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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Oct 03. 2024

25 온천과 일출, 시르미오네에서 놓치지 마세요!

여기 이탈리아 맞아? / 북부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여기 이탈리아 맞아? / 북부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귀족들의 온천휴양지, 시르미오네에서는 나도 귀족



베로나를 관광하던 중 러쉬 매장이 보이자 심은 자석에 이끌리듯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까지 줄줄이 이끌고... 입욕제를 보자 심이 흥분한다.

“러쉬 배쓰 밤이 할인해서 4유로 밖에 하지 않아.”

“많이 싼 거야?”

“그럼, 한국에서는 이 제품을 사려면 아무리 못 줘도 15,000원은 줘야 할걸?”

“이거 한 개 사서 욕조 있는 숙소에서 하면 어때?”

“그래 좋아.”


이렇게 우리는 만장일치로 러쉬 입욕제를 구입한다. 그리고 시르미오네 에어비앤비 숙소에 들어갔는데... 바로 욕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날 당장 입욕제를 사용하기로 하고 순번을 정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주자가 심이 되어 물을 트는데...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나와 추는 심의 비명 소리에 놀라 욕실로 달려간다.     

“월풀이 되는 욕조야.”


세상에나... 심의 흥분에 우리도 덩달아 흥분하여 물이 차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3분의 2쯤 물이 찼을 때 우리는 마치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듯 입욕제와 함께 월풀을 가동한다. 입욕제가 신나게 보글보글쉬익쉬익 ~’ 소리를 내며 녹는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반신욕을 하고 나온 심이 내뱉은 말. “추, 알라~ 여기 물이 온천물이었어. 내 피부 만져봐. 보들보들한 거... 온천물이 너무 좋아.” 러쉬 입욕제를 넣은 월풀이 가동되는 온천수에서 반신욕을 하고 나온 심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시르미오네가 유황 온천수로 인해 로마 귀족들의 온천휴양지로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그래서 우리도 별도로 온천 스파에 갈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숙소에도 이렇게 온천물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덕분에 이날 밤 우리들은 숙면을 취한다.


이틀째 날, 온천 휴양지답게 우리는 시르미오네에서 가장 유명한 아쿠아리아(Aquaria) 온천 스파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기로 한다. 여행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라 피로가 쌓일 때로 쌓인 시점에 온천을 포함시킨 것은 내가 생각해도 신의 한 수. 


아쿠아리아 입구 모습. 마치 귀족이 소유한 대저택 분위기가 물씬~~


아쿠아리아 온천 스파 가격대는 선택의 폭이 아주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하루종일 이용이 가능한 86유로에서 시작해 폐장 시간 전 2시간(동절기 기준, 20:00~22:00)을 이용할 수 있는 라스트 타임인 19유로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같은 2시간이라도 원하는 시간대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아쿠아리아 쇼트 타임은 25유로인데 가장 인기가 많다. 왜냐하면 이곳 노천온천수영장과 가르다호수가 붙어 있어 바로 수영장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야 이곳에서 노천온천을 즐기며 일몰을 보고 싶기도 했으나 겨울이라 시간이 너무 애매해 우리는 라스트 타임대를 이용하기로 한다.


베네치아에서와 마찬가지로 저렴하게 아쿠아리아를 이용하기 위해 온라인 예매를 해온 나였는데, 여기서도 아주 잠깐이지만 우리의 청개구리인 추가 스파를 안 가겠다고 딴지를 걸어왔다. 물론 그것은 내가 아쿠아리아 사진을 보여주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마음이 바뀌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알고 보니 혼자 시르미오네를 돌아다니다 아쿠아리아를 지나며 ‘여기는 어디지?’ 하며 궁금해 한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우리가 오늘밤 노천온천을 즐길 스파라고 하자 두 말 없이 따라나선다.



2시간이 좀 짧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조금 여유 있게 들어간 덕분에(30분 일찍 들어갔는데 별 말이 없더라고요~~ㅋㅋ) 2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는 실내 스파 시설을 비롯해 실내수영장과 실외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우리가 1월 중순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하게 따뜻한 온천수가 있는 실외수영장에서 로마의 귀족도 부럽지 않을 만큼 온천을 즐겼다. 목 아래로는 따뜻한 온천수, 머리 위로는 시원한 찬바람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추며 최상의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거기에 더해 수영장 주변으로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과 함께 하늘에는 별이 반짝반짝... 이날 밤 나는 배영 자세로 물 위에 누워 오랫동안 하늘의 별을 보고 또 보았다. 

“우리 여행 너무 럭셔리한 거 아냐?”

“알라, 이번에 우리들이 다녀온 여행, 일정과 함께 숙소까지 포함해 여행 상품으로 내놔도 너무 좋을 것 같아. 최상의 여행 상품이야.”

이 말에 내 기분도 최고로 업 되는 밤이다.


시르미오네에 온 첫날부터 러쉬 입욕제를 넣은 월풀에서 반신욕을 하지 않나, 노천온천탕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럭셔리한 밤을 보내지 않나... 귀족들의 온천휴양도시인 이곳 시르미오네에서는 우리도 귀족이 될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여기가 바로 실외온천수영장입니다. 
아쿠아리아 입구에 세워진 이 여자는 누구지? 알고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라고 합니다.


       

가르다 호수에서 맞이한 환상의 일출


가르다 호수에서의 일출은 어떨까? 집이 부산이라 바다 일출은 많이 본 반면 강이나 호수에서의 일출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더 기대가 컸다. 

숙소 근처 대형 주차장으로 접어드는데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진다. 아직 동트기 전의 가르다 호수와 하늘은 ‘이게 실물이야, 그림이야?’ 분간이 안 될 만큼 신비롭다. 다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보랏빛의 가르다 호수.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색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물색이다. 하늘과 호수 사이에 있는 마을에서는 불빛으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신비로운 장면을 뒤로하고 일출 명당을 찾아 시르미오네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중간중간 벤치가 나오는데 앉고 싶은 유혹을 느낄 만큼 전망이 끝내준다. 

“아냐, 더 멋진 명당자리가 있을 거야.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드디어 찾았다. 잔잔한 호수와 호수 속에 핀 갈대 사이로 평화로이 청둥오리 가족들이 노니는 장소를 찾았다. 바로 여기가 오늘의 일출 스폿이다. 

광활할 뿐만 아니라 파도까지 치는 호수(호수가 넓을수록 바람 에너지가 커져 파도가 친다고 한다.)로 인해 자꾸 바다로 착각하는 가르다 호수. 하지만 자신이 호수가 맞음을 이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르다 호수다. 청둥오리를 통해... 그리고 물 위에서 자라는 나무와 갈대(갈대인지 풀인지?)를 통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이 숙연해지며 말이 없어진다. 숨죽인 채 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물결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청둥오리 소리만이 고요함의 정적을 깰 뿐...

드디어 한 줄기 빛이 드러나는 순간,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DJ 심의 센스 넘치는 선곡. 순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뭉클함이 올라오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여행이 나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찰랑이는 물결을 가르고 청둥오리들이 갈대 사이사이를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다. 수줍은 듯 서서히 떠오르는 해는 하늘과 호수를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호수에서의 일출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시르미오네에서 본 일출은 오랫동안 나의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지금도 ‘레이크 루이스’ 곡이 흘러나오면 가르다 호수에서 맞이한 일출 장면 안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참...

이날 추는 너무 피곤한 듯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겨우 잠이 깬 추는 "저는 그냥 집 앞에서 일출을 볼게요." 한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일출이 정말 예쁠 것 같아. 꼭 일어나서 봐야 해."

나와 심은 황홀한 일출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추를 데리고 왔어야 했나?"라고 추에게 이런 환상적인 일출을 보여주지 못 한 것을 아쉬워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추에게 전화를 해보니 일출이 너무 예뻤다며 잔다고 못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좋아한다. 


휴~~ 다행이다. 추도 가르다 호수 일출을 봐서...


추가 만난 가르다 호수에서의 일출 
테라스에서 분위기 잡으며 커피까지 마셨군...ㅋㅋ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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