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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김치와 장어 삼합

맹장의 회복을 위해

by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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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저는 급성 충수염으로 응급 입원해 맹장을 잘라냈습니다.

별거 아니라 여겼던 수술이었는데, 막상 당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겪어보지 않고 쉽게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톡톡히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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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아내가 회복에 좋다며 장어를 구워 줍니다.

오늘 아침이 벌써 세 번째 장어구이.

잘난 남편도 아닌데 이렇게 챙겨주니, 그 정성이 그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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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마트에서 장어 한 팩이 35,000원.

손가락 두 개 굵기의 장어 두세 마리 분량입니다.

양념이 함께 들어 있어 바른 뒤 오븐에 넣으면 끝.

180도에서 20분, 중간에 한 번쯤 양념을 덧바르면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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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두부.

우리 집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기에 단백질은 주로 두부로 보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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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김치라면 묵은지가 제맛이지요.

김치냉장고 깊숙이 숨겨둔 김장 김치를 꺼내 달달 볶습니다.

잘 달군 팬에 김치를 넣고, 물을 살짝 부은 뒤 설탕과

우리집 비장의 무기 채미료를 약간.

두부와 함께 먹기에 딱 좋은 색과 향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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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숯불이 제격이지만 번거로워 오븐을 씁니다.

겉은 약간 꼬들, 속은 부드럽고 찰진 식감.

동동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나지만,

저는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심심한 남자라 밥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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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얹으면 장어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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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린 양념만으로 충분하지만, 저는 고추냉이 애호가입니다.

장어나 초밥 위에 고추냉이를 듬뿍 올려 코가 뻥 뚫리는 짜릿함을 즐깁니다.

밥 위에 얹으면 장어초밥, 두부 위에 볶음김치를 얹으면 깔끔한 삼합.

첫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며, 김치와 고추냉이가 느끼함을 잡아 향긋하게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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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맹장에서 무사히 돌아온 남편을 위해
아내가 차려준 건강식 — 장어와 두부김치였습니다.

살아보니, 사람을 살리는 건 약보다 밥이고, 밥보다 마음이더군요.
아내의 한 끼가 제 몸을 회복시켰고, 그 마음이 제 삶을 단단하게 붙듭니다.
몸이 아파서 멈춘 시간이었지만, 그 덕에 함께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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