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작은 아들이
"엄마도 꿈이란 게 있었어?"
라고 묻는다.
꿈?
글쎄... 내 꿈이 뭐였더라?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제일 잘했을까?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꿈이야기...
아들 둘을 낳고 25년 동안 전업주부로만 살면서 내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다 잊어버린 채 살아왔다.
나라는 존재가, 내 이름이, 내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작은방 붙박이장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꺼내어 보지 않았던 종이상장들을 나열해 보았다.
교내백일장대회 장원
여름방학 과제물 일기부문 최우수상
글짓기대회 우수상
성적 우수상도 있지만 주로 글짓기와 그림상이 많았다.
나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재주가 좀 있었나?
전국적으로 라인댄스가 붐이다.
댄스학원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주민센터 등에 뒤늦게 춤바람 제대로 난 중년 아줌마, 노년 할머니들이 바글바글거린다.
신나는 트로트 음악에 맞추어 한 발짝 한 발짝
스텝을 익히는 모습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천진난만한 얼굴들이다.
예쁜 댄스복과 굽 있는 구두는 다시 젊은 날 그 시절로 데려가고,
같은 취미를 가진 새로운 도반들과 어울려 하하 호호 웃으며 춤을 추다보면 잃어버린 삶의 활력을 찾게된다.
이 라인댄스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여간해서는 헤어 나오기 어렵다.
중년 노년들이 라인댄스에 열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댄스삼매경에 빠진 어머니들을 바라보며 문득 든 생각
저 어머니들도 꽃다운 소녀시절, 꿈 많던 푸른 시절이 있었겠지.
가수가 되고 싶거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꿈꾸었거나
혹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를 희망했겠지.
언제나 삶은 예기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녹록지 않은 현실에 수긍하며 꿈을 접고
가족들 뒷바라지에 헌신하는 삶을 선택했겠지
젊은 시절의 나처럼....
"아! 너무 황홀하다."
수업이 끝나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할머니 한 분을 우연히 탈의실에서 만나 얘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좋으세요?"
하고 물으니
"응 내 생애 이렇게 좋은 날은 없었어!"
하시는 거였다.
나는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몰입을 통해 온갖 근심걱정도 사라지고 온전히 나로 있는 순간의 행복
팔다리 엉덩이 허리 등 몸을 움직이는 활동의 즐거움
희로애락을 담은 트로트곡에 자신의 삶도 반추해 보는 시간
잃어버린 꿈, 잊어버린 열정을 제2의 인생무대에서 불사르는 것이다.
댄스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나도 조금씩 꿈을 되찾아가고 있다.
마냥 생각만 했던 글쓰기의 꿈을 브런치를 통해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 주위의 사물이나 현상, 변하는 자연을 사랑하고 관찰하는 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