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정면사진은 영 어색하다.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나를 닮은 낯선 이가 서 있는 듯하다. 어설프고 나 같지 않은 나. ‘너, 누구세요?’
"자연스럽게 찍어주세요!"라고 남편에게 폰을 건넨다. 남편은 각도와 방향을 신중하게 잡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에 나도 살짝 기대가 된다. 렌즈를 살짝 비껴간 무심한 시선, 의도된 사선 자세, 자연스러운 몸짓. ‘이번 사진은 예감이 좋다.’
찰칵!
셔터 소리가 의식한 만큼 더 크게 들린다. 그렇게 나는 프레임 안에 ‘꾸며진 나’를 조심스레 구겨 넣는다. 그런데 결과물은 도끼가 되어 내 상상 속 모습을 와장창 깨부순다. 사진이 영 마음에 안 든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하면 다시는 안 찍어줄까 봐 돌려 말해본다. “배경이 잘 안 나왔네. 다시 찍어주세요.” 삐죽거리려는 입을 진정시키고 다시 폰을 건넨다. 눈치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남편은 프로 작가처럼 자세를 잡고 더 성의껏 찍어준다. 의도된 자연스러움은 역시나 부자연스럽다. 기대는 접어 두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웃음을 담아 렌즈를 바라본다.
“고마워, 이만하면 됐다.”
결과물은 보니, 입꼬리가 힘껏 밀어 올린 광대뼈로 등산을 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웃고 있는 눈은 마치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 같다. 조용히 삭제 버튼을 누른다. 그만하면 그대도 최선을 다했노라. 사실 사진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피사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이쁘기만 한데, 괜찮아.”라는 남편의 말이 크게 위안이 되지 않는다. 남편도 진실을 아는 눈치다. 역시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다.
반증할 수 있는 건 ‘과학’이고, 반증할 수 없는 건 ‘비과학’인가. 프레임에 담은 내 얼굴과 남편의 위로의 말이 딱 그렇다. 그의 배려하는 마음까지, ‘이것이 네가 말하는 거짓말에 대한 증거’라며 찍은 사진을 들이미는 건 내가 내 무덤을 파는 일일 테니까. 렌즈 앞에서만 서면 어떤 ‘꾸며진 나’를 의식하게 된다. 어쩌면 카메라는 그 순간의 진실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모습만을 비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면 사진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그토록 고집하는 ‘자연스러움’이란 게 단지 렌즈를 통해 보이길 원하는 내 모습일 뿐이라는 걸.
"이만하면 됐어! 요즘 보정어플 잘 나오더라!"
어떻게든 꾸며서라도 '원하는 모습'을 프레임에 남겨두고 싶은 마음 그것도 진실이 아닐까. 조금 안타깝고 씁쓸한 진실. 때로는 그게 견디기 힘들어 조용히 삭제 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