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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매력

유럽은 이만보쯤 걸어줘야 하나봐요

by 지마음


벌써 여행의 셋째날이 되었습니다. 부다페스트의 밤을 온전히 즐기고 숙소로 돌아온 우린 아무것도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어요.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죠. ㅎㅎ



아침이 되어 가볍게 과일과 커피, 티로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언제나 아침에는 준비하기 바쁜 저를 제끼고.. 지금사진 작가님과 지노그림 작가님께서 이렇게 차려주십니다. 넘나 죄송한데, 두 분이 행동이 너무 빨라서 따라갈 수가 없어요...ㅠㅠ 저는 행동이 좀 느린 편이라 매번 감사히 받아 먹고만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이냐고요? 바로 막걸리입니다! 요즘에는 한국에서 해외로 가져와 막걸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키트가 나오는데요.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가져오셔서 저희도 맛보기로 했습니다. 저 안에 물을 붓고 3일 정도 숙성시키면 바로 막걸리가 된다고 합니다. 너무나 신기해요. 우리가 자그레브로 이동할즈음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비오는 날 해외에서 막걸리를 먹으면 어떨까하는 마음에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는 구경만했고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열심히 쉐킷쉐킷~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늘은 제가 마이리얼트립에서 2시간 부다페스트 도보여행을 신청해두었는데요.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으면 그 도시가 더 잘 이해되기도 하고, 유용한 팁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4시간도 있었지만 짧은 2시간짜리로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는지는 저 뒤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ㅎㅎㅎ


먼저 도보투어를 위해서는 1일 교통패스를 샀어야 하는데요.(부다페스트 시내에는 차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주차요금도 비싸서 하루는 차 없이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난 지노그림 작가님께서 지하철역에 가서 아주 친절하게 교통패스를 미리 사다주셨습니다. (저는 대체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겠...;; 열심히 잘 받아먹기만 하고 있습니다.ㅎㅎ) 그리고 숙소 앞에서 트램을 타고 투어 장소로 이동했어요!



투어의 시작 장소입니다. 회쇠크 광장이라고 하는데요. 굉장히 넓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양 옆으로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고, 화장실을 가려면 한참 걸어가야 하니 참고하세요. 이곳에서 워킹투어의 가이드분을 만나 워킹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2시간을 꽉 채워서 쉴틈 없이 걷고, 설명해주신 가이드님이 대단해보였습니다.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었던 것 빼고는 부다페스트에 대한 설명을 잘 들을 수 있어서 저는 참 좋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다리가 너무 아파서 앞으로는 이걸 앉아서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ㅎㅎㅎ



이곳은 회쇠크 광장 뒤에 위치한 농업박물관인데요. 사람들이 농업박물관인지 모르고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왜냐면 저 성의 이름이 드라큘라 성이기때문이에요. 그래서 드라큘라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줄 알고 속아서 많이 들어가는 거죠.ㅎㅎ 들어가면 부다페스트의 농업에 관한 역사가 전시 되어있다는 사실.


그리고 회쇠크 광장에서 농업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아주 큰 공원이 있는데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공원이라고 합니다. 잔디 위에서 여러 행사도 열리고, 전시도 열리고, 푸드트럭도 있어서 볼거리가 조금 있었어요. 그리고 잔디 위에 여기저기 누워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한국에서 왜 이런 여유를 느끼지 못하는가...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맨 처음 사진은 농업박물관 아에 있는 동상인데요. 아직도 저분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저기 펜 끝을 만지면 사업이 번창하고 똑똑해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펜 끝을 만지더라고요. 저도 얼른 달려가서 펜 끝을 만져보았습니다. 제발 똑똑해지고 싶어요.ㅎㅎㅎ


그리고 공원 안에는 애국가를 만드신 안익태 선생님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왜 부다페스트에 안익태선생님의 동상이 있냐면, 그 당시 이곳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셨고,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기 때문이에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고, 한국 사람의 동상을 보니 반갑기도 했습니다. 해외가서 한국 사람의 흔적만 봐도 뭉클하고 반갑잖아요.ㅎㅎ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저희는 트램을 탔는데요. 부다페스트의 1호선인 이 트램은 장난감 자동차처럼 생겼어요. 그리고 지하로 많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층만 내려가면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도 굉장히 인상 깊었고요.ㅎㅎ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부다페스트는 모든 거리와 중요한 건물의 이름이 역대 국왕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요. 이 곳에서 사용하는 지폐도 마찬가지고요.



마지막으로 어제 왔던 어부의 요새, 대통령궁, 그리고 성이슈트반 대성당을 다녀왔어요. 이 성당의 탑은 96미터이고, 내부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는 80미터인데요. 이것은 헝가리의 건국된 해의 896년을 상징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헝가리의 모든 건물은 96미터를 넘겨 짓지 못하도록 되어있어요. 무조건 이것보다 낮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 어떤 건물도 하나님의 건물보다 높아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신을 그만큼 중요하게 섬기는 마음이 느껴져서 괜히 뭉클했습니다. 사람이 신보다 높아질 수 없는데, 우리는 언제나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신보다 높아지려 하니까요. ㅎㅎ



많이 걸었더니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가이드 분이 소개해주신 붐바이부다페스트라는 인도음식점이었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고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여기 와서 느낀 건데 이 나라는 메뉴를 주문하면 양이 매우 많은 것 같아요. 이 나라 사람들이 대식가인 건지, 우리가 양이 작은 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음식을 남기게 되어서 아까웠어요.



오늘도 1일 1젤라또를 해야겠죠? 성 이슈트반 성당 앞에는 2개의 젤라또 집이 있는데 이곳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줄서있더라고요. 가까이 가보니 젤라또로 예쁜 꽃을 만들어주기 때문인 것 같았어요. 저희도 꽃모양 젤라또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비쌌지만 맛은 있었어요.ㅎㅎ 이렇게 오전이 지났는데 벌써 만보를 넘게 걸은 것 아니겠어요? 너무 힘들어서 지친 저희는 숙소에 가서 조금 쉬다가 저녁즈음 다시 나오기로 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트램정류장 앞에서 만난 박물관. 박물관 건물의 위를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실제로 보면 더 예쁜데 제가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 표현이 잘 안된 것 같네요. 잔디 사이로 보이는 중앙 입구로 들어가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사진 찍고 조금 놀다가 트램을 타러 갔어요.



저희 숙소 앞에 위치한 젤라또 집입니다. 관광지가 아닌 약간 외곽에 있어서 그런지 가격이 엄청 저렴했는데 이미 젤라또를 먹고 와서 이번에는 패스 했습니다. 그렇게 숙소에서 각자 낮잠도 자고 여유있게 시간을 보낸 뒤에 저희는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어요. 가이드님이 추천해 주신 식당, 그리고 밤에 분위기가 좋다는 펍이 모여있는 거리를 가기로 했죠.



저희가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 해가 뜨지 않아서 약간 쌀쌀한 날씨가 계속 되었는데요. 그래서 저녁에는 굴라쉬를 먹기로 했습니다. 성 이슈트반 성당과 이어진 관광객이 많은 거리에서 굴라쉬를 주문했어요. 이것 역시 가격이 조금 비쌌는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더라고요.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저는 그래서 완뚝배기를 했더랬죠.



워킹투어 가이드님이 알려주신 부다페스의 밤, 핫플레이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쭉 이어서 양쪽에는 펍과 오락실, 가라오케 등 다양한 곳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요. 여기서 저희는 맥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마침 이곳에서 핸드볼 챔피언스 리그가 열렸는데 노르웨이 핸드볼팀이 우승을 했답니다. 원정으로 응원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 청년들까지 이 거리에서 기쁨을 즐기며 에프터파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선수들도 와서 응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도 봤고요. 이런 문화가 참 좋더라고요. ㅎㅎ



저희가 앉아서 먹은 펍입니다. 다양한 맥주와 와인, 럼주까지 있어서 골라먹기 좋은데 다만 안주의 양이 너무 커요. 작은 건 없는 이 나라... 우리는 나쵸도 남겼습니다.ㅎㅎ 저는 추천해 준 맥주를 마셨는데 부드럽고 향이 깊어서 좋았어요. 한 병 더 마시고 싶었지만 감기 기운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쉬어야만 했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오늘은 거의 이만보를 걸었습니다. 이러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겠죠. 사실 우리 여행, 즐기면서 천천히 쉬자고 했는데 워킹투어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ㅎㅎ 이렇게 많이 걷는 것이라면 안할 것을... 힘들었을텐데 지금사진 작가님과 지노그림 작가님은 제 탓을 하지 않고 함께 잘 즐겨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내 발등 내가 찍은 나의 최후....ㅎㅎㅎ



마지막 사진은 우리 부다예요. 부다페스트에 와서 만들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ㅎㅎ 막걸리가 잘 숙성되라고 담요로 싸 두었죠. 이 아이를 꺼내어 먹을 날을 기다려 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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