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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몰입을 통한 힐링

by 에이프럴

"오늘은 새 작품 하나 들어갈게요!"

수업 시간이 반쯤 남아 있을 무렵 선생님이 이마의 땀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한 달에 두 번 새로운 작품을 배우게 되는데 오늘은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많이 집중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카운트*가 훨씬 많고 복잡한 중급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 반은 초중급반인데 평소엔 초급위주의 작품만 하다가 가끔 중급 수준의 작품도 배운다.


새 작품을 배우는 순서는 처음에 음악 없이 한 발 한 발씩 움직이게 되는데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우리가 따라 하는 식이다.

한 카운트별로 동작을 무한 반복하고 익혀지면 다음 카운트로 넘어가서 배우고 익힌다.

전체 카운트를 다 익히게 되면 음악에 스텝을 맞추어 보는데 처음에는 곡의 템포를 느리게 하여 추다가 점차 숙달이 되면 정상 속도의 곡으로 추게 된다.


새로운 작품은 익숙하지 않은 스텝과 변형된 스텝들이 들어있는데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다 보면 발이 꼬이고 옆사람과 마주 보게 되는 일(라인댄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동작을 하는 춤이기에 일어나서는 안되는^^)이 생기기도 한다.그리고 잠시라도 딴생각을 하게 되면 나 혼자만 다른 방향을 바라본 체 서 있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종종 생긴다.


최대한 그런 일이 없도록 바짝 집중하다 보면 목덜미와 등줄기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은 눈을 찌른다.

오로지 지금 여기에 있게 되며 오롯이 나에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혼연일체, 물아일체, 무아지경이란게 이런 것일까?

그러다가 스르륵 나도 모르게 작품 하나를 익히게 된다.


어떤 새로운 것을 학습할때 자기 수준보다 너무 높거나 낮으면 흥미가 없고 조금 높은 단계를 배우게 되면 도전 의식과 성취감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나는 오늘 새로운 작품을 배우며 알게 되었다.

자발적 몰입은 자질구레한 걱정, 불안과 두려움, 삶의 압박, 만성통증과 피곤함을 어디론가 날려 버리고 기쁨과 충만함만 남긴다는 것을......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이런 몰입의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 삶을 견디는 힘도 조금 더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카운트:동작의 순서를 8 동작으로 단락단락 구분 지어 둔 것

*세션:8 카운트가 1 세션, 세션이 4번까지 있으면 32 카운트

보통 초급은 32 카운트, 초중급이상은 40,48,62 카운트 등 안무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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