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고령자들에게 손해일까? 이득일까?
임금피크제는 일정 고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최고 피크 임금을 기점으로 그 이후 임금은 감액하는 제도이다.
과거 호봉제까지는 아니지만 아직도 연공급제 형태의 임금제도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연령이 올라가면 임금이 자동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고령층 근로자들을 지속 보유하는 경우 기업의 지불여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임금피크제는 일부 직무의 경우 숙련된 근로자들의 고용기간을 더 연장해야 하는 회사의 상황과 과거 대비 신체가동년한이 더욱 증가되는 상황에서 근로능력이 있는데 회사를 정년에 그만두게 되는 것이 아쉽고 아직은 확실치 않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이 있는 근로자들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지점에서 탄생한 제도라고 보여진다. 개념상으로는 노사 모두 win win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보여진다. (물론, 실제적으로 해당 자연인의 인생에서 이익이 되는 측면과 별개로, 법률로 정년이 연장되었고 당연히 정년이 연장이 보장되었는데 임금이 감액되는 것에 대해서는 손해라고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앞으로도 저출산 고령화 노동인구 감소 국민연금 수급액 감소 등의 상황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인바, 고용은 연장하되 기업의 부담은 낮출 수 있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제는 기본 컨셉이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제도 도입을 위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들의 동의를 통한 규정 도입 또는 개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조합의 동의, 없으면 직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 기존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던 회사도 있지만, 많이 확산되고 대다수 기업들이 도입하게 된 것은 정년을 만60세로 하는 법률이 도입 (2013년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되고 시행(2016년)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법도입 이전부터 시행하던 회사들은 예를 들어 만 55세 정년을 58세로 연장하면서 연장된 기간만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연봉의 10%씩을 감액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법률이 도입되고 나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들은 1) 법 개정 후 시정되는 시간이 약 3년이 걸렸으므로 그 사이에 기존 정년 58세를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정년연장형으로 도입한 경우와, 2) 법 시행 이후 이미 법상 정년이 60세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년 연장은 없이 예를 들어 만 58세부터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로 나뉘게 된다. 1)의 경우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2)의 경우를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부른다.
어떤 형태이건 기존 임금이 감액되는 것은 동일하다. 인사업무를 처리하는 측면에서 보면 1)임금 감액의 범위 (기본급만 감액하는지, 기본급과 연동하는 인센티브나 성과급 또는 복리후생의 기초금액은 어떻게 할지?) 를 정해서, 2)제도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도입하고, 3)대상자인 직원들 및 리더들에게 대상시점 이전에 급여 감액에 대해서 상세하게 안내해야 하며, 4)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업무수행 내용이나 생산성과 감액된 임금이나 인사평가 간의 관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제도 보완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이제 법 시행 이후 약 7년차가 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 시행 후 87%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그 이후 현장에서 나오는 실제 불만과 쟁점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하다. 정년 연장 초기에는 연장된 사실만으로도 불만이 없었지만, 기간이 지나면서 임금 감액으로 인한 불만이 나오고 더 나아가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임금은 이미 낮아졌으니, 실제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 제도의 최초 도입 취지는 뒤로 밀려났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현실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쟁점은 ‘임금피크제 이전의 업무의 내용 및 생산성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라는 근로자의 주장과 ‘자연적 현상으로 해당 연령 정도 되면 기존 전성기 시절의 업무의 양, 질, 생산성 모두 낮아지는 인원이 대다수’라는 회사의 주장이 맞서는 지점이다. 즉,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동일한 임금을 달라는 주장과 실제는 동일하지 않아서 임금피크제 정도는 과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 기업도 제대로 분석하거나 보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임금피크제는 이미 예전부터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 무효로 판결받은 바 있으며 (22년 5월 대법원 ‘전자기술연구원’ 판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제도는 정년연장한 만큼만 감액한 경우에는 유효하다는 판례도 있으나 (23년 1월 서울고법 KT 판례), 최근에는 아무리 정년연장형 제도라도 감액규모가 너무 크면 무효라는 판례도 나왔다 (23년 5월 KB신용정보 판례)
법률적 쟁점은 향후 다른 글에서도 자세하게 다시 다룰 수 있겠지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을 위주로 한 판단에서는 1) 임금피크제의 타당성, 2)불이익의 정도, 3)불이익에 대한 보상의 적절성, 4)임금피크제로 감액한 재원의 본래목적 사용 여부 등을 판단하였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판단은 좀 달랐다. 결론은 ‘정년연장으로 인해 정년이 늘어난만큼 근로자가 퇴질할 때까지 받게 되는 임금총액은 증가했으니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물론, 최근 KB신용정보 판례에서처럼, 정년연장인데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된 기간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이 아니고, 55세부터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서 정년이 연장되었지만 정년까지 지급받게 되는 총액이 오히려 감소하여 임금삭감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이 회사의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회사별 케이스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임금 감소로 인해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위주로 판단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로 보인다. 향후 다른 케이스들이 축적되면서 법원의 판단도 명확해지겠지만, 순수하게 정년이 연장된만큼 도입된 임금피크제와 감액 임금은 그 금액이 너무 과도한 수준만 아니라면 그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아직은 우세한 판단인듯 하다.