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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Oct 24. 2024

지금도 늦지 않았다. 중년에 떠나는 배낭여행

[번외편 3] 지금도 늦지 않았다. ‘중년에 떠나는 배낭여행’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번외편 3] 지금도 늦지 않았다. 중년에 떠나는 배낭여행             





지금도 늦지 않았다. 중년에 떠나는 배낭여행


출처: tvN 꽃보다 할배


여행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처음 소개되었을 2013년 당시, 나영석 PD의 ‘할아버지들과 떠나는 배낭 여행’ 콘셉트는 기발한 발상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배낭여행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알고 있던 시대에 할아버지들도 배낭여행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서진이라는 ‘짐꾼’(나영석 피디의 표현)이 있기에 가능하지, 실제로 노년들에게 배낭여행은 힘들거라는 아직은 텔레비전 속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마음에 불을 지른 세대는 바로 중년들이었다. ‘자유여행은 청년, 패키지 여행은 중장년’이라는 여행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중년들의 배낭여행은 더 이상 텔레비전 속 이야기가 아니다. <중년에 떠나는 첫 번째 배낭여행>이라는 책이 나오고, 내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브런치 스토리에서도 ‘중년의 끄트머리에서 혼자 떠난 배낭 여행 이야기’ 등을 비롯해 은퇴 후 혼자서 때로는 부부가 함께 여행한 경험담을 글로 연재한 작품도 간간이 본다. 


이렇게 용기있게 도전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어떻게...’ 하는 소심함으로 인해 마음속 버킷리스트로만 남겨놓은 중년들이 아직도 많다. 나는 이런 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세요. 시간은 여러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 



알라는 정말 영어를 못 하는게 맞았어.


내가 자유여행을, 그것도 혼자서 유럽자유여행을 다닌다는 것을 안 주변 사람들이 가끔씩 내게 하는 질문이다. 

“쌤은 영어 좀 하나 봐요.”

“아니요, 저는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라요.”

“그런데 어떻게 혼자서 유럽여행을, 그것도 자유여행으로 다닐 수 있는 비결이 뭐예요?”

이런 질문 앞에 나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쫄지 않는 당당한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이번에 같이 여행을 간 심과 추도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영어를 거의 하지 못 한다는 나의 답변을 믿지 않았다. 겸손의 표현쯤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이들은 나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정말 영어를 못 한다는 사실을...ㅋㅋ 나의 말이 겸양의 표현이 아님을 목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내 영어 실력의 실체를 알게 되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점도 동시에 발견한다. 

“알라는 분명 영어를 못 하는 게 맞아.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러면서도 상대와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거야. 특히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과 약속을 잡고, 집 사용에 관한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알라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체크까지 한다는 거야.” 

여행 초반, 추가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며 한 말이다. 

그렇다. 특히 에어비앤비 숙소 사용에 앞서 숙소 주인과 소통할 일은 정말 많다. 쓰레기 분리 수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수와 난방은 어떻게 작동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체크아웃 할 때 열쇠는 어떻게 처리 해야 하는지 등등... 들을 것도 많고 물을 것도 많다. 여기에서 나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챙기며 의사소통에 늘 성공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외국어를 거의 하지 못 하면서 어떻게 여행을, 그것도 배낭여행을 다닐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두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비법을 공개하겠다.




알라의 당당한, 하지만 어이없는 착즙 주스 주문 방법


이탈리아 고속도로 휴게소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여행 초반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너무나 맛있게 마신 착즙 오렌지 주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 심이 착즙이겠거니 하고 주문한 야채 주스가 착즙이 아니라 실망한 경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를 떠나기 전에 착즙 주스를 한 번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른다. 이번이 이탈리아에서 마시는 마지막 착즙 오렌지 주스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나의 마음은 더욱 비장(?)해진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겠다.’는 마음으로 주문 과정에서 엄밀한 확인 과정을 거치겠다는 각오로...(이렇게 한번씩 여행 도중 먹는데 진심을 드러낼 때가 있다.ㅋㅋ)


나는 주문대 앞에 선다그리고 종업원과 눈을 마주친 후 오른손으로는 직원 뒤쪽에 있는 기계를 가리키고왼손으로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는 손동작을 크게 하며 당당하게 말한다.

~~?”

그러자 그 직원나의 동작과 나의 유일한 한 마디인 ~~”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답한다. 

“오케이~


뒤에서 나와 직원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을 지켜본 추와 심을 비롯해 그 뒤에 서 있던 외국인까지 일제히 소리내어 웃는다. 추는 어찌나 크게 웃던지... 

“알라와 저 직원 둘 다 대단한 거 아냐?”

“알라의 손동작과 너무도 당당한 한 마디 ‘찍~~’ 알라도 대단하지만, 그걸 찰떡같이 알아듣고 저렇게 착즙을 내리고 있는 직원도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이날 난 너무나 맛있는 착즙 주스 먹기에 성공한다. ‘찍~~’ 하는 한 마디와 몸동작만으로 완벽하게 의사소통에 성공한다.


나의 '찍~' 한 마디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맛있는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 준 휴게소 직원입니다. 


이게 바로 여행에서의 나의 의사 소통 비결 포인트이다. 오랜 자유여행 경험상 핵심 단어와 몸동작만으로 왠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잘 하지 못 하는 외국어일수록 완벽하게 문장을 구사하려고 하면 오히려 대화에 실패한다는 사실...


마침 <텐트 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 편에서 이 글의 주제와 너무나 잘 맞는 예가 있어 여기에서 소개한다. 텐밖즈 로맨틱 이탈리아 편에서 이세영은 여행 전부터 여행에 진심을 보이며 남들이 잘 때도 깨어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며 종이 가득 실전 이탈리아어를 적어놓았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서 이세영은 ‘음... 음... 음...’만 하고 정작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 한 채 의사소통에 실패한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바리 숙소 근처 물을 사러 나왔다가 과일가게를 보자 과일을 사기로 한다사과를 사자는 언니들의 말에 이세영은 열심히 실전에 대비해 이탈리아어를 적어놓은 종이를 꺼낸다그런데 이세영의 당황하는 얼굴... 그 종이에는 사과라는 이탈리아어가 적혀 있지 않다그러자 ... ... ...’만 반복하는 이세영.


출처 : tvN 텐트 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


결국 이세영은 열심히 준비한 종이를 가방 속에 도로 집어넣는다. 여기에서 이세영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완벽한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마음과 내가 내뱉는 말이 틀리면 어쩌지 하는 자신감 부족이 낳은 결과이다. 


절대 쫄 필요없다. 상대는 여러분이 외국인이라 자신의 나라 언어를 못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사과를 사고 싶은데 사과가 보이지 않으면 구글번역기를 이용해 ‘사과’라는 단어를 찾아, 사과라는 글자를 보여주면 끝이다. 또 가판대에 있는 것이 복숭아가 맞는지 궁금할 때도 “이게 복숭아가 맞나요?”라며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절대 애쓰지 마라. 그냥 ‘복숭아’라는 단어만 알면 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복숭아를 가리키며 “pesca?”라고 하면 끝이다.


1999년 첫 유럽배낭여행 때 의사소통이 안 될 것을 대비해 무거운 영어사전을 가지고 간 나의 흑역사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휴대폰만 있으면 길도 찾아주고, 번역도 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여행하기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알라는 한국어로, 숙소 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로...


숙소 주인 할아버지 사진은 없고 할머니 사진만 있네요. 


이탈리아 남부 비아트리술마레 숙소 체크아웃할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주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는데 숙소 주인으로부터 언제나 칭찬을 듣는 손님이다. 너무나 뒷정리를 깨끗이 해놓고 가서... 솔직히 평소 정리정돈을 잘 하는 편은 아니나, 외국만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나로 인해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커 특히 숙소 체크아웃할 때는 웬만해서는 화장실 쓰레기통까지 깔끔하게 비우고 나오는 편이다. 

보통 에어비앤비 숙소는 분리수거 방법 등이 적혀 있거나 안내해 주는데 이 숙소에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대략난감이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지... 나는 아침 일찍부터 나름대로 쓰레기를 분리한 후 주인할아버지가 오시면 해결하기로 한다. 마침 체크아웃할 때 주변 길이 너무 좁아 주인 할아버지가 짐을 우리 차 있는 곳까지 픽업해 주시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할아버지는 영어는 한 마디도 못 하는 오직 이탈리아어만 힐 줄 아신다. 그런데 그날따라 와이파이 상태가 좋지 않아 구글번역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말만 사용한다. 


“이 유리병은 어디에 버려야 하나요?”

“캔과 플라스틱은 같은 비닐에 넣었는데 괜찮나요?”

진짜 이걸 다 한국어로만 했다. 오직 이탈리아어만 할 줄 아시는 할아버지에게... 

나의 질문에 할아버지도 열심히 대답하신다. 물론 이탈리아어로만... 

그렇게 나는 한국어로, 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로만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잘 분리했다. 그렇게 해놓으면 내가 정리하면 된다.”로 대화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심과 추는 신기한 듯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며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어떻게 각자의 언어로 말하는데 서로 알아듣고 있는 거지?’하며 신기해 한다.ㅋㅋ 

이 대화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바로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기지다.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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