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뭔지?

by Tony C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구구단'을 외우지 못했고, 국어책 읽는 것도 더듬거렸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뭔가를 말하려면 거의 입도 때지 못했고, 하는 말 이라고는 ‘응’ 아니면 ‘아니’가 전부였습니다.

언젠가 걔가 결석했을 때 한 아이와 선생님이 연락도 없이 불쑥 집으로 찾아왔더랬습니다. 사는 집이란 것이 방 한 칸짜리 월세였는데, 욕실이나 주방도 없고,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의 선생님은, 집을 나서면서 용돈을 쥐어주더랍니다.

그 기억이 너무 아팠는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살았다며, 서른이 다되었을 때야 그랬던 일이 기억났다고 했습니다. 나는 대꾸하기를, '부끄러운 게 뭔지 알았으면, 돈 많이 벌어라.'였습니다.


학급의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고, 간혹 고약한 친구들이 트집 잡아 놀려먹는 것이 친구관계의 전부였습니다. 어쩌다 그 아이에게 관심 가지고 접근했던 친구는 ‘넌 너무 소심해’라는 말과 함께 멀어졌고, 그런 모습에 이미 익숙했던 터라서 떠나는 친구를 붙잡지도 않았습니다. 항상 외로움을 친구로 삼았지만, 애써 친구를 만들려 하지 않았고, 누군가 가까이 다가온다 싶으면 항상 맘 속에는 ‘넌 언제 떠날 거니?’라는 속삭임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학급 등수는 최하위권이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3수까지 거듭하더니, 명문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너무 신기해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가 어떻게 거길 갔어?’

친구의 대답은 ‘몰라. 어찌하다 보니 갔어.’

사실, 10대 후반부터 가끔 함께 술을 마셨는데, 대학을 가더니만 만취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그러다 군제대하고 얼마 안 되었을 어느 날인가 깜짝 놀랄 말을 했습니다.

취중에 하는 말이, ‘나, 27살 넘기기 힘들 것 같아.’ ‘27살 이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라는 것입니다.


얼마 후에는 하는 말이, ‘나 자살 시도 했었어. 근데 가죽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살았어. 살기 싫었는데 ....’

내 대답은, ‘다음에는 노끈으로 함 해봐.’ 였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너 지혜가 뭔지 아니?’ 였습니다.

‘누구? 정지혜 아님 박지혜?’

‘아니, 뭔지~~ 아냐구?’

‘난 알리가 없지. 근데 정지혜나 박지혜한테 물어봐. 걔들은 제 이름이니까 알지도 모르지.’

‘물어봤어. 모른데.’


그리고 몇 해 후 뜬금없이 자기가 크리스차~안이 되었다고 나 더러 ‘주 예수를 믿으라’고 했습니다.

‘힘들게 살더니만, 드디어 네가 미쳤구나.’라는 게 내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요즘 잠언서를 읽고 있어. 근데, ‘지혜를 구하라’는 말 만하지 지혜가 뭔지는 말을 안 해.’ ‘답답해 미치겠어.’ ‘성경이란 책이 사람을 약 올리고 있어’

나는 ‘난독증 있는 네가 책을 읽는다는 게 참 신기하다 ㅋㅋ’ 라며 웃고 넘겼는데, 사실 본인도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 지혜라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많이도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두 해 정도 지났을 무렵, 지혜가 무엇인지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성경을 3번을 읽었다면서, 지혜에 관해서 명확하게 말하는 책은 아무래도 성경 밖에 없는 듯해서 매일 한 시간씩 잃었고, 결국 지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 말로는 지혜는 ‘무엇이 아닌 누구’라는 것입니다.

어의가 다소 없지만, 걔 말로는 지혜가 ‘예수 그리스도’랍니다.

내 대답은, ‘정지혜 박지혜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고?’ 되물었습니다.

‘응’

‘왜?’

덧붙인 말은, '어떤 지적 개념도 아니고 예수의 이름도 아닌, 그분의 인격'이랍니다.

술잔 기울이면서 일장 설교를 한 시간 넘게 했는데, 기억나는 게 별로 없습니다. 친구만 아니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겁니다.

그나마 한 가지 기억나는 건, 자기가 교회를 나가는 이유가, ‘사람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 만나러 간다’고 한 것입니다.’

설교시간에도 설교는 안 듣고 성경을 읽었답니다. 추측에는 목사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한 말이, ‘교회에서 사람과 교제하라고 했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아주 중요한 가르침이라면서…

그런데, 그 친구는 사람 사귈 줄 모릅니다. 나 조차도 아직 떠나지 않은, 한 친구일 뿐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 '하필이면 자기가 제일 못하는 거를 시킨다고….'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담배도 끊으라고 했다는데….ㅋ 언제 끊는지 두고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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