을 조공하고 30분 넘게 빗질을 했다. 말없이 열심히 빗질했다.
친구가 가고 난 뒤에 계단난간에 널려있던 나미를 무심코 쓰다듬었다가 깜짝 놀랐다.
“뭐지? 이 실크 감촉은?”
나미의 등짝은 반질반질 윤이 나고, 감촉이 매끄러워졌다. 털도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30분간 계속된 빗질의 성과였다.
아이들 친구가 왔다 가면 신경이 많이 쓰여서 사실 진도 빠지고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래도 오늘의 나미 상태는 만족스러웠다.
“딸, 오늘 온 친구 또 놀러 오라고 해라.”
아마도 조만간 4차 나미 팬미팅을 열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