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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화 Feb 28. 2024

인생에 귀하고 좋은 게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단렌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원하는 피사체 외의 배경은 확실히 날려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피사체도 선명하고 예쁘게 참 잘 나온다. 단, 줌기능이 없기 때문에 단렌즈를 가지고 나가는 날에는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된다.


내가 찍는 피사체들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기에...



렌즈에 주로 담는 것은 아이들이다. 웃는 표정 한번 잡기 위해 애들 앞에서 원숭이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도 잠깐이더라. 아이가 조금 크니 렌즈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정면보다는 옆면, 뒷모습이 더 많이 잡힌다.

사진 속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선명한 내 피사체들은 날아간 배경 속 어딘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 뒤로는 줌렌즈를 가지고 다닌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들, 만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다 한 프레임에 담기 위해.


그러면, 순간의 장면은 이야기가 된다.

나만의 사진이 아닌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들.



“엄마, 그날 우리 저기 대나무숲에서 모기한테 엄청 물렸던 거 기억나?”


“엄마, 이날 우리 매미 여덟 마리나 잡았었는데 그렇지?”


“아. 여기 가서 또 물고기 잡고 싶다. 진짜 재밌었는데,”


“여기 벚꽃 폈을 때 진짜 예뻤어. 그렇지 엄마?”








풍경을 날리지 않은 사진은 아이의 기억으로 고스란히 남아 다시금 그날을 반추하게 만들어 재잘거리게 만든다. 요즘에는 영상을 많이 남기고 있다. 사실 이제 폰이 더 편하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봤을 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뭉클해진다. 재잘거리는 목소리들이 얼마나 아득히 멀게 느껴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한순간의 기억이 어제일처럼 다시 또 선명해질 것 같기도 하다.


'인생에 귀하고 좋은 게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 박완서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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