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을 핑계삼아
날이 좋은 봄날, 우리는 급 번개를 했습니다. 그게 어찌된 것이냐면...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맛있는 술을 일본과 한국에서 구했다는 카톡을 보냈고, 우리는 그 술이 무엇이냐며 그렇다면 당장 맛을 보아야 하는것이 아니겠냐며 그렇게 만날 구실을 만들었죠. 여행을 앞두고 있으니 여행이야기도 조금 하면서 술을 먹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지금사진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비싸고 귀한 술을 구해온 지금사진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모이니 양심상 우리는 안주를 잘 준비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지노그림 작가님은 먼저 만나서 안주를 사서 가기로 했지요. 사실 저는 아주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쿠팡이츠에 배달을 시킬 작정이었습니다. (요즘 배달이 너무 잘 되어있고, 거의 안되는 음식 없이 모두 배달이 되니까요!) 그런데 우리 지노그림 작가님은 음식점을 미리 다 찾아서 가서 픽업을 해가자는 것이었습니다.ㅎㅎㅎ
그렇게 지노그림 작가님께서 미리 찾은 곳에 도착을 했는데, 세상에나! 테이크아웃은 안된다는 것이었죠. 결국 저는 초밥을 배달시켰고, 지노그림 작가님은 그 옆에 있는 꿔바로우 맛집에서 몇가지 음식을 테이크아웃하여 지금사진 작가님 작업실에 도착을 했습니다. 픽업하고 배달시킨 음식을 세팅해보니 꽤 많더라고요. 하지만 걱정없습니다. 술 안주로 먹다보면 금방 헤치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에요. ㅎㅎㅎ
드디어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구해오신 소주는 일엽편주라는 곳에서 나오는 소주인데 1년에 딱 한 번만 나오고, 수량도 한정적이라 거의 티켓팅 수준의 클릭을 해야 구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어쩌다보니 운이 좋게 2병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중 1병을 저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주신거죠. 소주에 꽃향기에 베어 있고 깔끔해서 도수가 높은데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소주를 담은 병에도 얼마나 정성을 더했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 한지에 꽃잎을 붙여서 만들었답니다. 다 먹고 난 뒤에 병을 버리지 않고 데코레이션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란도란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여행가서 어느 도시에서는 어디를 가자, 어디는 꼭 들르자, 이 음식은 꼭 먹어야 한다 등등.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우리 분명히 쉬러가는 것인데 굉장히 하드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선포했습니다. 100m이상 걷지 않을거에요. 우리 걷지 않으려고 차도 렌트했잖아요?ㅎㅎㅎ 하지만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어요. 유럽은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고, 걷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는 곳도 많기 때문에 아마 하루에 이만보 쯤은 무조건 걷게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가서 힘들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때쯤이면 체력이 조금 붙어서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긴 하더라고요.
여행이야기만 한 건 아니에요. 셋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경제, 사회, 역사, 정치, 문화까지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요. 그 중에 아주 재미난 이야기도 나왔죠. 혹시 '짐빠자전거'를 아시나요?ㅎㅎㅎ 아니 세상에 이 분들이 어릴 적 이야기를 하다가 짐빠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어가고, 동네를 도망가고, 짐을 옮겼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겠어요? 처음 들어본 저는 세상 어리둥절! 그래서 사진을 찾아봤더랬죠. 그런데 이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쌩쌩 달릴 수 있지? 하는 비쥬얼의 사진들이 막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자전거와는 아예 다른 모습이더라고요.
이 짐빠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주고 받았는지 배꼽 빠질 뻔 했어요. 그런데 그 짐빠 자전거 덕분에 우리 지금사진 작가님은 지금의 튼튼한 하체를 얻었다고 하니 믿어줄 만도 하더라고요. 이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산을 넘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만...ㅋㅋㅋ 그리고 자전거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사포로 문질러 다시 본드를 후후 불어 직접 붙였다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까지 아주 잼나게 주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추억을 소환하며 우리의 술자리는 무르익어갔죠.
저는 술먹고 나면 꼭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는 버릇이 있는데요. 아이스크림으로 빙빙바를 제일 좋아합니다. 얼음도 들어있고, 연유도 들어있어서 먹는 맛이 쏠쏠하거든요. 그런데 요새 그 빙빙바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서럽다고 했더니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쿠팡에 빙빙바를 판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무려 40개씩 팔더라고요. 가격은 비싸지 않아서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도 빙빙바 먹는 3분 동안 행복하다면 인생 뭐 살만한거죠. 그렇게 40번 행복하기 위해 플렉스를 했더랬죠.
우리의 술자리는 그렇게 무르익어 갔습니다.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일본에서 사오신 사케도 맛보고, 한 병은 선물로 주셔서 고이 집으로 가져와 혼자 자기 전에 홀짝거리고 잠들었다는 소식. ㅎㅎㅎ 우리의 유럽여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짐빠자전거 이야기처럼 별 것 아닌 일들로 채워질 시간들이 분명 신나고 재미날 것이기 때문이에요. 드디어 여행을 약 한 달 앞두고 있네요. 이제 슬슬 어디를 어떻게 다닐지 윤곽도 나오는 것 같고요. 허당인 제가 함께해서 조용하지만은 않을 이 여행이 더더욱 기대됩니다. 그럼 다음 번엔 여행에서 쓰려고 산 휴대폰용 짐벌을 가지고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