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오늘은 오셨네요."
밸리선생님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2주 만에 벨리댄스 수업에 나갔던 것이다.
오랜만에 온 나를 보고 같은 반 회원들은
"그동안 왜 안 나왔어요? 결석하지 말고 꼭 와요."
한다.
나는 댄스학원에서 라인 2회, 밸리 2회 이렇게 주 4회 수업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4회 수업에 나가야 되지만 결석하는 게 태반이다.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출석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나갈 때도 있다.
댄스학원 초반에는 여건이 안됨에도 무리하여 억지로 나간 적도 많지만 이제 오래 다니려면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오래전에 취미로 서예를 한 적이 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학교와 어린이 집에 가고 나면 나는 집을 탈출하듯 빠져나와 서예교실로 향했었다.
육아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붓글씨를 썼었다.
그리고 수업이 없는 날에도 각종 전시회 관람, 회원들 간의 친목모임, 답사를 다녔다.
열정이 과했던 걸까?
유연함이 부족했던 걸까?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 종일반을 전전하게 되었고 큰 아이는 방과 후 배고픔에 시달려야만 했다.
남편은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잦았고 나는 취미생활도 못하냐고 소리쳤다.
고작 취미일 뿐인데 너무 전력을 다했던 거다.
나는 3년 만에 서예를 접었어야 했다.
서예교실에는 나 말고 내 또래의 회원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녀는 17년째 붓을 들고 있다.
그녀는 내가 그렇게 서예에 올인하는 3년 동안 다녔다 안 다녔다 했었다.
심지어 6개월 이상 쉴 때도 있었는데 난 그녀가 얼마 못 가 그만둘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꾸준히 붓을 들고 있는 덕분에
서예부문에서 가장 큰 영예인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큰상도 받게 되었다.
그녀의 롱런비결은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었다.
나도 이제 그런 그녀를 타산지석 삼아 두 번째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주부의 소임이 먼저이기에 집안일을 소홀히 하고 댄스학원에 가는 날은 없다.
가정이 우선이고 내 상황이 우선이다.
평생동안 할 취미생활이라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않는다.
너무 애쓰면 오래가지 못하더라.
짧고 굵은 것보다 가늘고 긴 게 오래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