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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그리고 자그리브

심한 감기에 걸려버렸습니다

by 지마음


여행 시작 넷째날입니다. 오늘은 부다페스트의 날씨가 조금 우중충하네요. 부다페스트는 알록달록한 건물이 없어서 해가 뜨지 않으면 더 우울한 것 같아요. 그리고 슬픈 소식... 한국에서 긴장했던 끈을 놓아버려서 인지, 아니면 여행을 떠나와 너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심한 감기에 걸려버렸습니다.


사실 어제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가져온 가벼운 약을 먹으며 괜찮아 질거라고 가볍게 여겼더랬죠. 저는 괜히 지노그림 작가님 탓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지노그림 작가님의 마른 잔기침을 계속 하셨는데 제가 옮았다고 말이죠.ㅎㅎ 어쨌거나 아침에 일어나니 목소리도 안나오고, 기침도 많이 하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바람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이동을 시작했어요.



제가 부다페스트에서 가고 싶어했던 중앙시장입니다. 일요일엔 문을 닫기 때문에 월요일에 오게 되었어요. 가이드님이 문 닫았다고 안 알려줬다면 우린 어제 갈뻔... 그래서 사전정보와 미리 검색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에 왠만한건 모두 다 구글 맵에 나오니까 참고하면 좋습니다. (미리 알아두어서 나쁠 것 하나도 없다는 말...ㅎㅎㅎ)



부다페스트 중앙시장은 엄청 컸어요.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길이도 길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함께 여행하는 우리 모두 지름신이 있다는 것...ㅎㅎㅎ 분명 먹을 것이 많으니 사지 말자고 해놓고 시장이나 마트만 가면 서로의 눈치를 보며 하나, 두개씩 물건을 슬그머니 집어들고 있다니까요.ㅎㅎ그렇지만 이런 모습도 좋아요. 여행에 왔으니 이렇게 해보지 또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요.


아무튼 시장 입구로 들어가면 환전소가 있습니다. 부다페스트는 유로를 쓰지않고 포린트를 쓰는데, 중앙시장은 온니캐쉬, 온니 포린트거든요.ㅎㅎ 카드 안되니까 미리 가져간 유로를 입구에서 환전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살 것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10유로만 환전 할까하다가 혹시 모르니 20유로를 바꾸자고 해서 20유로를 환전했어요. (그러나 하나도 남김없이 탕진했다는 것ㅋㅋ)


환전소에서 줄을 서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너무 하다 싶을만큼 앞 손님의 업무가 끝나질 않는거에요. 이상해서 앞을 보며 기웃거렸더니 저희 앞에 서 있던 관광객이 자기도 10분째 서있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ㅎㅎ 그래도 컴플레인 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여유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환전을 한 뒤에 시장으로 들어갔어요.



시장에는 주로 이곳의 특산물인 것 같은 고추로 만든 고추가루, 과일, 식자재, 소시지, 술 등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고요. 우리나라 라면도 팔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는 셋 다 한국음식 안 먹어도 잘 지내는 편이라 한국라면은 사지 않았어요. 저녁에 음식을 만들어 먹겠다며 호박과 감자, 오렌지, 소시지를 샀습니다. 왜 때문인지 여기 과일은 싸고 맛있어서 매일 과일을 먹게 되네요.ㅎㅎ


시장은 2층도 있는데 2층은 옷이나 천,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곳, 기념품 샵들로 채워져있습니다. 거의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조금만 돌아보면 질릴 수 있어요. 저희도 후다닥 탕진잼을 맛본 뒤에 점심식사를 하러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예약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은 어제 저녁 맥주를 마셨던 펍거리를 지나가야 했는데요. 낮에 보니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식당으로 영업도 하고 있어서 괜시리 반가웠습니다. 이제 부다페스트 지리도 알고, 트램도 탈 줄 알고, 버스도 탈 줄 알게 되어서 무서운 것 없이 편안해 진 느낌이었어요.



드디어 도착한 예약해 둔 뷔폐에요. 이곳도 가이드님이 알려주신 곳 중에 하나였는데요. 헝가리 전통음식이 모두 모여 있어서 한 번은 가보면 좋다는 말을 하셔가지고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많고 서비스도 좋아서 저는 만족했어요.


그냥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고, 직접 고기와 야채를 고르면 그릴에 구워주는 즉석 요리도 있어요. 그 외에도 피자, 다양한 음료, 맥주, 커피까지 모두 프리라서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면 바로바로 가져다 줍니다.사진에 다 찍지 못했지만 요리의 종류, 스프 및 굴라쉬 종류도 여러가지라서 조금씩 맛보기에 아주 좋아요! 그러나 우리의 단점은... 셋 다 먹는 양이 작다는 것! 두 접시 먹고 바로 후식으로 직행하는 우리는... 앞으로는 뷔폐에 가지 않기로 다짐합니다.ㅎㅎㅎ



밥을 먹은 뒤 우리는 차를 주차해 둔 곳으로 이동했어요. 이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가야했거든요. 자그레브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는 길에 비도 오고, 막히는 곳도 있어서 조금 더 걸린 것 같아요. 주유소에서 주유도 했고요. ㅎㅎㅎ



크로아티아 국경선을 넘어와서 들린 휴게소입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50센트를 내야했는데, 이렇게 영수증을 줘요. 화장실 가는데도 영수증을 주는 친절한 나라. 기념이라 생각하고 버리지 않고 챙겨두었습니다.ㅎㅎ 참고로 저는 이 날 하루종일 컨디션 난조로 점심 먹고 약을 먹은 다음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내내 아주 푹 잤어요. 그렇게라도 해야 빨리 나을 것 같더라고요.ㅎㅎ



자그레브 숙소에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모던한 감성에 깔끔한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숙소를 셀렉하는 데 있어서는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ㅎㅎ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작가님들의 배려로 저는 샤워 후 조금 쉬는 시간을 가졌고, 작가님들은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주변 마트에 다녀오셨어요. 미안한 마음...ㅠㅠ



이것은 오늘 아침 부다페스트 약국에 가서 산 약입니다. 지노그림 작가님께서 도와주셔서 콧물, 기침약과 스트랩실까지 한 번에 다 구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해외에서 산 약이 다 비슷하듯이... 약이 너무 약해서 잘 낫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원래 유럽은 의사들이 감기 걸리면 집에서 쉬면 낫는다고 말하고, 처방해주는 약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ㅎㅎㅎ 어쨌거나 약을 구했으니 빠뜨리지 않고 잘 먹어봅니다.



이것은 밀가루 반죽이에요.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제가 아프니 저녁은 수제비를 해주신다고 밀가루를 사와 이렇게 예쁘게 반죽을 해두었습니다.ㅠㅠ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혹시 몰라서 한국에서 가져온 육수꾸러미가 있어 아주 맛있는 수제비가 완성되었어요.



짠! 얼큰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가진 수제비입니다. 여기에 화이트와인까지 곁들이니 감기가 그냥 날아가는 느낌이더라고요.ㅎㅎ 저는 와인도 반잔만 마셨어요, 감기때문에.ㅠㅠ 하지만 수제비는 와구와구 다 먹었습니다. 감동의 맛.ㅠㅠ 요즘엔 해외에서 마음만 먹으면 한국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수제비는 쉽지 않거든요.



이것은 수제비를 하고 남은 감자와 호박으로 제가 만들어드린 감자호박전입니다. 사실 오늘 지노그림 작가님께서 장거리 운전을 독박으로 하셨어요. 제가 중간에 교대를 해드렸어야 하는데 아파서 그만 내리 잠을 자버렸지 뭐예요. 거기다 지금사진 작가님도 사진찍고, 모든 일정을 먼저 알아보고 다니느라 피곤하실텐데 자처해서 수제비를 만들어 주시고 챙겨주셔서 제가 작지만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살며시 만들어보았습니다.ㅎㅎㅎ


두 작가님은 감자호박전에 맥주를 드시고, 저는 코코넛음료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눈이 감기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저도 일찍 자고 내일 좋은 컨디션으로 돌아다녀야 하니까요.ㅎㅎ 제발 감기가 빨리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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