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아직도 긴 여행을 간다는 실감이 안났습니다. 가기 전에 처리하고 떠나야 할 산더미 같은 일들을 하느라 짐도 싸지 못한 채로 밤 12시가 되어 집에 들어왔거든요. 우리는 공항에서 9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집에서 아침 7시에는 출발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저에게 주어진 이 7시간 동안 집 청소도 해두고, 짐도 챙기고, 샤워도 한 후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습니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 같은 느낌이었죠.
무얼 챙겨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던 저는 더 멍해지고야 말았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어찌어찌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만들고, 챙겨야 할 물건들의 리스트도 적었습니다. 이제 차근차근 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저는 여행을 떠날 때 파우치에 나누어 옷을 담는 것을 좋아합니다. 찾아 입기도 편하고, 부피도 훨씬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깔끔하게 가방이 정리되기 때문이에요. 장거리 여행에는 더욱 더 이 파우치가 필수라는 것! 여행을 가면서 옷을 많이 챙겨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최대한 중간에 빨래를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옷을 챙겼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자주 해외를 오갔던 경험 때문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짐을 싸고, 적어두었던 할 일을 모두 마치고 공항으로 출발 할 수 있었어요. 사실 공항에 가는 버스를 타면서도 전혀 실감이 안나더라고요. 12시간이나 되는 긴 비행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자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밤새 한 숨도 못잔 저는 공항버스가 달리는 동안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인지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아 공항에 조금 이르게 도착했어요. 저희는 대한항공 직항을 타고 비엔나로 갈 예정이라 인천공항 제2터미널로 왔습니다. 얼마만에 국제선을 타는 공항에 온 것인지! 새삼스럽게 당연하고 무탈한 삶에 대해 감사가 나오더라고요. ㅎㅎ 공항에 도착해 분주한 사람들을 보니 아주 조금은 이제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저는 대한항공 앱으로 셀프체크인을 미리 해둔 덕분에 도착하자 마자 수화물 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수속 카운터 사이에 있는 파리바게트에 앉아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했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여행의 소중한 순간과 잔상들을 모두 놓칠 것 같아 이번엔 매일 여행기를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저 짐벌도 챙겨 왔답니다?ㅎㅎ)
작가님들이 모두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보내고 드디어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출국수속을 밟으니 가방에 있는 보조배터리를 꺼내야 하나, 혹시 가방에 넣지 않아야 할 것이 있지는 않은지 여러가지가 다 걱정되더라고요. ㅎㅎ 무사히 출국수속을 잘 마치고 비행기 보딩 시간까지 생각보다 조금 많은 시간이 남아 우리는 라운지에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타는 비행기의 탑승구에서 가장 가까운 엘라운지에 가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음식도 많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 편하게 쉴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맥주, 와인, 커피, 음료 등이 조금 다양하게 있고, 음식도 다양하게 있어서 누구나 편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두 시간 가량을 라운지에서 음식을 먹으며 작가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그런데 우리 첫 도시에서 무엇을 할지는 아직도 정하지 않고, 지노그림 작가님의 비행기 놓친 이야기와 근황토크만 오래 했네요. ㅎㅎㅎ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어서 저희는 얼른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비행기에 탑승해 출발 전 잠깐 짬을 내어 나머지 글을 쓰고 있는 중이에요. ㅎㅎ 이번 여행, 무사히 잘 다녀오기를 기대하며... : ) 비행기를 보니 드디어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이네요.
이제 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고 대략 12시간을 푹 잘 예정입니다. 무사히 도착해서 생존 신고를 남기겠습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작가들의 여행기,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