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절이 이렇게 빠른 사람들이었나요?
여행 둘째날, 브라티슬라바의 숙소는 구시가지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였는데요. 아침에 나와보니 이렇게 작은 놀이터가 있어서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작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둔 것을 보고 느껴지는 게 많더라고요.
두번째 사진은 무엇인데 찍어놨냐면, 바로 엘리베이터입니다. 유럽은 어딜가든 엘리베이터가 작고 협소하거나 짐만 옮기는 용도인 경우가 많아요. 이곳도 역시나 굉장히 작고 협소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잖아요? ㅎㅎ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짐을 잘 옮겼어요.
아침은 가볍에 티 한잔에 어제 사온 빵으로 요기했습니다. 원래 아침을 잘 안먹기도 하고, 여행오면 더 가볍게 먹게 되더라고요. 시차적응에 실패한 우리 작가님들은 잠을 못자고 새벽부터 일어나 제가 일어날까봐 조심히 다니셨다고 해요. 이런 배려의 아이콘들 같으니라고.ㅎㅎ 사실 저는 시끄러워도 피곤하면 안 깨고 잘 자는 편이라 아무 상관 없는데 말이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지금사진 작가님이 숙소 근처에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는 동안,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저는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이상하게 가장 준비할 것이 많은 제가 항상 늦게 씻게 되는 신기한 마법..ㅎㅎㅎ 그치만 몇시에 나가자고 약속한 시간은 아주 잘 지키는 편입니다.
나갈 채비를 마친 후 나간 블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 입구입니다. 정식 명칭은 흐베즈도슬라보보 광장이에요. 마침 클래식카 모임이 있었는지 클래식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시가지의 느낌이 한층 더 세련되게 느껴졌어요.
마지막 사진 뒤로는 아주 큰 공원이 쭉 이어져 있고, 나무 그늘 아래로 벤치와 그 옆에 길게 늘어선 식당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유럽에 오면 괜히 이런 테라스에서 식사하고 싶잖아요. 우리나라와 다른 정서, 그리고 분위기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구시가지로 들어가면 장난감 가게, 매력적인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요.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에서 가장 유명한 츄밀을 찾아갔습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맨홀 안에서 공사하던 인부가 잠시 나와서 쉬는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ㅎㅎ
브라티슬라바의 중앙광장, 그 안에 위치한 구 시청사, 그리고 미카엘게이트에요. 사실 구시가지 안이 비슷비슷해서 나중에는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습니다. 도심이 아주 작기때문에 걸어서 금방금방 다닐 수 있어요. 브라티슬라바에서 늦은 오후까지 돌아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다니는 바람에 점심 먹고 바로 다음 도시로 출발하기로 해버렸습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예쁘고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바로 성마틴 대성당입니다. 4개의 예배당과 3개의 본당이 있는데 아주 거대하고 아름다워요. 내부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저는 들어가서 촛불도 하나 켜고(전 세계 어디나 비슷한 것 같은데 1유로), 조용히 마음의 소원도 기도하고 나왔습니다. 내부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조용히 다니게 되었던 것 같아요.
드디어 브라티슬라바에서 먹는 점심! 다들 가볍게 먹고 싶어해서 브런치를 먹었는데... 매우 짰다고 합니다. 그치만 배고파서 맛있게 다 먹었고요.ㅎㅎ 브라티슬라바에서 젤라또를 안 먹을 수 없기에 근처에 보이는 젤라또 가게에서 맛있는 젤라또도 사서 먹어보았습니다. 과자를 꽂아주는게 매력적이기도 하고, 젤라또도 맛있었어요. ㅎㅎ
어젯밤 작가님들과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어요. 브라티슬라바는 여유도 있고, 조용한 도시라 너무 좋은 것 같다고요. 우리 여기 와서 에어비앤비하면서 설렁설렁 일하고, 놀면서 살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그러다 심심하면 옆에 가까이 있는 나라들로 여행도 다니고 말이에요. 브라티슬라바는 일하는 시간은 적고, 휴일이 많아요. 물가는 싸고요. 사람들의 목표가 행복함이기 때문에 치열하게 살지 않더라고요. 모두들 여유있어 보여서 그게 제일 부러웠어요.
그러니 우리도 이곳으로 이민을 올까?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더랬죠. 그런데 세상에나. 하루를 돌아보더니 벌써 지루해서 안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ㅎㅎ 이렇게나 손절이 빠를 수 있다니. 점심 먹자마자 빨리 큰 도시로 이동을 하자는 작가님들의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저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했습니다.
약 2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어요. 저희는 부타페스트에서도 아파트를 렌트했는데요. 이번 집은 8층에 있는 조용한 아파트였고, 오토라는 집주인의 남편이 직접 내려와 아주 세세하게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집이 참 아늑하고 편안해 보여서 좋았어요. 빛도 아주 잘 들어왔고요. 무엇보다 매우 깨끗했다는 것!
우리 지노그림 작가님은 영어로 왠만한 대화가 다 가능합니다. 그래서 어딜 가든,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데요. 여행을 하면서도 지노그림 작가님 덕분에 번역기 필요없이, 편안하게 잘 다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왜때문에 세상의 모든 잡다한 지식을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걸 알고 계시기때문에 같이 다니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ㅎㅎ (네... 이미 눈치 채셨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여행에서 저만 잘하면 됩니다.ㅎㅎㅎ)
저희는 숙소에 잠시 짐을 풀고 야경을 보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부다페스트하면 야경이잖아요! 이럴 때 지금사진 작가님의 기지가 발휘됩니다. 차를 가져가 무료로 주차할 곳을 알아보고, 어떤 길로가면 가장 가까운지 미리 다 검색을 해주시거든요. 저희는 사실 몸만 따라가면 된다는 것.ㅎㅎ 지금사진 작가님 덕분에 편하게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이래서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의 합도 중요하죠.
이곳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어부의 요새와 마차시 성당이 있는 입구입니다. 저희는 근처를 돌아보고 일단 배가 고프니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 사실 동유럽은 해가 늦게 지거든요. 이날도 저녁 9시가 되서야 해가지고 야경이 보였답니다.ㅠㅠ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배가 고플 것 같아 저녁을 먼저 먹기로 한 것이죠. ㅎㅎ 해가 늦게 지니까 하루가 엄청 긴 느낌이에요. 밤이 오지 않은 것 같아 무엇이라도 더 해야할 것 같은 강박도 조금 있는 것 같고요. ㅎㅎ
저희는 어부의 요새로 가는 입구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주문했습니다. 제 얼굴보다 컸던 슈니첼, 생선요리, 돼지고기 요리였는데 나름 다 먹을만 했어요. 음식이 많이 맛있었던 건 아닌데 거리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맛있다고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마차시 성당과 그 앞 광장에 세워진 동상이에요. 2차 세계대전 때 이 성당이 무너져 아직도 복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갔던 날에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광장에서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고, 찬양도 하고, 길을 따라 걷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이제 조금씩 해가 어두워 지기 시작하는 것이 보이죠?
우리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또 한 번 브라티슬라바와 손절을 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고, 붐비고 아름다워야 살만하다. 우리 에어비앤비를 부다페스트에서 하는 것이 어떻겠냐.ㅎㅎㅎ 여기가 살기 좋은 것 같다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도시를 옮길 때 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여행의 마지막이 되서야 어떤 도시가 나와 가장 잘 맞았는지 이야기 해볼 수 있겠죠.ㅎㅎ
어부의 요새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어부의 요새는 낮에 가면 입장료는 받는다고 하는데, 저희는 저녁에 가서 매표소 직원이 퇴근했기 때문에 그냥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왜 때문인지 이럴 때 괜히 뿌듯해 ㅎㅎ) 그리고 그 아래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어요.
카페의 가격은 굉장히 사악하지만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는 것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굉장히 추웠습니다. (이게 바로 어제 일인데 이때 바람을 많이 맞아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은;; ㅎㅎㅎ 지금 완전 독한 감기로 고생중입니다.ㅠㅠ)
어부의 요새를 보면 누가 걸었는지 자물쇠도 걸어놨어요. 이것은 전세계 어딜가나 똑같은 것 같아요. 부디 자물쇠를 걸은 분들의 사랑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저희는 드디어 마지막 스팟인 국회의사당 야경을 보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ㅎㅎ
국회의사당 야경은 점등되는 시간이 있고, 밤새도록 켜지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이 야경을 보기 위해 그 시간에만 유람선이 붐비고, 반대편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도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가 갔을 때에도 한국 사람들과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기가 어렵더라고요. ㅎㅎ
짠! 그치만 어쨌거나 야경을 하나는 제대로 찍을 수 있었습니다.ㅎㅎ 사실 저는 추워서 계속 차에 있다가 사진 찍으러 10분 정도 나갔다 왔는데요. 지금사진 작가님은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 들고 좋은 스팟을 찾아 1시간 동안 사진을 찍으셨어요. 이럴 때 보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것! 저는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어떤 고유한 일을 할 때, 그 사람이 빛나 보이고 멋져 보이더라고요.ㅎㅎ
야경을 찍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다브뉴강에서 폭죽이 막 터지는 게 아니겠어요? 이건 보고 가야해~ 그래서 함께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알고보니 부다페스트는 때마다 축제도 많이 하고, 관광객을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많다고 해요. 저희가 폭죽놀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던 거죠!ㅎㅎㅎ 여행에는 이렇게 예기치 않은 행운도 가끔 따라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매일이 신나고 기대되죠.
여행 이틀차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부다페스트를 속속들이 다시 돌아볼텐데 또 어떤 즐거운 일이 우리를 기다릴지 기대가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