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18 _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판례 경향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면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관심도는 기존보다 한풀 꺾인 느낌도 있다.
이제는 60세까지의 몇 년 동안의 임금피크제보다는 60세 이후의 추가적인 정년연장에 사회적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되어도 임금피크제는 중요한 주제이다.
앞의 글에서도 정리한 바 있지만 (임금피크제를 보는 시각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늘리면서 기존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 곤란한 기업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한 인사제도이다.
앞의 다른 글 (정년연장과 임금 감액)에서 말했듯이 결국 임금피크제 또는 이 명칭은 아니더라도 정년연장과 임금 감액은 필연적으로 함께 논의되어야 정년연장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이다.
그래서, 최근에 임금피크제 관련 판례들을 더욱 중요하게 보면서 향후 보완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 안 남은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수많은 판례들을 통해 생각보다 명료하게 정리되어 가고 있다.
※ 아래에서는 복잡한 판례의 법리적인 부분들은 간소화하고 인사담당자로서 판단하기 용이한 기준에 대해서만 정리해 보기로 한다.
기본 구조를 먼저 살펴보자.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 직원들에게만 임금을 감액하는 것은 '고령자 차별인가'를 다루게 된다.
만약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만 감액했다면 고령자에 대한 차별로 본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차별이 아니다고 판단한다.
1) 정년연장이 정말 정년을 연장해 주었는가?
2) 임금감액 규모가 너무 심하지 않고 적당하게 감액하였는가?
다른 요건들도 있지만, 일단 위 2가지 요건으로 간단하게 판단해 볼 수 있다.
결국,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나 구체적인 대상 조치의 내용을 주로 판단하게 된다.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이런 용어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정년을 유지하였고 임금피크제만 도입하여 임금을 감액하면 정년유지형이다
이와 다르게, 기존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면서 연장된 기간에 대해서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연장형이다.
22년에 등장하여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었던 임금피크제 무효 판례는 ‘정년유지형’에서의 판단이었다.
그 이후에 많은 판례들이 나왔지만, 크게 위 두 가지 요건들의 조합으로 판례들이 나왔다고 본다.
1) 정년유지형인데, 임금 감액율이 과도하고 임금삭감에 대한 충분한 대상조치가 없다면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나오는 판례들이 있다.
2) 정년유지형이더라도, 임금 감액율이 과도하지 않고 다른 대상 조치들이 충분히 취해졌다면,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판례도 있다.
3) 정년연장형인 경우에는 많은 경우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판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경향이다.
주로 대상조치나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를 판단할 때 정년연장 자체를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으로서 고려하여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정년연장형인 경우에도 임금 감액 폭이 너무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례도 있다.
근로자의 불이익이 과도하고 그에 대한 대상조치가 부족한 경우를 지적한 것이다.
판례를 보면,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긴 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은 55세부터 60세까지 설정하였고, (임금 피크 이전 1년 치 연봉 100%를 기준으로) 기존 정년에서도 55세에서 58세 300% 였던 기존 임금 수준보다 정년연장 후에 총 수령액 기준으로 더 낮은 5년간 225%가 지급되는 것은 과도한 임금삭감이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추가적인 쟁점들도 살펴보자.
최근에는 일반적인 위 두 가지 기준도 중요하지만 다른 관점의 문제들도 판단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여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취업규칙 변경은 불이익 변경일까?
그래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따른 과반수 동의가 필요할까?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정년연장 등의 행위 이전의 기존 정년이 도달하는 해의 최종임금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감액하면 불이익 변경이고, 연장된 정년에 맞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임금 지급 수준보다 낮아지지 않는다면 불이익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정년연장형인지 정년유지형인지부터 다르게 판단될 것이다.
정년유지형은 기존 정년을 유지하는데 임금만 감액된 것이니, 다른 대상조치들이 특별한 것이 없다면 ( 예) 고령자를 위한 별도 복리후생이나 정년 이후 지원프로그램 신설 등 ) 불이익변경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년연장형의 경우에는 연장된 기간에 임금은 감액되었지만 정년연장으로 기존에 예상하지 못했던 임금총액 수입 규모는 증가하므로 일단은 불이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년연장형에서도 1)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가 떨어져 있는 경우, 2) 법 시행 이후에 법 시행일 이후에 도입한 경우 에는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가 떨어져 있는 경우
정년연장은 2016년 1월에 도입하였는데, 임금피크제는 1년 후인 2017년 1월에 도입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주로 정년연장부터 도입하였지만 사내에 고령자가 존재하지 않아서 실제 적용대상자가 없었다가, 이후에 대상자 또는 임박 대상자들이 발생하면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으로서 임금피크제의 효력까지는 유효하게 판단될 것인데, 동시 도입이 아닌 이유로 대상자 입장에서는 불이익으로 느낄 수 있고,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법 시행 이후에 법 시행일 이후에 도입한 경우
법 시행일 이후에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이더라도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
고령자고용법 시행으로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할 것이 의무화되었고 만약 변경이 없다면 60세 정년 간주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고 해당 취업규칙은 기존 정년이 60세가 된 것이다.
따라서, 정년연장형의 형식은 있지만 임금 감액 부분에 대해서는 불이익 변경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취업규칙변경의 불이익 여부는 사안별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새로 도입하는 제도라면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인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불이익 여부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전문가들과 논의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임금피크제 이후 동일 업무 수행 여부
임금피크제로 인해서 1년에 10% 임금이 감액된 경우, 이를 이유로 근로시간을 10% 줄여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10% 경미한 업무를 부여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당사자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늘어난 정년에 대응하여 기존 임금보다는 낮추는 제도이다.
늘어난 정년에 기반하여 근로를 제공할 기회를 연장하는 것이므로, 동일 노동이든 다른 노동이든 노동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것 자체가 이득이라는 기본 설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임금의 감액만큼 근로를 줄여주어야 할 의무가 회사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판례의 경향을 볼 때, 동일 업무 수행여부가 단독으로 유효무효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한 사례는 아직은 없다고 보인다.
다만, 정년유지형이고 임금 삭감폭도 큰 경우에 종합적으로 판단 시 상대적으로 불이익의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근로를 줄여주거나 시간을 줄어주는 등 대상조치가 미흡했다는 판단 시에 추가적인 부정지표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서 소송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모습도 존재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점점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퇴직 시점에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성급하게 법령이 개정되면서 늘어난 정년을 혜택이라고 보기보다는, 어차피 늘어나는 정년인데 임금만 감액되었다는 상실감이 컸던 탓이지 않나 싶다.
정년연장과 임금조정은 반드시 같이 논의되어야 하는 사회적 합의 대상이다.
노사 모두 양보 없이 일방의 희생만 강요하여 쟁취할 수는 없는 구조이다.
급하게 법령을 통해서 해결하기보다는 기업 내에서 상호 재량권을 가지고 적합한 모델들을 적용해 보면서 절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정부에서 논의될 정년연장 방안에서는 임금구조 및 임금조정에 대한 논의도 선결과제로 진행되어, 사후적으로 노사가 다투는 모습은 미리 예방해 주었으면 한다.
저출산 - 인구 고령화 - 연금 개혁 - 정년 연장 - 임금 체계 개편 등 모두 연결되어 있고 매우 중요한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