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1]
총 2권으로 계획 중인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중 1권을 마무리하며 여행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만을 따로 모아 번외편에 담기로 한다. 일화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우리 여행과 함께 한 방탄소년단에 얽힌 이야기이다.
20박 22일간의 이탈리아 여행 중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게 도와준 조력자들이 많은데, 그중 당연 최고는 BTS 아미팬들이다. 이번 여행은 방탄소년단(BTS)의 위력을 깨달은 여행이기도 하다. BTS 팬은 로마 같은 대도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폴리냐노 아 마레 같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남 통영 정도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공통된 반응은 우리가 BTS와 같은 사우스 코리안임을 안 순간부터 우리들에게 호감을 팍팍 드러낸다. 나는 이것을 BTS 친절 프리패스라 부른다.
그럼 지금부터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BTS 아미 팬들의 친절 프리패스 이야기 중 몇 가지를 풀겠다.
오르티세이 슈퍼마켓에서 추TS가 되다
돌로미티 소도시 오르티세이 슈퍼마켓에서 추에게 있었던 일이다. 우리들은 슈퍼마켓이 워낙 넓어 물품 중 일부를 흩어져 찾아오기로 한다. 그런데 여고생으로 보이는 5명의 여학생들이 추를 졸졸 쫓아오더란다. 서로 쳐다보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그중 한 여학생이 용기를 내어 추에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아이 러브 코리안.”
갑자기 외국 여고생으로부터 한국말을 들은 추가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받아주자 5명의 여학생들이 “어머~”라는 한국말을 구사하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어 그녀들은 떼창으로 “아이러브 BTS”를 외친다. ‘아하~ BTS 팬들이구나.’를 눈치챈 추가 센스 있게 “나도 BTS 사랑해요.”라는 말과 함께 손하트를 하자, 여학생들도 손하트를 따라 하며 “사랑해요.”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추는 추TS가 된다.
그 이후로도 우리가 장을 보는 내내 마치 팬들이 스타를 따라다니듯 추TS를 졸졸 따라다닌 여학생들... 너스레를 잘 떠는 추답게 한 번씩 잊지 않고 손을 흔들어주면 여학생들은 마치 BTS가 손을 흔들어주는 듯 까르르 넘어가며 너무들 좋아한다. 이날 하루 이 여학생들에게 추는 BTS가 되어 주었다.
시르미오네 노천온천수영장에서 만난 BTS 아미 팬
시르미오네 아쿠아리아 노천온천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반신욕을 즐기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2명의 20대 젊은이들이 우리에게 호감을 보이며 말을 걸어온다. “제 친구가 BTS 팬이에요.” 옆에 있는 친구를 가리키며 대신 말해주는 남자. 앞뒤 자르고 대뜸 BTS 팬이라는 말부터 건네는 이들... 마치 한국 사람들은 모두 다 BTS를 잘 알고 각별한 사이라도 되는 냥... ‘아하~~ 저 여자애가 BTS 팬이구나.’ 이제는 BTS 팬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추가 능수능란하게 대응한다.
“우리도 BTS 팬이에요.”
이 말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상대는 무장해제... 마치 우리를 BTS의 이모, 삼촌뻘이나 되는 듯 호감을 팍팍 드러낸다. 특히 시르미오네에서 만난 이들은 BTS를 좋아하며 한국에 대한 호감도 같이 높아져 한국어와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특히 이들과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자기들이 알고 있는 한국말을 총동원하며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설파하기 시작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BTS의 나라인 사우스코리아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자 “한강에서 치맥을 먹어보고 싶어요. 삼겹살과 함께 소맥도 먹어보고 싶어요.”라고 한국에는 와 본 적도 없는 이 친구들 입에서 ‘소맥, 치맥’ 등의 한국말을 들을 줄이야... 방탄소년단 팬클럽인 아미(Army)들에게 대한민국은 그냥 한 국가가 아닌 BTS가 탄생한 성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탈리아에서 만난 방탄소년단 아미 팬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각별했다.
한국에 여행 가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이 젊은이들의 표정에서 ‘방탄소년단이 진정한 애국자였네. 방탄소년단이 나라를 빛내는 진정한 영웅이네.’를 온몸으로 느낀다.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의 BTS 친절 프리패스 사용권
폴리냐노 아 마레는 최근 들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탈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아주 작은 소도시이다. 아직까지도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이탈리아 남동쪽의 폴리냐노 아 마레까지 여행하는 경우는 드물 정도로... 그런 우리나라로 치면 통영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 우리는 또 BTS 팬을 만났다. 시푸드 레스토랑인 페스카리아(Pescaria)에서...
구글 평점이 높은 페스카리아는 해산물 요리가 유명해 여름에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이곳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는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의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해안 도시 중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아말피, 포지타노는 저렴한 남부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값이 비싼 반면, 이곳 남동쪽에 위치한 폴리냐노 아 마레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고, 또 무엇보다 물가가 저렴해 우리는 애초 이곳에서 해산물을 실컷 먹자고 작정하고 온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가장 안성맞춤 레스토랑이 바로 페스카리아. 가격대와 맛에 월등한 구글 평점을 받고 있기에 직원의 불친절쯤은 감수하자고 애초에 친절은 기대하지 않은 곳이다.
줄을 서도 기다려서 먹자고 각오하고 왔건만, 의외로 식당이 너무 한산하다. 비수기인 겨울이라 그런 듯... 겨우 서너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을 뿐이었다. 이곳 페스카리아는 직접 가서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면 직원이 갖다 주는 시스템이다. 직원이 무뚝뚝하게 주문을 받는다. 역시나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 한다.
우리는 손님이 없어 일단 맛보기로 몇 개만 시켜 먹다가 맛있으면 추가로 먹기로 하고 1차 주문을 한다. 맛은 구글 평점이 후한 점수를 준 이유를 알 정도로 아주 맛있다. “생굴 정말 감칠맛이 나네.” 등의 음식평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는데 어느 순간 우리를 향한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조금 전에 우리에게 주문받은 직원과 그 옆에 있는 나이 어린 직원이 우리를 보며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대화를 나누기에 우리를 보고 웃는 거지?’
심과 내가 두 번째 주문을 하러 가자 매니저로 보이는 나이 든 직원이 어린 직원을 가리키며 “사우스 코리안이세요? 이 친구가 BTS 팬 아미예요.” 이 말에 이들의 웃음의 의미가 밝혀진다.
“정말요? 반가워요. 우리도 아미까지는 아니지만 BTS 팬이에요.”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 너무 좋아요.”
어눌하지만 한국말로 ‘방탄소년단’을 또렷이 발음하는 BTS 팬. 어느새 이 두 직원의 얼굴에는 친절의 미소가 장착되어 있다. BTS의 힘이 불친절 모드를 친절 모드로 변경한 것이다. 우리가 사우스 코리안임을 안 이들은 2차 주문 때부터는 엄청 친절하게 우리를 응대한다. 이날 우리들은 BTS 친절 프리패스 특권을 누렸다.
참, 이곳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는 다음 날 아침 모닝커피를 먹기 위해 찾아간 동네 카페에서도 BTS의 인기를 실감한다. 관광객이 아닌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찐 로컬 커피집이다. 우리가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데 곧바로 우리의 국적을 알아본 주인. 엄마와 딸인지, 아니면 주인과 종업원 관계인지는 모르나 다짜고짜 “사우스 코리안이세요? 얘가 BTS 팬이에요.” 하며 우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두 여자가 듀엣으로 BTS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탈리아 아주 작은 동네 카페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부르는 한국 노래를 들을 줄이야... 이런 상황이 매우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마치 공부 잘하는 아들 덕에 엄마까지 우쭐해지는 기분이랄까? ㅋㅋ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동네 아저씨들도 갑자기 전개된 이 상황이 재미있는 듯 두 여자를 보며 껄껄거리며 웃는다. 한국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이곳 폴리냐노 아 마레에도 BTS 팬들이 이렇게 많다니...
우리들은 이탈리아 전역을 돌며 BTS의 놀라운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나아가 BTS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덕을 톡톡히 본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BTS 팬이 되었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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