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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Oct 17. 2024

중년 배낭여행의 성공 비결, 한식을 수혈하라!

[번외편 2]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번외편 2] 중년 배낭여행의 성공 비결, 한식을 수혈하라!




중년 배낭여행의 성공 비결, 한식을 수혈하라!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중년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엇일까? 과연 가이드도 없이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영어를 못 하는데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지? 물론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의 여행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중년들의 고민은 ‘음식’이다.


20박 22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며 심과 추의 가장 큰 걱정거리도 음식이었다. 9박 10일간의 미국 패키지여행에서, 그것도 패키지라 서너 번의 한식이 포함되어 있던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름진 미국 음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일명 한식 러버들인 것이다.      


추: 나, 미국 음식 정말 안 맞았는데, 이탈리아 음식은 괜찮을까?

심: 나, 한식 러버인 거 알지? 한식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인데 이탈리아 음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


이는 단지 심과 추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년들이라면 음식에 대한 걱정은 어쩌면 필수 고민이 아닐까? 여행 1차 모임 때 여행지에 대한 질문보다 음식 걱정을 먼저 한 보따리 내놓은 심과 추였다.      

하지만 걱정 NO! 한식을 꼭 드셔야 하는 부모님과의 해외여행에서 얻은 경험치가 있는 내가 설계한 여행이잖아...ㅋㅋ


부모님을 모시고 간 첫 5박 6일간의 일본 규슈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의 여행 계획은 완벽했다. 숙소부터 시작해 렌터카를 이용한 편안한 일정까지... 나는 여행 내내 흡족해하시는 부모님의 반응을 보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안나, 너무 잘했어. 너의 여행 계획은 완벽해.’ 그런데 마지막 날 후쿠오카 캐널시티에서의 점심 식사를 앞두고 엄마의 한 마디에 나의 여행 설계에 제동이 걸린다. “여기에 한식집은 없니?” 참다못해 엄마가 내뱉은 말이다. 엄마의 솔직 후기를 들어보니 여행이 정말 좋았는데 단 하나 한식을 못 먹어 힘들었다는 것이다. 현지식파인 내가 놓친 실수다. 나는 이 경험 이후 부모님의 유럽패키지여행에서도, 나랑 함께 한 유럽여행에서도 한식을 바리바리 준비해 드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좋은 것을 보여드리면 뭐 하나... 먹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면...ㅠㅠ


한식을 수혈하라!

중년의 위는 이미 한식에 길들여져 있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주야장천 현지식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돌도 씹어먹는다는(?ㅋㅋ) 젊은이들은 몰라도 중년으로 넘어갈수록 여행 중간중간 한식 수혈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내가 내놓은 비책은 이러하다.


“아침에는 눌은밥과 밑반찬, 그리고 2~3일에 한 번씩 저녁에는 장 봐서 현지 식재료와 콜라보한 한식을 만들어 먹는 거 어때?”

“그게 가능해?”

“물론.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주방이 있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했어. 유럽이 대체로 마트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편이거든. 이탈리아도 고기와 치즈, 과일 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대. 그러니 양념만 챙겨가서 현지 식재료를 이용해 한식을 만들어 먹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정말? 그렇다면 음식은 내가 담당할게.”

평소에도 요리를 뚝딱뚝딱 맛깔나게 잘하는 심이 음식을 전담하겠다고 손들고 나선다. 정말? 그렇다면 너무 좋지~~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따른다. 첫째, ‘여행 가서까지 끼니 걱정을 해야 해?’ 하는 주부들의 끼니 스트레스가 없다는 전제다. 평생 끼니 걱정을 하신 엄마의 경우를 보더라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여행 동안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매 끼니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는 주부의 끼니 스트레스 해방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밥 걱정, 반찬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에게는 비추다.

둘째, 절대 30분을 넘지 않는 간단한 한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컷 여행 가서 밥 해 먹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비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밥을 해 먹는 것은 귀찮지만 그렇다고 주야장천 현지식만으로는 견디기 힘들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눌은밥과 밑반찬만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듯... 우리는 주로 아침에는 눌은밥과 밑반찬, 그리고 계란프라이로 아침을 해결하곤 했는데 초간단하면서도 한식에 길들여진 중년의 위를 달래는데 이것만 한 한식은 없었다.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인 눌은밥


이 두 가지 전제가 만족한다는 전제 하에 2, 3일에 한 번씩 한식 수혈을 해준다면 중년의 배낭여행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확률이 높다.


이번 여행에서 심이 만든 현지 식재료와 한식과의 콜라보한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베네치아 리알토 수산시장에서 산 갑오징어 등으로 끓인 해물된장찌개가 그렇고, 토스카나에서 피렌체 티본스테이크와 함께 한 김치찌개도 생각난다. 시르미오네에서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짜글이도 끝내줬고, 오르비에토에서 가지 등 야채와 쇠고기를 잔뜩 올린 짜파게티는 ‘짜파게티가 이렇게 고급스러운 요리도 될 수 있네.’ 놀라워하며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아침마다 자주 먹은 눌은밥과 밑반찬은 우리들의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베네치아에서 먹은 갑오징어와 해산물을 잔뜩 넣은 해물찌개와 구운 생선, 여기에 어울리는 화이트와인까지. 현지식재료와 한식의 완벽한 콜라보 한상차림
돌로미티에서 세체다 오르기 전 아침으로 든든하게 먹은 떡국. 거기에 점심도시락인 쇠고기김치김밥도 끝내주는 맛이었다.
모짜렐라 치즈와 발사믹 식초를 가미한 샐러드와 계란말이, 그리고 김치찌개.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가 쇠고기가 워낙 싸 거의 매 끼니 쇠고기를 먹었네요~~ㅋㅋ
완벽하게 클리어 했습니다. 참, 이날 돌로미티 지역에서 나는 유명한 맥주가 반주였답니다.~~
오르비에토에서 먹은 야채와 쇠고기 토핑이 잔뜩 올려진 짜파게티. 짜파게티를 이렇게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답니다. 특히 토핑으로 올라간 가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시르미오네에서 먹은 쇠고기감자짜글이. 밥도둑인 짜글이 덕분에 이날 밥 엄청 먹었습니다.ㅋㅋ 참 이탈리아 계란도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여기는 비에트리술마레. 계란으로 덮여 있어 무슨 요리인지 사진으로는 판별이 안되지만 이건 야채를 살짝 볶아 넣은 비빕밥입니다. 해물된장찌개와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토스카나 평야에서 먹은 못난이 김밥. 모양은 못난이지만 맛은 끝내주는 맛이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먹은 김밥 맛이 그립네요...


우리는 어느새 새로운 도시에 가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이 마트가 되었다. ‘오늘 저녁에는 심이 우리에게 어떤 요리를 해줄까?’ 마트에서의 스캔 후 심은 우리에게 다음에 먹을 음식을 브리핑한다. 나와 추는 점점 더 심의 음식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현지식파에서 한식파로 바뀌어 있었다. 50대로 접어들며 여행 중에 한식이 생각나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20대에는 한 달 동안 햄버거만 먹고도 끄덕 없이 돌아다녔던 내가 50대가 되니 여행 중간중간 내 몸이 한식 수혈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현지식파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한식 수혈이 꼭 필요한 중년이 되었음을 받아들인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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