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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작게 만들기

by 보너

최근 위가 줄었다. 소화도 잘 안되고 마음껏 양껏 먹지를 못한다.

퇴근을 하고 기진맥진 돌아오면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 치킨을 시킨다.

그런데 이 치킨 생각보다 맛이 없다. 맥주도 마찬가지. 잠깐 기분은 좋을지언정 조금만 있으면 배만 부르다.

옛날에는 햄버거세트를 먹고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러도 갔는데 세상에.. 내가 이렇게 못 먹을 줄이야. 나이가 든 것만 같아 분하고 서러웠다.

경우 3조각 먹은 치킨을 꾸역꾸역 먹다가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내팽개쳤다.

그다음 날 식은 치킨을 들여다보다가 소분을 한다.

작은 반찬통에 치킨을 3조각씩 넣으니 3 통정도 나와서 냉동실에 봉인을 한다.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냉장실보다 냉동실이 더 비좁아졌다. 그런 냉동실을 보면서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음.. 나는 생각보다 많이 못 먹어! 인스타, 유튜브 숏츠에서 말하는 소식좌? 가 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근데, 소식좌가 되면 뭐... 어쩌라고 내가 그냥 그렇게 적게 먹겠다는데 어디 올리는 것도 아니고 무슨 상관이람. 생각했다.


그리고 음식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파스타를 삶을 때 습관적으로 한 움큼 집던 손을 내려놓고. 아니, 다 못 먹어 그리고 남으면 다음에 먹겠다는 핑계를 대고는 4~5일 방치되어 있다가 냄새가 나면 버리겠지. 좀 적게 먹어도 괜찮아. 많이 먹어서 탈이 나거나 속이 안 좋으면 스트레스만 쌓여. 하고는 면을 반정도 내려놓고 넣는다. 끓일 때는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도 먹고 나면 기분이 좋다. 음 딱 좋아. 아니면 오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배가 생겼군.(안 먹지는 않는걸 보아하니 살을 빼기는 어려울 듯...ㅎㅎ)하며 기분이 좋다.


너무 미디어에 절여져서 그것이 정답인 듯, 소식좌로 살면 타인에게 질타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면 그것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가. 적당히 내가 원하는 만큼만 먹기로 생각을 하고 꾸준히 실천하고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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